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3년차.
재택근무라고 해봤자 회사원처럼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서
확인받으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편한대로
설교준비하고, 수업할 내용을 정리해서 녹음해놓고,
교단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처리하고,
공식적인 근무는 그게 다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부산에서 행사를 끝내고 2시20분발 서울행ktx를 타야 했는데,
전도사 시취를 받을 예정인 분의 남편이 어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는 연락이 와서
행사를 뒤로 미루었습니다.
재택근무 삼식이의 일과입니다.
아침밥 먹고나면 일주일에 너댓번은 내가 설겆이하고, 그러면 마눌은 커피 끓여놓고,
마눌이 설겆이를 하면 내가 커피 끓이고,
사먹던 점심을 집에서 혼자 차려서 먹고, 설겆이하고.
딸이 재택근무를 하는데 점심은 각기 먹습니다.
딸은 12시에 점심시간 시작되면 나와서 저 먹고싶은 것 차려먹고,
나는 1시10분이 되면 점심을 먹습니다. 사무실에서 항상 1시10분에 점심을 먹던 것이 그냥 습관으로 굳어졌습니다.
커피 끓여서 마시고,
낮잠 자고
(사무실에서는 의자에 뒤로 기대서 잠깐씩 눈을 붙였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2~30분, 아예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잡니다.)
미드나 일드, 영화를 보고,
제 엄마가 제 시간에 드라마를 보지 못한다고 다시보기를 몇년전부터 딸이 신청해놓았는데
얼마전에는 아빠 엄마 보라고 Waave를 신청해주고,
어제는 넷플릭스도 해놓았습니다.
나는 Waave와 P2P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신청을 합니다.
딸이 근무 끝나고 외출을 하지 않으면 둘이 같이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 밥상 차리고 치우고 설겆이하는 것은 딸의 몫.
마눌이 돌아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딸이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하고 제 방으로 가면
나도 마눌에게 "잡시다."
그렇게 재택근무 삼식이의 하루가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