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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종극말(凶終隙末)
흉하게 끝내고, 틈이 벌어져 끝내 헤어졌다는 뜻으로, 처음은 더없이 좋은 사이였으나 이익으로 인하여 틈이 생겨 흉하게 끝을 낸다는 말이다.
凶 : 흉할 흉(凵/2)
終 : 마칠 종(糹/5)
隙 : 틈 극(阝/10)
末 : 끝 말(木/1)
출전 :
사기(史記) 卷八十九
한서(漢書) 卷78
이 성어는 사기(史記) 장이진여열전(張耳陳餘列傳)의 장이와 진여의 관계와 한서(漢書) 소망지전(蕭望之傳)에서 소육(蕭育)과 주박(朱博)의 관계에서 생겨난 말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기(史記) 장이진여열전(張耳陳餘列傳)
장이(張耳)와 진여(陳餘)는 진(秦)나라 말기 대량(大梁) 사람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진여가 나이가 젊으므로 장이를 아버지처럼 섬겼으며, 두 사람은 서로 목이 달아나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만큼 깊은 교분을 맺었다(餘年少,父事張耳,兩人相與為刎頸交).
그러다 천하가 진(秦)나라를 타도 하고자 군웅이 일어나고, 장이와 진여도 진섭(陳涉)의 무리를 따라 조(趙)나라 들어왔다. 그 후 그들은 조왕을 섬기는 재상과 장군이 되었다.
장이와 조왕이 진(秦)나라 군대에 포위되어 위태롭게 되었는데 진여가 장군으로 병사를 많이 거느리고서도 구해주지 않아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 후 장이는 유방(劉邦)을 따르게 되고 진여는 항우(項羽)를 따르게 되었다.
한(漢)나라 유방은 한신(韓信)과 장이를 보내 조나라를 쳤다. 이에 한신과 장이가 정형(井陘)에서 조나라 군대를 깨뜨리고 조나라 왕을 보좌하던 진여를 저수(泜水)에서 목 베었다.
사기 색은(索隱)은 ‘장이, 진여는 천하의 준걸이었으며, 나이를 잊고 목을 내 놓을 정도로 서로 믿었다. 그러나 장이가 거룩에 포위 되었을 때 진여가 군사를 보내지 않아 심히 원망하게 되고 장군 인을 회수하였다. 서로의 이익을 찾아 싸우다가 끝내 틈이 벌어져 피를 흘리게 되는 흉한 일이 되었다’라 했다.
【索隱述贊】張耳、陳餘,天下豪俊。忘年羈旅,刎頸相信。耳圍钜鹿,餘兵不進。張既望深,陳乃去印。勢利傾奪,隙末成釁。
[2] 한서(漢書) 소망지전(蕭望之傳)
전한(前漢) 때 소육(蕭育)은 자가 차군(次君)으로 동해(東海) 난릉(蘭陵) 사람이다. 젊었을 때 진함(陳咸),주박(朱博),왕양(王陽)과 공우(貢禹)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당시 장안(長安)에서는 ‘소육과 주박이 인끈을 매자 왕양, 공우가 벼슬에 나갈 준비를 한다’ 했다.
少與陳咸、朱博為友,著聞當世。往者有王陽、貢公,故長安語曰「蕭、朱結綬,王、貢彈冠」,言其相薦達也。
당시 주박(朱博)은 두릉정장(杜陵亭長)으로 말직이 였으나 소육과 진함이 이끌어 줬다. 이에 주박은 자사(刺史), 군수(郡守)를 거쳐 구경(九卿)의 재상 자리에 먼저 올라갔다.
소육과 진함도 나중에 재상 반열에 올랐으나 주박과 틈이 생겨 끝까지 우정을 나누지 못했다. 해서 세상에서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고 했다.
始育與陳咸俱以公卿子顯名,咸最先進,年十八為左曹,二十餘御史中丞。時朱博尚為杜陵亭長,為咸、育所攀援,入王氏。後遂並歷刺史郡守相,及為九卿,而博先至將軍上卿,歷位多於咸、育,遂至丞相。育與博後有隙,不能終,故世以交為難。漢書卷七十八 蕭望之傳 第四十八
⏹ 흉종극말(凶終隙末)
우정을 끝까지 잘 지켜 나가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옥단전(玉丹傳)
초한(楚漢)이 경쟁할 당시 장이(張耳)와 진여(陳餘)는 대량(大梁)의 명사(名士)로 명망이 높았다.
