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일기53_네것은있다
1. ‘하나님은 제가 가고 싶었던 길을 다 막으셨습니다.’
2. 최근에 어느 목사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중에 들었던 말이다.
3. 본인의 목회 방향을 개척으로 정하고 준비했지만 번번이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4. 주위 목사님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이렇게 한 번 쯤은 막혔던 경험들이 있는 것 같다.
5. 교회를 지원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거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일들 말이다.
6. 개인적으로도 신기하리만큼 막혔던 경험이 있다.
7.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막혔다.
8. 심지어 신학교를 지원할 때 작성하는 자기 소개란에도 ‘저는 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싶습니다’라고 썼던 기억이 있다.
9. 매번 아쉬운 이유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그 부서와 이어지지 않았다.
10. 그 후로 20년이 지나는 동안 다른 연령 부서 사역에 몸담고 있었다.
11. 물론 초반에는 주일학교 필드를 떠나기 위해서 무수히 노력해봤지만 정신을 차려놓고 보면 신기하게도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 부서에 머물고 있었다.
12. 그 당시에는 하나님께 원망 섞인 마음으로 기도했던 것 같다.
13. ‘하나님,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해주시지 그러셔요. 그럼 사역에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생길 테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닙니까...’
13-1. 하지만 뒤돌아보면 하나님이 항상 옳으셨다.
14. 한 번은 우리 가정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꼭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일이었다.
15. 장인어른이 우리 부부를 앉혀 놓고 말씀하셨다. ‘안달복달 하지 말게. 자네들 것은 분명히 있네.’
16. 이 말은 자신의 평생 신조였다고 말씀하셨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실패들을 겪었지만 결론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허락하시는 것이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17. 그 시간들이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을 키우고 훈련하는 기회였다고 덧붙이셨다.
17-1. 그 아버지의 그 딸인지, 사람들의 반응이나 좀 처럼 이뤄지지 않는 일 때문에 힘들어 하면 아내는 여지 없이 말한다.
17-2. 여보, 사람들의 반응과 그 일은 당신 것이 아니에요.
18. 생각해보면, 당시 구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넘치도록 이뤄진 것들이 많았다.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19. 고린도후서 12장에 나오는 바울의 기도 응답도 같은 결로 느껴진다.
20. 바울은 육체의 질병이 해결되도록 세 번 기도했다. 아마 죽을힘을 다해 기도했을 것이다.
21. 하나님의 응답은 ‘그건 네 것이 아니야’였다.
22. 바울이 응답 받지 않은 것 같지만 정확하게 응답받았다. 바로 약함이었다.
23. 여러 큰 계시를 받았던 바울이었기에 교만해지지 않도록 주신 응답이었다. 하나님의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고후12:9)해지기 때문이다.
24. 악한 영은 내 것이 아닌 것에 초점을 두게 한다.
25.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금하셨다. 나머지 열매가 그들의 것이었다.
26. 그러나 뱀은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금하신 것처럼 교묘하게 바꿔 말했다(창3:1)
27. ‘네 것은 있다’는 포인트가 아닌 ‘네 것은 없다’로 바꿨다.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다.
28. 적지 않은 경우에 우리 삶이 절망에 빠지는 이유는 ‘네 것은 있다’를 생각하기보다 ‘네 것은 없다’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 아닐까?
29.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그에게는 있고 자신에게는 없는 것에 절망한다.
30.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안달복달하지만 결국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 것이 아닌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31. 성경의 저자는 약 40명 정도다. 약 1500년이라는 시간동안 40세대를 걸쳐 있는 사람들이다.
33. 그들은 모든 면에서 서로 달랐다.
34. 사람마다 광야에서, 궁전에서, 목초지, 감옥에서 썼고,
35. 자신의 나라에서, 피란길에서, 식민지 땅에서 썼다.
36. 왕의 신분인 사람도 있었고, 도망자 신분, 유배자 신분도 있었다.
37. 이렇게 다른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38. 각 사람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임했다. 그리고 그 말씀으로 오늘 부르신 자리를 걸어갔다.
39-1. 그들의 삶은 무엇을 많이 가졌고 덜 가졌고에 있지 않고 계시된 하나님 말씀을 품고 전하고 살았던 하루 하루에 있었다.
39. 생각해보면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내 것이 없다. 모두 잠시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들이다. 내 삶의 주어가 나 자신이 아닌 하나님으로 둘 수 있다면, 비교하고 집착하기 보다 조금 더 평안하고 신실하게 오늘 부르신 자리를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40. 나의 주 하나님이여,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내 앞에 놓인 길도 보지 못합니다.
그 길이 어디에서 끝날지 확실하게 알 수도 없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당신의 뜻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열망이
정말로 당신에게 기쁨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 정석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