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부 아파트 경비원 일기] 폐기물이냐 재활용품이냐.
아파트 근무를 하다 보니 버리는 물품을 너무나 많이 본다.
아까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널려있는 것이 재활용품이다.
내놓는 물품들이 폐기물인지 아니면 재활용품인지 잘 분간하기가 어렵도록 많이들 버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누가 쓰더라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그냥 버리고 있으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알뜰한 사람들은 폐기물과 재활용품들을 잘 구분을 하여 내다놓는다.
그러나 대부분이 재활용품을 폐기물로 취급하고 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쓸 만한 농을 버리는가 하면, 서랍장과 가전제품 등, 그야말로 쓰지 않고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많다.
버리는 물품 중에는 우리네 살림살이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많이 있다.
건강보조 치료기,
안마 의자,
부황기구,
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선풍기.
가습기,
라디오,
오디오,
전기렌지,
체중계 저울,
야외용 자리,
다리미,
보온병,
이불,
담요,
소파,
베개,
밥통,
냄비,
식기,
컵,
가위,
식칼,
아무튼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많이 버리고 있다.
어떤 때는 제품을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화장품들은 심심치 않게 나와 미화원들은 많이들 사용하는 모양이다.
내가 성장할 때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낭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쓰다가 버려야 공장에서 생산이 되고, 또한 사다 써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옛날에 쓰던 살림도구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가정들을 알뜰한 모범 가정이라고, 텔레비전에서 조명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나는 좀 아깝다. 갖다 쓰면 되겠다. 라고 생각되는 물건은 억지로라도 들고 온다.
그러면 집사람은 맨 날 뭐를 그렇게 들고 오느냐고 핀잔을 한다.
나는 그저 한 개라도 들여오려고 발버둥을 치는가 하면, 집사람은 버리느라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주워오면 버리고,
또 주워오면 또 버리고,
또 주어오면 또 버리고,
우리 부부는 맨 날 그렇게 자꾸만 주어오고 버려가며 산다.
오늘은 주워오지 말아야 하겠다. 하고 다짐을 하면서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아깝고 쓸모 있는 물품들이 버려져있다.
그러면 또 힘이 부치는데도 불구하고 더위 먹은 황소처럼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짊어지고 집으로 가지고 온다.
아니 내가 넝마주의도 아니고 걸인도 아닌데, 왜 이렇게 걸신들린 사람처럼 설쳐대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보는 것 마다 아까운 것이고 쓸 수 있는 것이니, 아무래도 나는 이조시대 사람인 것 같다.
옛날의 김삿갓 [김병연]은 천재시인으로서 맨몸으로 죽장집고 삿갓만 쓰고 전국을 방랑하지 않았던가!!
무소유의 저자인 고 송광사 법정스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정스님은 쌀만 한 자루 있으면 살아가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뭐를 그렇게 많이 주어 나르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저러나 젊은 사람들은 버리고 나이가 들은 사람들은 주어오고, 숨 박 꼭지 같은 일들이 매일같이 이어진다.
우리의 선조들은 참으로 알뜰하게들 사시었다.
밥을 한 숱 갈을 먹더라도 농촌에서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의 수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요, 옷을 입어도 베를 짜느라고 수고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아니 밥알 한 톨 이라도 밥그릇에 남겨서는 아니 되며, 다 긁어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세대들은 농사짓는 농부들의 수고는 고사하고, 곡식도 버리며 새 옷과 진배없는 고급 옷들도 버리고 있다
그저 쓸 만한 옷이나 살림도구들을 마구 버리고 또 사 나르고 한다.
커피를 마셔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자동판매기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뽑아 마신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아메리카 노인지 어메리카 오케인지를 마셔대고 있고,
또한 스타벅스 인지 별나라 박스인지 같은 곳에서 한잔에 5.000원짜리를 거침없이 마셔대고들 있다.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나이든 사람들은 알뜰한 편인데, 돈을 타다 쓰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저 아까운줄 모르고 펑 펑 쓰고들 다닌다.
물론 알뜰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살림꾼답게 알뜰살뜰 잘 산다.
그러나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버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쓰는 것을 물 쓰듯 하는 것 같다.
까짓것 버리고 또 사오면 되지, 뭐한다고 유행이 지나고 한물 간 것을 쓰느라고 궁상을 떤 단말인가?
차라리 버리자.
그저 버리고,
또 사오고,
또 버리고,
또 사오고,
또 버리고,
또 사오자.
경비들이 근무를 하는 동안은 절반은 집에서 살고 또한 절반은 회사에서 산다.
그런데 회사에서 사는 동안은 살림도구를 살 필요가 없다.
그저 주어서 쓰고 또 주어서 쓴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선풍기,
다리미,
전기밥솥,
냄비,
보온 통,
커피포트,
전기 렌지,
이불,
베개,
의자,
탁자,
서랍장,
필기도구,
종이 등등,
아무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도구들을 주어 쓰면서 근무를 한다.
버리는 물건들을 아프리카로 싣고 가면 얼마나 요긴하게 잘 쓰겠는가!!?
아니 우리나라에도 빈민촌이 있다.
버려서 태우고 매장하는 것을 모두 모아 빈민촌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전에 근무하던 모 사업장에는 정년퇴직하신 전직 교장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매일같이 사무실 옆 노인정으로 출근을 하면,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을 하신다.
솜씨가 얼마나 좋으신지 그 어르신이 만지고 분해조립만 하면 고장 난 기구들도 다 고쳐놓으신다.
그 어르신은 선생님보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게 훨씬 더 낳으실 것 같다고들 한다.
노인정이 쾌 큰데 그 방 두 칸에는 온갖 살림도구들이 가득 차있다.
노래방 기기에서부터, 건강보조기, 음향기기, 등 일상에 필요한 기기들이 많이 있다.
그 어르신은 그 기구들을 고쳐가지고 모았다가 1년에 몇 번씩 재활용품 회사에 연락하여 처분을 하신다.
그 돈으로 우리들한테 밥도 사주시고 노인들의 회식도 하신다.
물건을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의 소비심리를 바로 잡아줘야 하고, 또한 아껴 써야 한다는 교육도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자랄 땐 배고픈 시절에서 성장을 하였지만, 지금의 세대들은 배가 고픈 걸 경험하지 않고 그저 풍족하게만 성장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곡 하고 싶은 한 가지 할 일이 있다.
버리는 농짝을 분해해보니 쓸 만한 목재들이 많이 나온다.
그 목재들을 모았다가 언덕위에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것이다.
먼저 기둥을 세워놓고 조각조각 엇대고 잇대어 얼기설기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방안에는 황토 흙을 척척 발라놓는다.
그리고 뒷마당에는 대추나무와, 밤나무, 단감나무, 호두나무, 포도나무, 무화과나무, 석류나무, 잣나무, 고염나무, 매실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모가 나무, 앵두나무, 등등의 유실수를 심어 놓는다.
그리고 앞마당에는 배추와, 무, 상추, 고추, 토마토, 가지, 토란, 시금치, 열무, 대파, 미나리, 당근, 마늘, 생강, 쪽파, 참외, 수박, 고구마, 감자, 등등을 심어놓고, 과일과 채소가 먹을 만큼 자라면 수시로 따서 먹고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드럼통 절반을 잘라 숯불을 피워놓고 암소 갈비와, 돼지삼겹살을 구워먹으며 풍월을 읊으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들고 가시게 한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농짝이 온통 중국제이기 때문에 중국 냄새가 진동을 하는 모양이다.
세상에 우리나라에 중국제품이 없는 게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