처음에 두 사람은 부자(父子)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여러 역경을 함께 겪으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나중에 권력을 다투게 되자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
끝내는 장이가 지수(泜水)가에서 진여의 목을 베기에 이르렀다. 흉종(凶終), 그 시작은 참 좋았는데 마지막은 흉하게 끝이 났다.
전한(前漢) 시절 소육(蕭育)과 주박(朱博)은 절친한 벗이었다. 처음에 주박은 두릉정장(杜陵亭長)이란 낮은 벼슬에 있었다. 소육이 그를 적극 추천해서 차츰 승진해 구경(九卿) 지위에 올랐다.
정작 장군과 상경(上卿)을 거쳐 승상 자리까지 오른 것은 주박이 먼저였다. 이후 두 사람은 사소한 틈이 벌어지면서 오해가 오해를 낳아 극말(隙末), 즉 끝내 완전히 갈라서서 원수가 되고 말았다.
흉종극말(凶終隙末)은 세상에서 벗 사이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때는 의기가 투합해서 죽고 못 사는 사이였는데, 나중엔 싸늘히 돌아서서 서로를 헐뜯다 못해 죽이기까지 했다. 왜 그랬을까? 견리망의(見利忘義),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를 잊었기 때문이다.
구양수(歐陽脩)가 장지기(蔣之奇)를 어사로 천거했다. 장지기는 구양수를 몰래 무고해서 박주지사로 쫓아냈다.
구양수는 이때 올린 표문에다 이렇게 썼다. "예형(禰衡)을 천거한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예(羿)를 쏜 화살을 이미 당겼네(未乾薦禰之墨, 已關射羿之弓)."
한나라 때 공융(孔融)이 40세에 20여 세의 예형을 아껴 글을 올려 천거했다.
방몽(逢蒙)은 예(羿)에게서 활 쏘는 법을 배웠다. 다 배운 뒤 천하에 자기보다 나은 이가 예밖에 없다고 여겨 스승을 쏘아 죽였다. 구양수는 자신이 장지기를 진심으로 아껴 천거했는데, 막상 돌아온 것은 차디찬 배신과 저격이었다는 말을 이렇게 썼다.
한때 동지를 외치며 어깨를 겯던 이들이 한순간에 사생결단하고 싸운다. 그 곁에서 어제의 원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손을 잡는다. 저마다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은 서로의 셈법이 있었을 뿐이다.
▶️ 凶(흉할 흉)은 ❶지사문자로 兇(흉)과 동자(同字), 恟(흉)과 통자(通字)이다. 텅빈(위튼입구몸(凵; 위가 터진 그릇)部) 함정의 갈라진(오) 틈새로 빠져 '운수가 나쁘다, 흉하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凶자는 '흉하다'나 '흉악하다, 운수가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凶자는 凵(입 벌릴 감)자와 㐅(다섯 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凶자는 짐승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든 함정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凵자는 구덩이를 그린 것이고 㐅자는 구덩이에 이미 무언가가 빠졌음을 표현한 것이다. 凶자는 구덩이에 빠진 사람이나 짐승이 흉한 일을 당했다는 의미에서 '흉하다'나 '운수가 나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凶(흉)은 ①흉하다(凶) ②흉악하다(凶惡) ③해치다(害), 사람을 죽이다 ④두려워하다,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⑤부정하다(不貞), 사악하다(邪惡) ⑥앞일이 언짢다 ⑦운수가 나쁘다 ⑧다투다, 시비(是非)를 벌이다 ⑨흉년(凶年), 기근(飢饉) ⑩요절(夭折: 나이가 젊을 때 죽음) ⑪재앙(災殃), 재난(災難)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길할 길(吉), 풍년 풍(豊)이다. 