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1명의 ‘시장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스포츠 마케팅이 자리잡지 못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이종범이 복귀한 이후 슈퍼스타의 가치가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이종범이 속한 기아 경기는 전국적으로 관중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99년 전국을 ‘홈런열풍’으로 들끓게 만들었던 이승엽(삼성) 효과를 연상시키는 현상이다.
전국구 스타들의 관중 동원력을 짚어봤다.
▲ IMF를 헤쳐낸 국민타자
99년은 프로야구 관중 수가 4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해다.
그리고 증가세의 중심축에는 이승엽이라는 국민타자의 탄생이 있었다.
이승엽의 홈런 행진은 시즌 초부터 진행 됐다.
5월 한달간 월간 최다홈런(14개) 기록, 6월에도 12홈런 등 이미 전반기에 30홈런을 넘겼는데 이는 곧바로 흥행 폭발로 옮아갔다.
TV 수상기 앞에 있던 야구팬들은 자리를 털고 야구장으로 직접 나섰다.
1만3,000명으로 수용인원 규모가 다소 적음에도 불구, 삼성은 ‘이승엽 효과’를 등에 업고 55만여 명으로 시즌 관중 동원 3위에 올라섰다.
전국구 스타의 효과는 잠실 등의 대형구장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데 99년 LG와 두산은 각각 평균관중이 1,835명과 756명으로 늘어났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승엽 효과’가 관중 증가를 거들었음은 물론이다.
또 대구 홈구장은 그해 12차례나 매진되기도 했다.
▲ 돌아온 바람
이종범(기아)의 복귀는 절묘했다.
모그룹 부도 이후 수년간 프로구단의 면모를 잃었던 해태가 ‘든든한 부잣집’ 기아의 옷으로 갈아입은 시점이다.
‘종범이도 없는데’라며 자신이 야구장에 가지 않던 이유를 딱 잘라 말하던 해태 팬들은 이종범의 복귀에 약속이나 한 듯 구장으로 몰려들었다.
올시즌 성적 부진 탓에 단 한번도 만원을 기록하지 못했던 LG는 11,12일 기아와의 2경기서 연속 매진을 맛봤다.
기아의 홈구장 광주도 3연전 평균 9,995명으로 평균에서 약 200% 폭발 증감을 보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2년만에 전국구 스타의 효과를 맛보고 있는 셈이다.
이 추세라면 올시즌 목표 관중 321만명(321만8,160명)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 97년 이후 관중 추이
프로야구 관중은 98년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91년부터 97년까지 400만명 안팎의 관중을 꾸준히 동원했으나 98년을 기점으로 현기증 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갑작스런 관중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97년 겨울 불어닥친 IMF다. IMF는 국내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 여파로 국내 프로야구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설상가상으로 두 명의 슈퍼스타인 이종범과 이상훈이 선동렬의 뒤를 이어 일본으로 진출, 스타 기근 현상까지 생겼다.
IMF로 시름을 겪던데다 슈퍼스타들를 연이어 잃은 국내 야구팬들의 눈길은 자연 메이저리그 박찬호에게 돌아갔다. 박찬호는 98년 처음으로 15승을 올려 국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쇠락의 길을 걷던 국내 프로야구에 희망의 불씨를 지핀 것은 99년부터 ‘스타 계보’를 대물림한 신세대들이었다. 99년 국민타자로 떠오른 이승엽(삼성)과 안타제조기 이병규(LG), 지난해 두산 ‘우동수’ 트리오 등등. 이들이 등장하면서 관중들의 발길이 다시 야구장을 향했고 이제 이종범의 복귀와 기아 창단이 새로운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