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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는 신비로운
리듬으로 꽉 차 있으며 우리의 몸 역시 그 리듬에 맞추어 활동을
한다.
우리 몸 속의 활동리듬을
주관하고 있는 '생체시계"에 대해 앞으로 2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1회 : 생체시계는
무엇인가 ? / 생체시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2회 : 생체리듬이 깨졌을때의
신체의 변화 / 생체시계의 교란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
생활개혁 10대 지침 중 과학적 시간관리와 건강관리의 중요성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이 깨고, 밤에 낮처럼 불을 밝혀 놓아도 잠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여행 때 시차로 고생하는 것은 또 왜 그럴까? 이는 하루를 한 주기로 하는 낮과 밤이라는 대자연의 질서 속에 우리 인체가 이에 순응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으며, 몸 속에는 이 리듬을 주관하는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는 생후 100일이 되면 밤낮의 수면 리듬을 찾게 되고, 6년이 되면 거의 정상리듬을 갖게 된다고 한다. 100일 잔치를 하는 것이 생체리듬의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것이라 하겠다.
세균에서부터 인간에 이르는 모든 생물들은 매우 정교한 내부의 생체시계에 의해 움직인다. 이 시계는 해마다 돌아오는 포유류의 출산주기부터 귀뚜라미가 13년마다 한번씩 낮에 나타나는 기현상에까지, 분자적 수준에서 행동 생리학의 많은 부분을 조절하게 된다. 이 생물학적인 시계를 분자적 수준에서 연구한 결과 그 메커니즘이 스위스의 시계 이상으로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생물의 체내에서 작동해 온 생체시계는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잠들고, 깨고, 먹고, 배설하는 일상적인 리듬은 「생체시계」라는
24시간 주기의 조절장치에 의해 작동된다는 이론적 바탕 아래, 그 똑딱거림을
의학·생물학·심리학·물리학·수학 등의 분야들을 종합해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생체시계 원리는 ‘물시계’
밝은 빛에 노출되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는 수면과는 상관없이 빛에 의해 억제되고, 어둠이나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촉진된다.)이 혈액 내에서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멜라토닌양의 차이는 생체 시계를 세팅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뇌의 시신경 교차상핵 뒤 솔방울 모양의 송과선(松果腺; pineal gland, 멜라토닌을 분비함)은 이 멜라토닌을 통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체리듬에 구체적으로 어떤 구실을 하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하버드대- 록펠러대- 다트머스대 공동 연구팀은 이 생체시계가 ‘물시계’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 ‘20여 년간의 미스터리에 도전했다.’고 미 과학전문지 「디스커버」 최근 호가 전했다.
전통적인 물시계는 흐르는 물이 물통에 꽉 차 무거워지면 물통을 뒤집어버리면서 새로운 시간을 설정하게 된다. 생체시계가 이 전통적인 물시계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은 생체 시계가 단지 수동적으로 외부에서 오는 빛이나 온도에 반응할 뿐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시계는 각 세포의 핵에서 작동되기 시작된다. 이 곳에는 항상 생체시계의 작동을 지시하는 특별한 유전자(촉발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독특한 단백질을 생성해낸다. 시계단백질이라 부르는 이 단백질은 인근의 시계 유전자가 동작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 유전자에서 또 다른 시계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꼬리를 물듯 연쇄적으로 시계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마침내 핵 바깥쪽의 세포 안에도 시계 단백질이 꽉 차게 된다. 놀라운 일은 이때 일어난다. 포화된 시계 단백질은 둘씩 짝을 이루어 핵 속으로 침투, 최초의 시계 ‘촉발유전자’를 방해하여, 더 이상의 시계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한다. 생체시계가 꺼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단백질들이 핵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면, 다시 촉발유전자가 스위치를 켜고 작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생체시계의
한 주기가 생물체의 종류나 외부의 빛 같은 자극과는 무관하게 항상
22∼26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신비로운 일이라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빛이 없는 깜깜한 동굴 같은 곳에서 생활해도 인간이 비교적 정확하게
자고 일어나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생체시계는 어디에 있을까?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시계, 즉 중추는 눈 뒤의 뇌 중앙부에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눈에서 두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 바로 위쪽이다. 이곳을 시상하부의 시신경 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라 부른다. 교차란 양쪽 시신경이 이 곳에서 X자로 교차한다는 뜻이며, 상핵은 좌우 시신경이 교차하는 부위 바로 위에 있는 핵이라는 의미다.
