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야구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민 건 이택근 트레이드였다. 다음은?(사진=신주영 작가) |
Q. ‘설마’하던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택근(29)이 LG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야구팬이 깜짝 놀랐는데요. 트레이드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소문 역시 무성합니다. 먼저 히어로즈가 심각한 재정난을 해결하려고 이택근을 트레이드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히어로즈는 많은 선수 가운데 팀의 간판타자인 이택근을 트레이드 카드로 쓴 건지, 왜 LG는 투수가 아닌 외야수 이택근을 영입한 것인지도 알려주십시오. 항간에 떠도는 삼각트레이드와 히어로즈의 연쇄 트레이드 가능성도 묻고 싶습니다. - 용혜선 외 232명 -
A. 야구계가 떠들썩하다. 히어로즈 외야수 이택근의 트레이드 때문이다. <스포츠춘추>에서 이택근 트레이드의 이면을 취재했다.
1. 히어로즈, 재정난으로 위기다?
지난해 우리 담배와 결별하고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서브스폰서와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아직 메인스폰서는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히어로즈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은 있지만, 100억 원 이상의 스폰서비에 난색이다. 그 돈을 대느니 차라리 히어로즈를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이 사장은 구단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 ‘히어로즈식 구단 운영이 성공해야 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년만 잘 버티면 구단 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른다’고 판단한다.
이택근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는 ‘24억 원+α’을 확보했다. 급한 불을 끄거나 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시즌 운영비로 최소 150억 원 이상이 필요한 프로야구단에서 24억 원은 그야말로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다.
히어로즈의 재정은 좋지 않다. 그래서 소문도 많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이럴 바에 7개 구단으로 운영하는 편이 낫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편에선 "그분들이 과연 한번이라도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는지 묻고 싶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사진=신주영 작가) |
하지만, 히어로즈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 시즌 운영비 조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급한 불’도 밖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히어로즈 프런트의 연봉은 전해보다 30%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연봉총액도 다른 구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그간 밀린 갖가지 대금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일본에 있는 모 스포츠용품사는 시즌 말미 밀린 대금을 모두 결제받았다. 일부에서 ‘히어로즈가 재정적으로 위기까지 몰린 건 아니다’라고 분석하는 배경이다.
올 시즌 중반 안산 돔구장 건설과 관계가 깊은 모 건설사가 비밀리에 히어로즈 관계자와 접촉했다. 그 자리에서 건설사 측 인사는 히어로즈에 “안산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해줄 것”을 요청하며 연고지 이전에 따른 갖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이 건설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보상안을 요구했다. 그만큼 앞으로 구단 운영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아직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2. 히어로즈는 왜 이택근을 보냈나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을 제주도 마무리캠프에서 만났을 때 그는 기자에게 수첩을 보이며 장시간 동안 내년 시즌 스프링캠프 계획을 들려줬다. "어렵지만, 이 선수들을 데리고 4강에 도전하겠다"는 게 당시 김 감독의 포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수첩 속 인물 가운데 누군가는 내년 스프링캠프를 히어로즈가 아닌 다른 팀에서 보낼 수 있다(사진=유효상) |
프로 7년 차 이택근의 개인 통산 성적은 타율 3할1푼, 55홈런, 285타점, 79도루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후유증에도 올 시즌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1리, 15홈런, 66타점, 43도루를 기록했다.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그가 김현수(두산), 박용택(LG)과 함께 외야 부문 수상자로 뽑힌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김시진 감독이 내년시즌을 대비해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 대신 외국인 투수 1명을 영입하기로 한 것도 이택근이 이끄는 중심타선의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이택근을 LG로 트레이드했다. ‘타선 약화’를 뻔히 알면서 팀의 중심타자를 내보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히어로즈의 자금난과 LG가 이택근을 원한 까닭이 가장 큰 트레이드 배경이지만, 히어로즈에서 ‘No’를 했으면 그만이었다. 정작 히어로즈가 이택근을 트레이드 카드로 삼은 건 ‘이범호 학습효과’ 때문이었단다.
