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아프리카는
과연 실재하는 아프리카일까?
영화 〈부시맨〉에서 〈블랙 팬서〉까지,
아프리카 54개국을 아우르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구의 시선에 의해 철저히 타자화된 아프리카.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의 구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를 위해 글로벌 시민들,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다음 세대들이 생각해야 할 출발점은 어디일까? …… 몇 편의 영화에 대한 단순한 비평 수준을 넘어,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깊이 성찰한 아프리카 이야기가 곳곳에서 교차하며 전개되기에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는 저술이 되었다. _ 「추천사」 중에서 마동훈(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제국주의 국가들이 마구잡이로 그은 국경선은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식민의 잔재를 남겼고, 왜곡된 이미지를 양산했다. 아프리카에 관한 영화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과거에 묶어두기도 하고, 편견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을 담기도 한다.
저자는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아프리카와 스크린 뒤에서 흐르는 그들의 삶과 시간을 넘나들며, 타자에 의해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아프리카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인 이 책은, 더 넓은 세상을 품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벗이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이은별
아프리카 현장과 학계를 오가는 문화연구자다. 고려대학교에서 「튀니지의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외교센터, 경인여자대학교 교양교육센터에서 연구와 강의를 겸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에세이 「경계 밖의 아프리카 바라보기, 이제는 마주보기」로 2012년 외교부 장관상을 받았고, EBS <세계테마기행> 르완다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 『시네 아프리카』 후속작을 집필하기 위해 짐바브웨에 머무르고 있다.
📜 목차
추천사: 아프리카의 미래 정체성에 대한 소고 _ 마동훈
프롤로그: 왜 아프리카 영화인가?
Part I 보여지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팩트 체크
01 우리가 생각하는 ‘그’ 아프리카: 시대를 관통하는 고정된 이미지
02 아프리카, 노스탤지어: 아프리카를 향한 제국주의 시선
03 아프리카 동물원: 동물의 왕국에서 피어난 사랑과 혐오
04 여기가 바로 아프리카, T.I.A. :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된 자원
05 죽어야 끝나는 전쟁: 1994년 4월, 천 개의 언덕에서
06 무법자와 영웅: 보코하람, 알샤바브, 해적 그리고 구원자
Part II아프리카의 목소리: 편견에 맞서는 아프리카
07 겨우 목소리를 낸 이들의 거짓말: 소년병과 난민의 생존기
08 아프리카의 리더십: 홀로 일어설 수 있는 힘
09 마그레브의 식민 저항운동: 아프리카도, 유럽도 아닌 여긴 어디?
10 아프리카의 사회 통합: 무지개의 나라, 남아공
11 아프리카의 영화 산업: 삶이 곧 영화, 놀리우드
12 아프리카의 삶을 바꾸는 교육: 가난을 극복하는 배움
Part III아프리카의 내일: 미래를 짓는 아프리카
13 아프리카와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용기: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경계 허물기
14 아프리카 여성으로 살아가기: 이중으로 억압된 자들의 도전
15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 전통과 현대의 줄다리기
16 아프리카인 디아스포라: 아프리카 밖의 아프리카인
17 아프리카를 향한 인류애: 더 나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하여
에필로그: 안녕? 안녕, 아프리카
📖 책 속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시각적 오류도 한몫한다. 시각적 차원에서,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과 얼추 비슷해 보인다.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에 따라 제작된 세계지도는 둥근 지구를 평면에 그려 넣어 고위도로 갈수록 실제보다 면적이 훨씬 커 보인다. 예컨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메르카토르 기법에 따라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이 그린란드보다 14배나 크다. 사실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 그린란드, 인도, 중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을 모두 품고도 여유가 있는 크기다. 이처럼 거대한 면적만큼 지리적인 환경도 다채롭다.
--- p.14~15, 「프롤로그」중에서
이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최초 인류 화석의 이름을, 발굴 당시 학자들이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1967)를 듣다가 ‘루시’로 지은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유럽의 식민지 팽창은 지리적 점령과 함께 서구식 지도 그리기mapping와 이름 짓기naming로 드러난다.
--- p.44~45, 「2장 아프리카, 노스탤지어」중에서
처음에는 속박된 관계에 대한 염증쯤으로 받아들였던 카렌은 온 정성을 다해 꾸려온 커피 농장이 한순간의 화재로 모두 소실되고 나서야 그 참뜻을 깨닫는다. 케냐의 땅도, 커피 농장도, 함께 일궈온 케냐 현지 직원들도 누군가에게 예속될 수 없음을, 그리고 그러한 생각 자체가 폭력적일 수밖에 없음을 아프리카 밖out of으로 나와서야 알게 되며, 아프리카의of 본질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케냐의 목가적인 풍경은 남녀 주인공의 서정적이면서도 애틋한 로맨스 서사와 맞물려 문명과 야만의 대립을 감춰버린다.
