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꽃님달 열하루, 화창한 날씨
아침에 충주로 향했습니다.
노회가 열리게 되어 있는 충일교회에 닿았을 때는
열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고
주차를 해 놓고 예배당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중 나오신 은퇴목사님과 앉아 커피 한 잔을 나누는 동안
낯익은 얼굴들이 와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은퇴하신 어른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인사를 하기도 하면서 흘려들은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성원(成員)이 안 되어 노회를 개회하지 못하고 있다.’
한 무리가 그 시각 다른 곳에서 저희끼리 모여 회의를 하고 있고
그들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장로들이 미리 문자로 종용을 하여
다수의 장로들이 참석하지 않음으로 인해
개회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저희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노회를 무력화시켰다는 뜻인데
거기에는 하느님도 성서도 교회도 없고
오직 더러운 탐욕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끝없는 음모들
그러니 당연히 상식도 원칙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노릇
그렇게 하여 교회의 질서와 권위가 짓밟힌 파행(跛行)의 현장
그게 무산된 정기노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임원회 측에서는 열 시 개회를 하지 못하여 산회하면서
열한 시 반에 다시 모여 그 때 성원이 차면 개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시간이 되어서도 역시 더 오는 사람은 없었고
우왕좌왕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은
그저 한심하기만 했습니다.
그 사이 ‘점심때가 되었으니 식당으로 갑시다’ 하고 외치는
나이 먹은 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노회가 송두리째 짓밟히고 있는 마당에
밥타령이 웬 말이냐’고 하는 사람 하나 없는 안타까움
결국 그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앉아 차를 마시던 은퇴목사님과 밖으로 나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그분으로부터 다시 충격적인 말을 듣고는
잠시 아연해서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충주노회 소속 목사 하나가
아동성폭행을 하여 즉각 구속되었다가 합의 후 풀려난 일이 있었는데
실형을 선고받은 이 사람에 대해 노회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 때 이미 충주노회는 망한 거네요.” 하는 내 말 끝에
“아니, 충청노회와 분리된 것이 바로 망한 거지요.”
그러면서 몫을 나누거나 자리를 차지하는 일에는 눈에 불을 켜는 목사들과
거기 놀아나면서 그들이 차지한 몫이나 자리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장로들
한 더러운 종교양아치의 탐욕과
그에 야합한 몇몇 무리들이 작당을 하여 꾸민
충청노회로부터의 충주노회 분립
그걸 승인하는 노회가 열리던 그 날의 복대교회를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충청노회가 너무 커졌으니 분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 타당한 현실을 바닥에 깔고
평생 한 번일 노회장을 하고 싶다는 유치한 발상이 배경에 있었고
이미 대세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노회 역사상 최초로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던 젊은 목사들
나는 그날 마침 국토순례단이 청주에 들어오는 날이라서
고속도로 나들목까지 나가
계절에 어색하게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청주에 들어온
그들을 맞이하는 환영사를 하고 노회가 열리는 복대교회로 가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후 삐걱거리는 충주노회는 이미 교회의 기구라고 하기에는
몇몇 지저분한 야합을 하는 정치목사들의 이합집산의 쓰레기장이 되고
별의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일들이 뒤에서 벌어지고
마침내는 종교시궁창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교회와 교단의 큰 숙제가 되어 있는 것이 현 상황
거기에 내가 지금 관여하고 있는 대소교회와
그 교회의 목사라고 차고 앉아 있는 종교양아치
거기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신자들의 아픔
무엇인가 건져 먹을 것이 있다고 그 따위 종교양아치 밑에서
치다꺼리를 해 주고 있는
종교색은 하나도 없고
거기 또한 유치한 패거리 문화만 가득한 몇몇 교인이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열한 시 반 개회가 다시 무산되면서 한 시 반 개회를 하겠다고 했고
몇 몇 장로들이 버스 한 대를 타고 와서 도착했는데
대부분 총회 총대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고
그렇지만 그들이 온 것만으로도 역시 성원이 되지 못해
금년 봄 충주노회는 이렇게 무산되면서
다음에 좀 더 준비를 해서 다시 소집공고를 내어
회의를 하겠다고 하고는 끝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심란함의 극치였습니다.
노회가 그 지경인데도 밥을 먹겠다고 꾸역꾸역 식당으로 몰려가던 사람들
거기서 몹쓸 무리의 핵심적인 인간 하나를 살려보겠다고
나잇값도 못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붙잡고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고 있는
또 다른 은퇴목사의 추악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도대체 이 문제를 몇몇 젊은 목사들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과연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 문고리를 잡을 수는 있을지
걱정이 컸지만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암담함까지
돌아와 낚시터에 앉아 있다가
해 저물어 돌아와 저녁을 먹고
온 몸에 피곤이 가득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 저녁
‘파행, 충주노회’라고 이름을 붙이니
서글픔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는
답답한 하루의 마무리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