히어로즈의 고위 관계자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이범호의 몸값이 50~60억 원 사이에서 형성되는 걸 보고 경영진이 상당히 놀란 것 같다”며 “2011시즌이 끝나고 이택근이 FA로 풀렸을 때 과연 우리가 그 친구를 잡을 수 있을지 (경영진에서)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지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발 나아가 이택근이 2년 뒤 이범호처럼 팀을 떠날 게 확실하다면, 그것도 국내가 아닌 국외 행을 선택해 구단에서 일절 보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 차라리 지금 이택근을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단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히어로즈가 이택근 트레이드를 내년이 아닌 올해로 잡은 건 영리한 선택이었다”며 “FA를 1년 앞둔 선수보단 2년 정도 여유가 있는 선수가 매물로써 더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3. LG, 어째서 이택근이었나.
밖으로 드러난 이유는 우타 외야수 확보다. 그도 그럴 게 LG 외야진은 좌타 일색이다. 이대형, 박용택, 이진영이 그렇다. 여기다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방출된 이병규까지 가세한다면 좌타자가 더 늘어난다.
사실 좌타자가 많은 건 문제가 아니다. LG에 우타자가 없고, 쓸만한 우타자는 더 없다는 게 문제다. 올 시즌 LG 우타자는 8개 구단에서 유일하게 3천 타석(2,865) 이하에 들어서 가장 적은 안타(622)와 홈런(66)을 기록했다. 우타자 팀 타율 역시 2할5푼4리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나마 3루수 정성훈이 있기에 다행이었다. 그까지 없었다면 LG의 우타자는 좌타자의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LG는 이택근을 중심타선에 배치하려 한다. 박용택, 이대형, 이진영, 이택근, 정성훈 등으로 짜인 LG 타선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포지션이다. 이병규라도 가세한다면 가뜩이나 주전 경쟁이 치열한 외야 포지션이 과포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LG 코치진은 이를 ‘환영할 고민’으로 생각한다. LG의 한 코치는 사견을 전제로 “이대형, 이택근, 이진영이 외야 한 자리씩을 맡으면 두산과 SK에 견줄 만큼 탄탄한 외야 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비를 중시하는 박종훈 감독의 야구관과도 일치한다고. 여기다 박용택의 약한 어깨 때문에 더는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단다.
그렇다면 이병규와 박용택의 포지션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두 선수 다 같이 외야를 기본으로 하되, 번갈아 1루수와 지명 타자를 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그 코치의 사견이었다.
이택근을 영입한다면 LG 외야 수비는 이전보다 탄탄해질 것이다(사진=신주영 작가) |
이택근의 영입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전력강화에만 유용한 건 아니다. 팀 내 주전 경쟁을 가속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는 최동수, 안치용 등 베테랑과 작은 이병규, 박병호 등 젊은 야수들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장점을 더 표출하길 바란다. 그것이 박 감독의 내년 시즌 목표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LG는 어째서 투수가 아닌 이택근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올 시즌 LG의 부진은 약한 투수력 때문이었다. 선발과 구원 모두 부진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최종 성적이 1위 KIA와 2위 SK를 제외하고 하나같이 팀 평균자책 순임을 고려할 때 투수력 보강은 지상과제다.
LG의 전임감독이었던 모 인사는 “내년시즌 투수진 운영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라며 “외국인 투수보강과 부상 선수 회복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LG는 아직 외국인 선수 2명을 결정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2명 영입으로 마운드를 강화하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나온 소리가 페타지니 잔류다. 그러나 이택근이 LG 유니폼을 입는다면 페타지니보다 기대치가 다소 떨어져도 외국인 투수가 낫다는 계산이다. 모 스카우트도 “LG가 꽤 괜찮은 외국인 투수 2명을 물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LG는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동한 5명의 투수를 영입 후보군으로 정하고, 면밀히 관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이형종과 어깨수술 뒤 허벅지 부상으로 주춤했던 박명환의 재활성과가 좋다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나 이형종은 내년시즌 기대해도 좋을 만한 공을 던진다는 평가다. LG는 히어로즈에서 좌투수 이상열을 영입하며 불펜도 강화했다. 올 시즌 가능성을 보인 이동현과 이범준도 내년시즌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 2명과 에이스 봉중근 여기다 이형종과 박명환이 가세한다면 LG 선발진은 어느 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LG가 투수 대신 이택근을 영입한 자신감이자 내년시즌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4. 삼각 트레이드는 있나?