용례로는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데 쓰는 연장을 흉기(凶器), 좋은 일과 언짢은 일을 흉길(凶吉), 불길한 조짐을 흉조(凶兆), 성질이 거칠고 사나움을 흉악(凶惡), 겉에 드러나는 추한 몰골을 흉상(凶相), 성질이 그늘지고 험상궂은 사람을 흉물(凶物), 흉악한 계략을 흉계(凶計), 흉하고 언짢은 일 또는 사람이 죽은 일을 흉사(凶事), 재난이나 부정이 있다고 꺼리는 날을 흉일(凶日), 드는 사람마다 흉한 일을 당한다고 하는 불길한 집을 흉가(凶家), 곡식이 잘못되어 농사가 결딴남을 흉황(凶荒), 곡식 따위 산물이 잘되지 아니하여 주리게 된 해를 흉년(凶年), 농사가 잘 안되어 소출이 아주 적음을 흉작(凶作), 물고기가 아주 적게 잡힘을 흉어(凶漁), 좋은 일과 언짢은 일을 길흉(吉凶), 마음이 음침하고 흉악함을 음흉(陰凶), 간특하고 흉악함 또는 그러한 사람을 간흉(奸凶), 흉년을 면함을 면흉(免凶), 잇달아 드는 흉년을 연흉(連凶), 지독하게 심한 흉년을 살흉(殺凶), 흉포한 무리를 평정함을 이흉(夷凶), 재앙이나 흉년을 당한 데 대하여 측은하게 여김을 은흉(隱凶), 우정을 끝까지 잘 지켜 나가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흉종극말(凶終隙末), 성질이 거칠고 사나우며 도의심이 없다는 말을 흉악무도(凶惡無道), 한편 흉하기도 하고 한편 길하기도 한다는 말을 반흉반길(半凶半吉), 길흉과 화복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을 길흉화복(吉凶禍福), 논밭을 갈거나 씨를 심거나 하면 농사에 해롭다는 날을 이르는 말을 전흔흉일(田痕凶日), 흉한 일을 피하고 좋은 일에 나아간다는 말을 피흉취길(避凶就吉) 등에 쓰인다.
▶️ 終(마칠 종)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冬(동, 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冬(동, 종)과 바느질을 다 하고 나서 실(실사(糸; 실타래)部)을 매듭짓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마치다를 뜻한다. 冬(동; 겨울)은 네 계절(季節)의 끝이므로 실 사(糸; 실타래)部를 덧붙여 감긴 실의 끝이 되고 널리 끝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終자는 ‘끝나다’나 ‘마치다’, ‘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終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冬(겨울 동)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冬자는 새끼줄 양 끝에 매듭을 묶어 줄이 풀리지 않게 일을 마무리했다는 의미에서 ‘끝내다’나 ‘마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冬자가 ‘겨울’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糸자를 더한 終자가 ‘끝내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終(종)은 끝,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①마치다 ②끝내다 ③사람이 죽다 ④다하다 ⑤이루어지다, 완성되다 ⑥채우다, 상당하다 ⑦끝, 마지막 ⑧사방 백 리의 땅 ⑨열두 해 ⑩윤(閏)달 ⑪항상(恒常), 늘 ⑫마침내, 결국(結局) ⑬비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마칠 졸(卒), 마칠 필(畢), 마칠 준(竣), 마칠 파(罷), 그칠 지(止), 끝 말(末), 끝 단(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처음 초(初), 비로소 시(始)이다. 용례로는 일을 마침을 종료(終了), 끝이나 끝판을 종말(終末), 끝을 냄을 종결(終結), 그 날의 업무를 마침을 종업(終業), 맡아보던 일을 끝냄을 종무(終務), 죽을 때까지를 종신(終身), 필경에 또는 마침내를 종내(終乃), 마지막과 처음을 종시(終始), 전쟁이 끝남을 종전(終戰), 한 때 매우 성하던 것이 주저앉아서 그침을 종식(終熄), 간행을 끝냄 또는 끝낸 그것을 종간(終刊), 마지막에 다다른 판국을 종국(終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사이를 종일(終日), 최종으로 도착함을 종착(終着), 끝을 냄이나 끝이 남을 종지(終止), 죽거나 없어져서 존재가 끝남을 종언(終焉), 결정이 내려짐을 종결(終決), 맨 끝이 되는 곳을 종점(終點),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를 임종(臨終), 단계나 차례에 있어서 맨 나중을 최종(最終), 오복의 하나로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을 고종(考終),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연종(年終), 끝을 완전히 맺음을 유종(有終), 나중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를 내종(乃終), 사람의 목숨이 끊어져 죽는 때 또는 일의 마지막을 망종(亡終), 끝이 없음을 무종(無終), 좋지 않은 최후를 악종(惡終), 유종의 미를 거둠을 선종(善終), 처음과 