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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하늘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그린 관장일까? 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의 주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버터플이 소녀 한명을 마을 사람을 앞에 내려놓은 것이다. 믿기 어려웠지만 소녀는 잠이 들어있었다.
라이트가 여자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네가 옐로니?”
“네.” 옐로가 흐늘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크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후아― 그린형은요?”
“그 관장? 상록시티에 다시 갔다가 온데.” 플레임이 대신 말해주었다. 형이라니? 플레임은 옐로를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그러나 옐로는 이렇게 보아도 저렇게 보아도 여자아이가 맞았다.
“그럼 그 때까지 전 좀더 잘게요.” 옐로는 이렇게 말하며 맨 바닥에 그냥 드러누웠다.
“이 바닥에서?” 플레임이 제 언니를 돌아보았다. 라이트는 그저 고개를 으쓱해 보였다. 버터플에 차가운 바닥에 누운 주인에게 날개를 덮어주고 있었다.
그들은 10분이 조금 넘게 기다렸고, 마침내 그린이 리자몽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배가 불룩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가방을 가지러 돌아갔던 모양이었다.
“어이! 옐로 일어나.” 그린이 옐로에게 소리쳤다.
“빨리 오셨네요.” 옐로가 기지개를 키면서 일어났다.
“우선은 화이어리가 가지고 갔던 약도를 똑같이 그려주세요.” 그린이 스미스씨에게 부탁하였다. 그 동안 옐로는 삐뚤어진 밀짚모자를 고쳐 썼다.
스미스씨는 약도를 다시 그리며 말했다. “경찰들도 똑같이 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네.”
그린이 싱긋 미소 지었다. “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시도할 생각 이예요. 화이어리라는 꼬마가 살아만 있다면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요.”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린의 말을 그냥 납득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한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많은 경찰들도 못 찾은 아이를 둘이서 무슨 수로 찾는다는 표정이. 하지만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옐로, 잠이 좀 깼니?” 그린이 물었다.
“네.” 옐로가 도리도리를 하며 말했다. “많이 깼어요.” 옐로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그럼 우선 저 포니타의 기억부터 시작하자.” 그린은 손가락으로 블레이즈의 포니타를 가리켰다.
“이 포니타, 네 동생을 자주 보니?” 옐로가 포니타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포니타는 웬일로 낯선 사람에게 갈기의 불을 낮추고 있었다.
블레이즈가 끄덕였다. 뭘 하려는 거지?
옐로는 그렇게 눈을 감고 포니타의 기억을 읽어 내려갔다. 몇분 후 옐로는 손을 거두었을 때, 블레이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할 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봤어?” 그린이 물었다.
“네.” 옐로가 대답했다. “화이어리가 누구인지 이제 알아요. 귀여운 남자아이예요.”
“좋아. 그럼 시작하자. 네 포켓몬들을 모두 꺼내.” 그린은 옐로에게 일러두고 자신의 배가 불룩한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포획용 포켓볼이 한 가득 들어있었다.
“레트라! 두트리오! 피카츄! 암스타! 딱구리!” 옐로가 자신의 포켓몬을 모두 꺼내는 동안 그린도 포켓볼들을 배열했다.
“핫삼! 피죤투! 골덕! 괴력몬! 윈디! 나인테일! 후딘! 코뿌리! 나시!”
옐로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린형! 모두 여섯 마리가 넘어요. 최대로 들고 다닐 수 있는 포켓몬은 여섯 마리 까지 인데.”
“알고있어.” 그린이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화이어리라는 아이의 행방을 찾으려면 말이야. 나는 숲을 들쑤셔가며 포켓몬들을 잡을 거거든. 넌 기억을 봐줘.”
“네.” 옐로는 트레이너로서의 규칙을 어기고 있는 그린에게 (허나 필요할 때에) 군소리 한 번 없이 끄덕였다.
“자, 그럼 너희들은,” 그린이 포켓몬들에게 말했다. “아무 기술이나 상관없으니까 숲에다가 퍼부어 줘. 야생 포켓몬들이 놀라서 튀어나오게만 하면 되.”
마을 사람들은 트레이너와 관장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열 여섯 마리의 포켓몬들은 숲에다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잠을 청하던 포켓몬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하여 겁도 없이 마을 쪽으로 달아나기도 하였다. 그린은 야생 포켓몬들에게 포획용 포켓몬을 던졌다. 모든 볼들이 오차 없이 명중하였고, 펑펑 소리를 내며 포켓몬을 잡아들였다.
“이제 그만!” 그린이 포켓몬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여덟 마리예요.” 옐로가 볼의 숫자를 세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하나마다 손에 올려놓고, 기억을 보기 시작했다.
“저기요.” 블레이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뭘 하시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물론.” 그린이 말했다. “상록시티나, 상록마을에는 몇 년마다 한번씩 이상한 힘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 옐로는 그 중 한명이고, 옐로가 가진 능력은 포켓몬을 치유 시키는 것과 기억을 보는 것, 두 가지야.”
“우리 마을에 그런 아이는 하나도 없는데.” 블레이즈가 (방해가 되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그런데 기억을 봐서 어쩌시려는지 물어도 되요?”
“이 약도를 따라서 갈림길 마다 포켓몬을 잡아 기억을 읽는 거지.” 그린이 대답했다. “그렇게 네 동생이 간 길을 따라갈 거야.”
“포켓몬들은 늘 움직이잖아요.”
