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결점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극복하고 전진해서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은은한 향내를 풍기는, 설화석고 같은 성인이 아니다. 우리가 폭풍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을 때 그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성인이 아니다. 그도 역시 바람의 매서움을 맛보았고 파도의 잔인함을 알았다.
우리에게 더욱 위로가 되는 것은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항상 영웅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별로 잘하고 있지 못할 때 큰 위로가 된다.
성경의 어떤 인물보다 베드로의 이름을 들을 때 '모순'이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리에 더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는 용기와 두려움, 공경과 불경, 자기를 돌보지 않는 헌신과 위험스런 자기 사랑의 결합처럼 보였다. 그리스도를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엄숙히 맹세했지만, 곤경에 처하자마자 변심해서 그분을 부인한 것은 오직 베드로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예수님의 발 앞에 무릎 꿇고 자기의 죄를 인정했지만, 주님이 자기의 생각과 다른 계획을 말씀하시자 그분을 꾸짖은 것도 역시 베드로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베드로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 성질이 서로 경쟁했기 때문에 그는 서로 완전히 모순되어 보이는 언행들을 보였는데. 이런 언행들은 모두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일어났다. 그는 바위였지만 흔들렸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흔들리는 바위'가 되는 위업(?)을 달성한 것 같다. 확실히 그는 물 위를 걸을 만큼 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풍을 이기고 계속 물 위를 걸을 만큼의 믿음은 없는 사람이었다. 이 점에서도 그는 전무후무한 사람이었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가진 바로 이런 사람이 베드로였다. 하나님께서 그의 성질을 통합해 그의 내면의 다툼을 상자 안에 넣으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후에도 베드로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