끝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시종(始終),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음을 종시일관(終始一貫), 끝내 소식이 없음을 종무소식(終無消息),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사모의 정을 종천지모(終天之慕), 그 사람을 한평생 인간다운 대접을 해 주지 않는 일을 종신불치(終身不齒),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없는 질병을 종신지질(終身之疾), 빚돈을 갚지 않음을 종불출급(終不出給), 끝내 방문하지 않음을 종불투족(終不投足), 어떤 일을 한번 끝내어 마쳤다가 다시 시작함을 종이부시(終而復始), 끝내 회개하지 않음을 종불회개(終不悔改), 식사를 하는 짧은 시간이라는 뜻으로 얼마 되지 않는 동안을 종식지간(終食之間), 하루낮 동안 들이는 수고를 종일지역(終日之役), 영원히 계속되는 슬픔을 종천지통(終天之痛), 처음부터 끝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자초지종(自初至終),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관철함을 시종일관(始終一貫), 처음이나 나중이 한결같아서 변함 없음을 시종여일(始終如一), 처음에는 부지런히 하나 나중에는 게으름을 이르는 말을 시근종태(始勤終怠), 끝까지 굳게 참고 견딤을 견인지종(堅忍至終), 부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기를 원하다는 뜻으로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이르는 말을 원걸종양(願乞終養), 우정을 끝까지 잘 지켜 나가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흉종극말(凶終隙末) 등에 쓰인다.
▶️ 隙(틈 극)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극)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隙(극)은 ①틈, 벌어진 틈 ②구멍 ③흠, 결점(缺點) ④겨를, 여가(餘暇), 짬 ⑤원한(怨恨), 불화(不和) ⑥놀리고 있는 땅 ⑦갈라지다, 터지다 ⑧비다, 경작(耕作)하지 않다 ⑨이웃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틈을 극간(隙間), 틈이나 틈새를 극혈(隙穴), 빈 집을 극우(隙宇), 달리는 말을 틈으로 봄과 같다는 극구(隙駒), 사물 사이의 틈 또는 사귀는 사이나 의견 등에서 생기는 틈을 간극(間隙), 틈이나 겨를을 가극(暇隙), 틈이 생김이나 사이가 나빠짐을 우극(尤隙), 벽의 갈라진 틈을 결극(決隙), 틈 또는 사람들의 사이가 벌어져서 생기는 불화를 흔극(釁隙), 문의 틈을 문극(門隙), 농사의 여가를 농극(農隙),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좋지 않은 사이를 구극(仇隙), 시간이나 기화의 틈이 생기기를 기다림 또는 기회를 기다림을 사극(俟隙), 시간이나 기회의 틈을 엿봄을 사극(伺隙), 틈을 탐을 투극(偸隙), 문틈을 호극(戶隙), 겨를이나 틈을 탐을 저극(抵隙), 서로 불화가 생길 틈을 만듦을 구극(構隙), 창문의 틈을 창극(窓隙), 어떤 행동을 할 만한 좋은 기회를 만듦을 수극(脩隙), 빈 틈이나 겨를을 공극(空隙), 개인 간의 불화를 사극(私隙), 광속의 단면을 적당히 제한해서 통과시키기 위한 빈 틈을 세극(細隙), 작은 틈새 또는 사소한 불화를 소극(小隙), 난청자에게 있어서 일정한 좁은 범위의 진동수의 소리밖에 들을 수 없는 그 범위를 음극(音隙), 얼마 안 되거나 짧은 겨를을 촌극(寸隙), 잠시 틈을 탐이나 겨를을 이용함을 승극(乘隙), 한가로운 틈이나 겨를을 한극(閑隙), 틈이나 구멍을 공극(孔隙), 서로 싫어서 벌어진 틈을 혐극(嫌隙), 흘러가는 세월의 빠름은 달려가는 말을 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고 짧음을 극구광음(隙駒光陰), 기회를 노리고 틈을 엿봄을 승기저극(乘機抵隙), 흰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으로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백구과극(白駒過隙), 우정을 끝까지 잘 지켜 나가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흉종극말(凶終隙末),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게을리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소극침주(小隙沈舟) 등에 쓰인다.