“하지만, 딱충이나, 단데기 같은 것은 움직이지 않아. 그런 포켓몬이라면 나무마다 두어 마리씩 있고, 네 동생을 언뜻 보았을 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기억을 가진 몇 마리의 포켓몬이야.”
“다 끝났어요.” 옐로가 잡았던 포켓몬들을 모두 풀어주며 말했다. “이 쪽이 예요.” 옐로는 앞장서서 숲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그린이 말렸다. “언제 걸어서 가려고 그래? 날아서 가자. 네 버터플이 있잖아.”
“공중에서는 나무가 우거져 길이 보이지 않을 텐데요.”
옐로가 가지가 무성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린에게 답을 바라는 눈길을 주었다.
“다 방법이 있어. 핫삼!” 그린이 불렀다. “우리가 공중에서 길을 볼 수 있도록 풀 베기를 이용해서 나뭇가지들을 쳐줘. 길만 보일 정도면 되.”
옐로가 생긋 웃었다. “츄츄는 나랑 가자. 내가 널 안고 버터플을 날 들어올릴 거야. 공중에서 플래쉬 부탁해.” 옐로가 피카츄를 가슴에 안았다.
포켓몬들도 우르르 몰려갔다.
‘또 기다려야 하는군.’ 블레이즈가 자기 자신에게 속삭였다.
이어지는 이야기
“그래서, 우리는 또 한참을 기다렸지.” 블레이즈가 설명했다. “그리고 한 밤중에 되어서야 리자몽을 탄 네가, 그 관장과 함께 돌아왔고. 야? 자냐?”
블레이즈가 몸을 비틀어 동생을 내려다보았다. 화이어리는 이미 꿈나라로 간지 오래 였다. 즐거운 꿈을 꾸는지 자꾸 킥킥거리며 잠꼬대를 하였다. 형은 (아마 내가 간지럼 태우는 꿈을 꾸는가 보지?)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도로 누웠다.
“네가 있어서 참 좋아. 오늘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고.” 블레이즈가 중얼거렸다. “없으면 정말 외로울 거야. 잘자. 화이어리”
블레이즈는 새벽녘이 올 즈음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꿈도 꾸지 않고 잤다. 실은 화이어리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꿈을 꾸고 있었다.
블레이즈도 화이어리도 모르는 이야기의 뒷부분은 이렇다.
옐로와 그린은 갈림길에서 좀 전에 하였듯이 포켓몬을 잡아들여 기억을 보고 풀어주었다. 그들은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며 나아갔다.
“이 구구가 해가 넘어갈 즈음에 포니타를 탄 사내아이를 보았대요.” 옐로가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나오는 하품을 떨쳐내며 말했다. “죽지 않았나 봐요.”
그린은 슬슬 걱정이 되었다. 추적은 순조롭게 되어갔으나, 옐로가 점점 지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공중에서 졸다가 츄츄를 떨어뜨렸다.
“괜찮아?” 그린이 떨어지는 피카츄를 가까스로 붙잡아 리자몽에 태우고는 물었다. 츄츄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옐로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아직은 요.” 옐로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직은 버틸 만해요. 미안해, 츄츄”
옐로가 사과했지만, 피카츄는 이미 토라져 있었다. 그리고 제 주인을 못 믿겠다는 듯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린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시체를 본 포켓몬은 없어. 그렇다는 건 죽지 않았다는 건데. 포니타를 타고 있어서인지, 이동 거리가 엄청나.’
둘은 수색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옐로는 가장 기다리던 기억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도시락을 먹는 걸 봤대요.” 옐로가 캐피터의 기억을 보면서 싱글벙글해 하였다.그런데 기억을 계속해서 보는 옐로의 얼굴에서 갑자기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 어디로 갔대?” 그린이 이렇게 묻자 옐로가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한 자리에 있었고, 어느 순간 니드킹이 나타나서 포니타를 타고 도망갔……”
“당장 공중으로 올라가자 리자몽!” 그린이 명령했다. “옐로, 네 피카츄의 플래쉬를 거두어줘. 불을 찾아야 겠어. 포니타들은 위험해지면 갈기의 불을 몇 배나 타오르게 하거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불이 보일 거야.”
옐로는 피카츄의 플래쉬를 거두도록 하고 볼에 집어넣다. 둘은 공중에서 어둠이 눈에 익숙해질 때가지 잠시 기다렸다. 니드킹한테 쫓기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자 애가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펄럭이는 날개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저기다!” 그린이 움직이는 불을 찾아내었다. 그 불은 울창한 나무들의 사이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꺾어가고 있었다. “리자몽! 저 불을 따라가!”
리자몽이 힘차게 날개 짓을 하였다. 불은 따라잡았지만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비록 공중에 있었지만, 나직하게 땅이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린은 틈새가 벌어진 나뭇가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주 작아도 좋다. 조그마한 틈이라도 좋다. 돌파할 수만 있다면……
“버터플, 날개치기!” 옐로가 말했다. 그러자 소나무들 몇 개가 뭉턱뭉턱 잘려나갔다.
“잘했어!” 그린이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그리고 먼저 나뭇가지들의 밑으로 들어갔다. 리자몽은 가지들을 쳐내며 밑으로 점점 내려갔다. 그리고 막 니드킹에게 할퀴어서 넘어지는 포니타를 볼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린은 그 포니타가 자신의 위에 타고있는 주인을 보호하려고 일격이 가해질 때 몸을 크게 비틀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리자몽이 니드킹의 앞을 막아 섰다. 그러자 니드킹은 표적을 바꾸었다.
“화염방사!”
첫댓글 잘 보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