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09년 준공한 서울 마포구 신수동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32평에 사는 A씨. 최근 7000여만원을 들여 집 전체 인테리어를 바꿨다. 포인트는 현관이었다.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서는 출입구에 ‘아치형 게이트’를 설치한 것. 올해 입주 12년차를 맞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그린’ 43평에 거주하는 B씨도 현관에서 거실과 주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아치형 가벽(假壁)’을 세웠다.
[땅집고] 아치형 가벽을 만든 A씨의 아파트 거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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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시장에 때아닌 ‘아치형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다. 집안 곳곳에 아치형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는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현관, 거실, 주방을 잇는 동선(動線)을 깨끗하게 비워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인테리어가 대세였던 것과 정반대다.
[땅집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아치형 가벽을 세운 상계동 보람그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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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아치형 인테리어를 적용한 상계동 보람그린아파트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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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인테리어가 확산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New-tro)’ 스타일에서 연관성을 찾는다. 뉴트로란 ‘새롭다’(New)와 ‘복고’(Retro)가 합쳐진 신조어. 과거에 유행하던 스타일을 새롭게 해석해 현대적인 복고 느낌으로 재탄생시킨 것을 말한다.
실제 최근 인기 있는 아치형 인테리어는 1980~90년대 유행하던 그것과는 다르다. 과거 아치형 가벽은 몰딩이 잔뜩 들어간 중후한 분위기였다. 요즘 설치하는 가벽은 최대한 심플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윤경희 마음제곱미터 인테리어실장은 “아치형 인테리어는 세대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스타일 중 하나”라며 “젊은층에게는 아늑한 느낌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아치형 가벽에 주로 쓰이는 소재는 MDF다. 나무 톱밥 등에 접착제를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합성수지목재다. 겉을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색깔의 필름으로 감싸서 마감한다. 비용은 어떨까. 크기나 두께에 따라 다르지만 MDF로 만든 가벽이나 중문(中門) 설치에 1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시공이 어렵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땅집고] 침실 창쪽에 아치형 가벽을 세운 마포구 염리삼성래미안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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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다이닝공간 한쪽 벽을 아치형으로 꾸민 서울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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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뿐 아니라 거실벽이나 거실창에 아치형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빈 벽에 아치형 가벽을 덧대 집 전체에 아늑한 느낌을 더하거나, 창틀 모양을 아치형으로 처리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는 식이다. 가벽을 원형 대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에 가깝게 변형해 탁 트인 느낌을 살린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0평 이하 아파트에 아치형 인테리어를 잘못 적용하면 집안이 답답하고 좁아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미스앤루이스 팀장은 “지은지 10년 넘은 30~40평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아치형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고객이 많다”며 “좁은 공간에 아치형 가벽을 설치하거나 작은 문을 무리하게 아치형으로 바꾸면 오히려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