시신경 교차상핵이 생체시계라는 사실은 세 가지 방향에서 입증됐다. 첫째는 이 부분을 파괴했을 때 1일 주기 리듬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이 부위를 뇌에서 따로 떼어 내도 이 부위의 움직임이 여전히 규칙적인 리듬을 보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다른 개체의 시신경 교차상핵을 이식할 경우 그 개체의 1일 주기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신경교차 상핵이 파괴되면 신체의 리듬도 사라지게 된다.
생체시계
학자들은 시신경 교차상핵이 생체시계의 전부라고 단언하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다른 시계장치들에 관한 증거가 잇따라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경우에도 시신경 교차상핵이 중심시계(마스터
시계 역할)라는 사실만은 인정되고 있다.
SCN의 24시간 주기와는 다른 생체시계
1. 유전자 타이머(생체 내 스톱워치, 생체의 ‘시간 간격 타이머’)
시간 간격 타이머는 지금까지 잘 알려진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와는 구분된다. 시간 간격 타이머는 예전에는 UFO처럼 취급되었으나,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신경생물학적 증거의 발견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럽산 산비둘기의 수컷과 알을 부화하는 암컷의 경우, 가정의 행복은 타이밍에 있다. 수컷은 아침에 부화를 위해 둥지에 도착해서, 늦은 오후가 되어 암컷이 오면 부화 일을 넘겨주고 둥지를 떠난다. 그러나, 암컷이 몇 시간 늦게 도착하면 늦은 오후에 수컷이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쪼고, 차면서 싸우게 된다. 이것은 두 종류의 생체 시계, 즉 ‘24시간 주기 시계’와 ‘시간 간격 타이머’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24시간 주기 시계는 매일 해에 의해서 맞추어지고, 생체의 호르몬 분비 리듬과 잠 같은 일들을 조절한다. 그리고 위의 예에서는, 암컷 비둘기에게 늦은 오후이니 둥지에 가야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시간 간격 타이머는 몇 분이나, 몇 초가 지났는지를 잴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사냥을 하거나, 또는 육식동물을 피할 때, 언제 움직여야 되는지 알게 해주는 것이다. 수컷 비둘기의 경우, 얼마나 오래 알을 품고 있어야 하는지를 결정해 주는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타이머인 것이다.
이
24시간 주기 시계에 관해서는 지난 20년간 자세히 연구되어 왔으나(‘진화하는
리듬’ 참조), 이 시간 간격 타이머는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이 취급되어져
왔다.
2. 텔로미어(노화관련 생체시계)
또 한가지는 인간의 노화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텔로미어 가설’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세포는 대개 평생 동안 50∼10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한다. 세포의 염색체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뚜껑 구실을 하는 텔로미어가 달려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져 특정 길이 이하가 되면 부여받은 세포의 수명이 끝나면서 노화가 시작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생체시계’인 셈이다. 그러나 이 때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분비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지 않고 세포 분열은 계속된다. 따라서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 또는 복구할 수 있다면, 세포의 수명이 연장돼 결과적으로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설의 요지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에 대한 비관론 또한 만만치 않다. 비판론자들은 무엇보다
실제로 인체 세포 내에 텔로머라제를 투입한다고 가정할 때, 그 세포가
암세포처럼 무한히 증식하지 않도록 텔로미어의 길이를 적당히 복구한
뒤, 자동으로 증식을 멈출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세포 자체의 생존
욕심만 가지고 영원 불멸을 추구하게 되면 조직 전체로서의 균형과 유기성이
파괴된다. 자기 혼자만 오래 살겠다고 버티는 세포들은 곧 암으로 발전해
버리고 말 것이다.” 보스턴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로버트 웨인버그 박사는
“텔로미어 단축 현상은 인체 내에서 암세포가 무한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달한 일종의 방어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이는 것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만드는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이다. 또 신경세포 등 전체
세포의 10% 가량은 텔로미어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생체시계의 기능이 각각의 유전자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래의학」의 저자 제프리 피셔는 생체시계의 보다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물론, 유전자와의 연관성이 규명되는 2010년경 우리의 생체시계를 손목시계처럼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4시간 생체시계가 인체 미치는 영향
인간의 생명체가 모태에서 달이 차면 태어나고, 태어나서 성장하며, 성장 후 노화하는 일련의 과정도 생체리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성의 월경이 한 달의 주기로 온다던가, 자식을 낳은 산달이면 몸에 무언가 이상이 오게 되는 것 등은 우리 인체가 한달 혹은 일년 주기로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생체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낮과 밤의 주기나 계절의 변화에 맞춰져 있다. 수면과 각성 상태, 음식을 섭취하는 일, 모발의 성장, 심장의 박동, 철새의 이동, 근로자의 작업능률 등은 이 생체 시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시차변화, 생활리듬 변화, 교대 근무, 야간 작업등으로 본연의 생체리듬이 방해받는 환경에선 당연히 몸이 병들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낮과 밤의 주기에 따른 신체의 변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계가 있다. 하루 24시간 동안 인간의 신체는 낮과 밤, 밝고 어두움의 주기에 맞추어 활동과 휴식리듬을 되풀이한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 감정을 조절하는 많은 신경전달물질은 각각의 특유한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사고와 행동, 특히 감정은 시간과 계절의 리듬에 따라서 변화한다.
