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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제27회 농민 주일 보내
17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교구에서 농민 주일을 기념하는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의 집전으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 구 주교는 기후위기 시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하 우리농)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반대로 식탁을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로 기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농민회가 선택한 생명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지구와 함께 사는 농사 방법으로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며,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생명 농업에 동참하자고 당부했다.
구 주교는 2020년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며 실천 지침으로, 본당은 우리농산물 직거래에 적극 참여하고, 가정에서는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의 식탁을 생명의 식탁으로 바꾸는 것으로 농촌과 도시에서 각자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명동대성당에서 농민 주일을 기념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17일 명동대성당에서 농민 주일 기념행사가 열렸다. 명동대성당으로 가는 계단에 우리농산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푯말이 달려 있다. ⓒ배선영 기자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명동보름장,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콘서트 등이 열리고 있다. ⓒ배선영 기자
미사 앞뒤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명동대성당 일대에 우리농 운동 소개, 토종종자 씨앗 나눔, 농민 응원 메시지 달기, 명동 보름장 등 부스를 운영했다. 또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노래하며 즐기는 ‘달그樂 콘서트’가 진행됐다.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는 진행한 ‘명동 보름장’은 우리농본부가 운영하는 생명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 명동 보름장에는 전국 교구 소속 농민들이 직접 가져온 농산물을 판매했다.
이날 행사에서 농민들이 직접 거둔 토종 씨앗 나눔을 한 김민정 씨(천주교 농부학교 동문회장, 크리스피나)는 “미래의 식량”이자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일과 관련 있는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씨를 심어 열매가 나면 그 씨를 받아서 또 심을 수 있다. 부스를 찾은 사람들에게 대를 이어 식량을 보존할 수 있다고 알릴 수 있어 의미 있었다”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농민 주일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토종 씨앗은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잘 적응한 작물의 씨로, 되풀이해서 심어도 수확량이 줄지 않고 품질도 그대로다. 그러나 대량생산 농업, 먹거리 상품화 등이 되면서 씨앗도 기업의 소유가 되고 있다. 로열티를 내야 하는 기업의 씨앗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 한 번밖에 발아하지 못한다.
김 씨는 몇 해 전부터 토종 씨앗을 받아 보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며, “씨를 받기 위해 아까워서 열매를 먹지 못해도, 씨를 받아 보존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보람이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부스에서 만난 박 카리타스 씨(서울대교구)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농을 지켜주고, 열심히 잘 가꾸고, 보존해 열매도 맺게 해줘 감사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 신자는 농민들에게 "농민은 하느님의 동업자!! 생명지킴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천주교 농부학교 출신 농민들이 모은 토종 씨앗. 김민정 씨(천주교 농부학교 동문회장)는 토종 씨앗을 보전하는 것이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배선영 기자
토종 씨앗을 받는 방법을 설명한 현수막. ⓒ배선영 기자
농민주일 미사를 집전한 구요비 주교가 농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쓰고 있다. ⓒ배선영 기자
신자들이 농민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 한 신자는 농민들에게 "농민은 하느님의 동업자!! 생명지킴이!!"라고 남겼다. ⓒ배선영 기자
한편, 대구, 안동 등 전국에서 농민 주일 미사가 봉헌되고, 우리농본부는 직거래 장터 등 행사를 진행했다.
박현동 아빠스(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장)는 농민 주일 담화문을 내고 교회가 우리농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 중립을 위해 화학 농약과 비료 등으로 점철된 관행 농업에서 벗어나 땅과 물을 살려 생태 환경을 생각하는 생명 농업을 하는 우리농이 추구하는 방향을 되새기자고 말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기계화된 기업형 농업, 화석 연료를 태우는 대형 하우스와 스마트 팜, 대규모 축사의 육류 가공 등 소수의 인력으로 대량 생산을 끌어내는 자본주의적 농업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소농들을 중요시하는 세심한 정책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농이 살아야 식량 주권, 탄소 중립의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또한 교회가 농촌과 도시를 자매결연 맺게 해 소농들에게 생명의 숨을 넣어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5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매년 7월 셋째 주 일요일을 농민 주일로 지낸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농민 주일은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농촌의 어려움을 알고 도시와 농촌의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는 날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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