▶️ 末(끝 말)은 ❶지사문자로 末(말)은 나무(木)의 위쪽에 표적(一)을 붙여 나무의 가지 끝을 나타낸다. 나중에 나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의 끝이란 뜻으로 쓰인다. ❷지사문자로 末자는 ‘끝부분’이나 ‘꼭대기’를 뜻하는 글자이다. 末자는 木(나무 목)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末자는 나무의 ‘끝부분’을 가리키고 있는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금문에 나온 末자를 보면 木자의 상단에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나무의 끝부분을 가리킨 것으로 ‘끝’이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末자는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未(아닐 미)자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末자는 나무의 끝부분이 길게 그려져 있지만 未자는 짧게 쓰고 있으니 이러한 차이점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末(말)은 ①끝, 꼭대기 ②마지막, 하위(下位) ③시간(時間)의 끝 ④늘그막 ⑤지엽(枝葉), 중요하지 않은 부분 ⑥말세(末世), 어지러운 세상 ⑦사지(四肢), 수족(手足) ⑧등(=背) ⑨신하(臣下), 백성(百姓) ⑩상공업(商工業) ⑪가루 ⑫마침내, 드디어 ⑬보잘것없다, 낮다 ⑭천하다 ⑮얇다, 박하다 ⑯없다 ⑰칠하다, 문지르다 ⑱늙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그칠 지(止), 끝 단(端), 마칠 종(終),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비로소 시(始), 근본 본(本)이다. 용례로는 끝장의 때나 시기를 말기(末期), 어떤 시대나 세기를 셋으로 나누었을 때 맨 끝 무렵을 말엽(末葉), 사물의 맨 끝이나 조직의 가장 아랫 부분을 말단(末端), 쇠퇴하여 끝판이 다 된 세상을 말세(末世), 책 또는 문서에 끝부분 또는 어느 기간의 끝 부분을 말미(末尾), 끝자리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손아랫 사람이 앉는 자리를 말석(末席), 일생의 말기를 말년(末年), 가장 가벼운 죄에 처함을 말감(末勘), 그 달의 마지막 날을 말일(末日), 변변하지 못한 재주를 말기(末技), 끝장이나 막바지를 말로(末路), 한 주일의 끝을 주말(週末),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연말(年末), 끝이나 끝판을 종말(終末),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경과나 본말을 전말(顚末), 끝장으로 일을 맺는 끝을 결말(結末), 사물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는 부분을 본말(本末), 일의 처음과 끝 또는 일의 전말을 시말(始末), 딱딱한 물건을 보드라울 정도로 잘게 부수거나 갈아서 만든 것을 분말(粉末), 가지가 크면 줄기가 부러진다는 뜻으로 지족이 강대하면 종가가 쓰러진다는 말을 말대필절(末大必折), 아주 엉망이 되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말여지하(末如之何), 힘찬 활에서 튕겨나온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비단조차 구멍을 뚫지 못한다는 강노지말(强弩之末),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뜻으로 사물의 질서를 일컫는 말을 물유본말(物有本末), 가을철에 털갈이하여 가늘어진 짐승의 털끝이라는 뜻으로 매우 가는 것을 이르는 말을 추호지말(秋毫之末), 한 해의 마지막 때와 새해의 첫머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연말연시(年末年始), 우정을 끝까지 잘 지켜 나가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흉종극말(凶終隙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