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모로 눕는다
예도 아니고 저도 아닌 어디론가
등지고 마주하는 어딘가
다시 그 이후로 돌아눕는다
그러다 꿈쩍없이 구른다
백 년을 박혀서 천년을 구른다
모래시계에 갇히는 때가 있으나
저녁 무렵 금모래는
바다를 들어 올리고 있다
구석진 곳 어딘들 뿌리박혀 있으나
가두리 없는 산야를 횡단하고 있다
멈춰 선 돌은 없다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있는 그 자리에서
감내할 수 없는 자전의 진동으로
멸종의 꼬리뼈에게
불립의 사투리에게
다가가라 명한다
똑똑, 그래도 열리지 않을 것을 아는 까닭에
아무 내색 없이 곁에 내리박혀
백 년을 두드린다
천년을 구른다
목탁귀* : 목탁 소리를 듣는 귀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8.25. -
〈양균원 시인〉
△ 고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 광주일보, 서정시학 등단
△ 시집 :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집밥의 왕자'
△ 연구서 :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외
돌은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으로 알았다. 본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생각의 오류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고정관념이란 무서운 것이다. 돌이 한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돌을 돌로만 보게 한다.
백 년, 천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의 영겁을 여기서 저기, 두드리고 구르는 사이, 세상은 변했다. 누군가 멸종을 하고 누군가는 진화를 거듭해서 지구의 주인이 되고, 그걸 바라보는 돌은 수십억 년을 구르고 구른다. 내색 없이. 때론 우린 바윗돌이라고도 부른다. 어쩌면 나 역시 내색 없이 구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