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괜히 마음마저 젖어듭니다. 봄비 내리는 날에 서러운 소식 하나가 또 들려왔습니다.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했다는 소식입니다. 어머니는 61살, 큰 딸은 35살, 작은 딸은 32살. 한 때는 중산층으로 잘 살았다는 이 가족은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두 딸은 당뇨 등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어렵게 식당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온 가정이라고 합니다. 세 모녀는 세상을 떠나면서 편지 하나를 남겼는데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그 메모지 옆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흰색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하직하면서도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착한 심성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두 딸의 어머니는 12년 전에 남편이 암으로 숨진 뒤에 가장의 역할을 해온 듯합니다. 집안에 암환자가 있으면 보통의 가정은 금세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들기 쉬운데 그 전까지 중산층의 생활을 하던 이 가정도 그 과정을 밟았나 봅니다. 결국 아이 아버지가 숨을 거두고 두 딸은 지병을 앓고 되고, 거기에 신용불량자여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처지가 되자 어머니가 홀로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다가 최근에 빙판길에 넘어져서 그나마 일도 다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아는 것은 이 가정이 막다른 골목에서 막다른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부로부터 어떤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고, 주위 사람이나 형제 자매들에게도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세 모녀는 그렇게 떠나면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죄송해야 할 사람은 그분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 사회가 아니겠습니까. 세 모녀가 죽기로 결심하기 전에 가족 중에 누군가 그랬겠지요. “우리 그냥 죽을까?”하고요. 죽기로 마음먹은 뒤에 세 모녀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습니까. 그러는 사이에 저와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웃고, 너무 많이 쓰고 살고 있었겠지요. 세 모녀에게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지금 정부의 복지예산은 100조원에 이릅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양적인 복지 시대가 왔다고 해도 세 모녀의 경우처럼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모른 채 빈곤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더 아프기 전에 가슴으로 제도로 따뜻하게 품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일이 바로 “죄송하다”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겨놓고 떠나간 사람에게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죄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봄비 내리는 날에 사람도 사회도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조은 글 중에서- |
첫댓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글이네요.
허난설헌 이야기도 슬프고
3모녀 자살 이야기 보도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봄비가 촉촉히 내려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