--- p.49, 「2장 아프리카, 노스탤지어」중에서
사실 이들은 원래 어부였다. 해적이 되기 전에는, 자연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면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1991년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가 되자 조업에 대한 규제나 해양 경비가 마비되었다. 이때 소말릴란드에서 아덴만을 두고 정북 쪽으로 200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의 예멘 어부들이 소말리아 연안에서 풍부한 어자원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갔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크고 작은 배들이 유독성 불법 폐기물을 투기하여 사실상 고기잡이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소말리아 어부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내륙의 고위 관료는 소말리아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허가증을 무작위로 발급해 주거나, 해적의 산업화를 용인하며 인질 몸값의 일부를 나눠 갖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다.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한때 소말리아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는 그렇게 본래의 가치를 잃어갔다.
--- p.135, 「6장 무법자와 영웅」중에서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난민으로 내몰았을까? 우리는 오늘날 뉴스를 통해 끊임없는 분쟁과 그로 인한 난민 문제를 접하지만, 이는 아프리카의 과거 식민지 경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오늘날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식민의 잔재들은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때 서구 열강의 이익에 따라 마구잡이로 그어버린 국경선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학적 속성, 다시 말해 부족국가로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강요는 부족 간에 미움만 남겼다.
--- p.135, 「7장 겨우 목소리를 낸 이들의 거짓말」중에서
또한,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주권, 영토의 기반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다져오지 못했기에 식민지 독립 후 각 나라의 수장은, 타인에 의해 제한된 영토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토착어를 사용해 온 다양한 부족을 한 국가의 국민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국민국가는 철저히 유럽식 근대 개념이었고, 수많은 부족이 뒤섞여 살아온 대륙에서 한 국가의 국민으로 모여 살도록 구획 짓기를 한 것은 아프리카의 인구학적 속성을 철저히 무시한 식민지 잔재였다.
--- p.160, 「8장 아프리카의 리더십」중에서
🖋 출판사 서평
시대를 관통해 온 고정된 이미지 허물기
세대와 성별이 달라도 아프리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들 고만고만할 것이다.
[동물의 왕국], [블러드 다이아몬드], [부시맨], [뿌리]의 쿤타 킨테 등등. 54개 국가가 그저 아프리카로 뭉뚱그려지고, 그 다양한 인종이 아프리카인으로 하나 되는 마법의 회로가 누구에게나 작동하는 듯하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를 말해봐’라는 질문에 열 손가락 다 채우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야생동물과 부시맨, 쿤타 킨테 등과 같은 이미지는 또렷하지만, 과연 그것이 실제 모습일까 궁금해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문화연구자이자 언론학자인 저자는 영상이 정형화해 온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스크린 뒤에 감춰진 영화가 말하지 않는 사실들과 대비하며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아프리카인=원시인=착한 야만인
3부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프리카’ 하면 으레 떠오르는 코카콜라 병을 든 부시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시맨]은 원주민을 가볍게 연출하여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까지 공식처럼 자리한 ‘아프리카인=원시인=착한 야만인’이라는 등식을 완성해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이를 거듭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 [뿌리]의 쿤타 킨테도 마찬가지다. 원작이 말하고자 했던 미국 내 아프리카 노예의 비참한 삶과 짓밟힌 뿌리에 대한 애환은 사라지고 영화 속 이미지가 흑인의 전형이 되어 우리의 인식 속에 뿌리내렸다. 2021년에 개봉된 [구혼 작전 2]에도 이런 이미지가 변함없이 재현된 것이다. 이제, ‘만들어진 아프리카, 박제된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54개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피해자 탓하기의 체념을 넘어
‘여기가 아프리카다’로
“이 상은 전 세계에 있는 우리 세대의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큰 승리입니다. 이는 모든 아프리카인들에게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계획하든, 당신은 이뤄낼 것입니다.”
나이지리아 출신 버나보이는 2020년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인상적인 말을 전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프리카의 한 음악인은 그래미상 수상자가 되었고, 삶을 영화로 담아내는 나이지리아의 영화 산업은 연 2500여 편의 영화를 만드는 ‘놀리우드’로 성장했다. 물론 수단의 해적이나 수많은 내전과 분쟁, 마약 거래,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등 뉴스를 채우는 아프리카 관련 내용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좁디좁은 물길로만 흘러가는 아프리카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공간은 미디어가 재현하는 시선에 따라 상상된 것이다. ‘아프리카’로 단순화된 집단의 정체성이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한 국가나 구성원 개개인의 특수성을 묵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더디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하나씩 이루어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을 응원하며, 저자는 4D(Death, Disease, Disaster, Despair)를 넘어 4H(History, Healing, Health, Hope)를 담고 있는 영화를 제시한다.
영화 속 4H 찾기
[부시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 책은 정형화된 이미지를 담은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비롯해 OTT 서비스나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해, 그동안 아프리카를 정의해 온 4D를 넘어 미래를 만들어나갈 아프리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서구의 렌즈에 가려져 잃어버린 아프리카의 역사History를 되찾고, 뼈아픈 과거사로 인한 아픔을 치유Healing하는 동시에 건강한 신체와 마음Health을 회복하여 아프리카 스스로 희망적인 내일Hope을 꾸려갈 때다. 에필로그:안녕? 안녕, 아프리카,318~319쪽
책 끝머리에 남긴 저자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생각해 온 ‘그’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