혈액 속의 각종 호르몬 양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성장호르몬과 최유호르몬(프로락틴; 젖을 분비하게 하는 호르몬)은 수면시간에는 늘어나고 낮에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스트레스 방어호르몬인 스태로이드나 카테콜아민은 활동하기 직전인 오전 중에 가장 높다.
1일 주기로 변하는 생체리듬은 체온, 수면, 호르몬 혈중농도, 혈압을 비롯해 1백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1일 주기 생체리듬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체 온이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외부의 온도변화와 무관하게 일정 한 체온을 유지하는 정온 동물이지만, 실제로 하루 24시간 체온을 재어보면 미세한 변화가 포착된다. 새벽 무렵(오전 4시경)에는 가장 낮고 오후 2시∼4시 사이에 가장 높다. 변화의 폭은 1∼1.5도에 이른다.
그리고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밤이 되면 망막에 맺히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 분비량이 증가하는 반면, 아침이 되면 줄어든다. 사람이 밤에 졸린 것은 멜라토닌 호르몬이 수면유도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침 땐 어둡게, 기상 땐 밝게 조명을 유지해주는 것이 빨리 잠들고, 빨리 깨는 방법이다.
밤낮으로 달라지는 것은 멜라토닌 호르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밤엔 자율신경 중 편안할 때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하게 작동해 인체는 휴식에 들어간다. 예컨대 밤엔 심장박동과 혈압이 떨어지며 호흡이 줄어들고 동공이 축소되고 기관지가 수축한다. 반면 낮엔 긴장할 때 작동하는 교감신경이 우세하게 작동해 혈압이 올라가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한다. 따라서 밤에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생리적 현상이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밤에 기침이 심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밤엔 기관지가 수축해 있으므로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이들이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기 쉽다.
청소년기 동안 밤에 충분히 잠을 자야 키가 큰다는 옛말도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키를 자라게 하는 성장호르몬이 낮보다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새벽녘 혈당이 올라가는 것도 성장호르몬 탓이다. 성장호르몬이 혈당을 내리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려움증도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밤엔 땀의 분비가 줄어들고 낮보다 피부의 감각신경이 예민해져,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속쓰림이나 가슴앓이도 밤에 심해진다. 밤엔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산 일부가 식도로 역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은 베개를 높여주고, 취침 서너 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우리 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인체는 계절에 적응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갑상선 호르몬이 증가되어 대사를 촉진하여 에너지의 이용이 증가된다. 부신의 아드레날린(adrenalin) 또한 증가되어 혈압이 다소 증가되는 반면, 여름에는 알데스테론이 증가되어 땀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소변의 배설을 억제하게 된다.
생체시계는 생리적 리듬만 국한하지 않는다. 본인이 느끼는 각성 상태, 기분, 업무수행 능력 등 심리상태도 리듬을 가지고 변화한다. 행복감, 안정감 등의 기분은 아침 기상 후 4시간 정도 지난 늦은 아침에 최고가 된다.
또한 생체리듬 때문에 약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므로 약을 먹을 때는 생체 리듬 시계를 잘 이용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