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오직 당신에게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키워온 말입니다 아직은 익지 않았습니다 내가 할 말은 세상에 없는 첫 향기일 것입니다 어떤 냄새와도 다른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마음입니다
비슷한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껍질만 닮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은 저온 창고의 과일들처럼 이미 죽은 말입니다 나는 당신께 살아 있는 말을 건네러 왔습니다 나는 처음을 꺼냅니다 나는 당신을 빨강합니다 이토록 싱싱한 나의 빨강을 당신께 드립니다
-『세계일보/詩의 뜨락』2023.08.18. -
〈이대흠 시인〉
1968년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집으로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물속의 불’ ‘귀가 서럽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등이 있음. 조태일문학상,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