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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관이 아름다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미포~옛 송정역에 상업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신문DB |
- 언론 등 컨소시엄 참여
- 사업자로 채택 가능성 커
- 공영시설은 산책로 조성만
- 여론 수렴하겠다던 부산시
- 라운드 테이블은 거수기
- 시민단체, 땅 구입 운동 추진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던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오거돈 후보 등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모였다. 폐선부지의 상업개발을 막기 위해 결성한 '해운대기찻길친구들'이 주최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개발 반대 서약식을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서 후보는 "동해남부선을 반드시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수천 명의 시민·관광객은 환호했다. 당선된 서 시장은 첫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 번 "상업적 개발을 중단하고, 계획 과정에서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시민이 주체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부산시는 동해남부선 상업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서 시장의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거수기 된 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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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업자인 레일&스토리 컨소시엄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구상 중인 시설 '스카이 라이더'. |
2014년 3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천신만고 끝에 시민에게 개방됐다. 안전 문제를 빌미로 쳐놓은 철조망을 시민의 힘으로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해 4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예비절차로 우수 사업 제안자를 선정했다.
부산관광공사와 선구산업, 코레일테크, KNN, 부산일보 등이 참여한 레일&스토리 컨소시엄이 해운대 미포~옛 송정역 4.8㎞ 구간 산비탈 쪽에 지상 3.5m 높이 구조물인 '스카이 라이더'를 설치, 기둥 사이에 깐 레일을 통해 오가는 사업안을 제출해 최고점을 받았다. 선로 바다 쪽에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공영개발 안도 첨가됐지만 핵심은 상업개발이다. 이후 부산관광공사는 상업성 논란이 일자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부산시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음 달 예정인 본 사업자 공모에서 레일&스토리는 총평가점수의 3% 범위에서 가점을 부여받는다.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한 시민모임이 만들어졌다. 수차례 토론회를 통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철길 걷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수렴한 여론을 바탕으로 성명서를 만들어 부산시와 철도시설공단에 전달했다. 이후 1년 가까이 폐선부지에서는 전국적인 문화운동이 펼쳐졌다. 전국 문화·예술인들이 재능 기부를 이어갔고, 시민·관광객이 자발적으로 보존 운동에 참여했다.
그 결과 사업주관사 공모 절차가 연기되고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이 꾸려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부산시 공무원 등 이해 관계자가 포함됐고 자신이 위원으로 선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라운드 테이블은 형식적인 기구에 그치고 결국 상업개발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올해 3월과 4월 전체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철도시설공단은 부산시의 협조로 '의견 수렴'이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시민 환원 운동 재점화
동해남부선 폐선구간이 결국 상업개발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 구간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전망이다. '해운대기찻길친구들'은 사회적 합의 기구인 라운드 테이블을 형식적으로 운영한 데 대한 반발로 지난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 시장에게 시민 여론을 수렴하기로 한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 26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상업개발을 결사적으로 막기로 했다.
가장 우선 검토 중인 대책은 시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해운대기찻길친구들은 시민에게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 '1인 1평 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민이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시민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해운대기찻길친구들 최수영 집행위원장은 "부산시가 직접 부지를 매입하는 게 가장 좋지만 수천억 원이 소요돼 사실상 어렵다"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의 보존을 원하는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해남부선 개발 일지
- 2010년 4월
부산시, 폐선부지 활용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
- 2012년 12월
市, 폐선부지 도시 계획시설 '공원' 지정
- 2014년 3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시민에 개방
- 2014년 4월
철도시설공단 개발사업 공모에 언론·공기업 대거 참여
(부산일보, 부산MBC, KNN, 부산관광공사, 부산교통공사)
- 2014년 4월
시장 후보 '옛 철길 시민의 품으로' 공동협약식
- 2014년 10월, 2015년 1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을 위한 시민토론회
- 2015년 6월
미포~옛 송정역 상업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