올 시즌 정성훈이 없었다면 LG는 '좌타공화국'이 됐을 것이다(사진=LG) |
이택근 트레이드 뒤 여러 소문이 나왔다. 대표적인 소문이 ‘삼각 트레이드’다. LG가 이택근을 투수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일부에선 선수협 활동으로 미운털이 박힌 롯데 손민한을 이택근의 트레이드 상대로 꼽았다. 그러나 손민한이 LG 유니폼을 입을 확률은 낮다. LG는 삼성과 함께 선수협 활동에 가장 부정적인 구단이다.
이택근이 롯데가 아닌 다른 팀 투수와 바뀔 가능성도 적다. 이택근 정도의 타자와 1:1로 트레이드될 투수라면 그 팀의 에이스거나 최소 3선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정도 투수라면 상대가 이택근이라도 선뜻 내주기 어렵다. 가뜩이나 괜찮은 선발자원이 부족한 리그 상황을 고려할 때 그렇다. 만약 그 정도 투수가 아니라면 LG도 이택근을 내줄 이유가 없다.
삼각 트레이드는 그래서 낭설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단, 제2, 제3의 트레이드는 예외다.
5. 히어로즈의 다음 트레이드 카드는?
야구계는 이택근의 LG행을 연쇄 트레이드의 신호탄으로 본다. 항간에는 벌써 ‘장원삼의 삼성행’과 ‘이현승의 두산행’을 점친다. 지금까지 상황만 본다면 유력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연쇄 트레이드가 몇 탄에서 멈추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황재균, 강정호, 강윤구 등 8명을 빼고 모두 트레이드 대상”이라는 이장석 사장의 말을 떠올리며 “팀 내 주요선수를 대거 팔지 않겠느냐”는 극단적인 예상까지 한다. 야구인들의 친목단체인 <일구회>가 성명서를 내고 이택근 트레이드에 우려를 나타낸 것도 자칫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가 도를 넘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고위층 인사는 “이택근 트레이드를 포함해 3탄에서 멈추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히어로즈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야구인도 “3명 정도 유니폼을 바꿔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덧붙여 다소 흥미로운 설명을 곁들였다. 바로 트레이드의 성격이다.
이 야구인은 히어로즈의 이택근 트레이드 배경을 “현금확보”라고 규정했다. 나머지 1명은 “전력보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1명에 대해선 “이미 현금확보를 위해 사용된 카드”라고 말했다.
현금확보는 그렇다손 쳐도 전력보강 차원은 무슨 뜻일까. 히어로즈는 내년시즌 불펜강화가 과제다. 이유가 있다.
올 시즌 히어로즈의 팀 평균자책은 5.40이었다. 이 가운데 구원투수진의 평균자책은 4.95였다. 선발진 평균자책 5.89보단 나았지만, LG와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특히나 히어로즈는 7회부터 9회 사이 평균자책이 리그에서 LG 다음으로 가장 높은 4.76이었다. 7회까지 선전하다가 결국 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었다.
따라서 히어로즈는 수준급 선발투수를 활용해서라도 특급 불펜을 영입하겠다는 계산이다. 가능하다면 마무리 능력을 겸비한 투수이길 바란다. 항간에 떠돌듯 두산과 트레이드를 한다면 두산이 바라는 왼손 선발투수를 내주는 대신 특급 불펜을 데리고 올 확률이 높다. 히어로즈는 건강한 팔과 강인한 정신력을 겸비한 젊은 투수라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만약 1안이 여의치 않다면 중간과 선발 경험을 동시에 갖춘 중고참 투수가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젊은 야수가 동반 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택근 트레이드’를 KBO가 승인한다면 곧바로 추가 트레이드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는 상관없이 두산 선수들은 서울시립 '소년의 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사진=두산) |
+ <스포츠춘추>가 취재한바 히어로즈와 물밑에서 트레이드 관련 대화를 주고받은 구단은 KIA를 뺀 6개 구단이었다. 이 가운데 5개 구단에서 이현승을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구단에선 30억 원+α를 제시하며 젊은 야수 영입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그 선수가 “8명의 트레이드 불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며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첫댓글 두산에서 마무리나 중간계투가 한명 갈 모양이군요...두산팬들의 의견이 분분하겠군요
이현승 선수 안데리고 와도 한 사람이 윤학길 코치님이라고 하시던데......도대체 우리 투수들 기량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올해 8개구단 최약체 투수력이었는데......우리 투수들 왜 능력을 코치들에게만 보여주는 걸까요? 우리도 보고 싶네요;;;;;;;; 여튼 윤학길 코치님 믿습니다. SK같은 철벽 마운드 구축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