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은 꿈, 국립항공박물관
지금부터 50년 전쯤, 내가 6~7살 인가?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1970년대 초 아마 쌍발 비행기였을거다. 부산 수영공항 활주로에 바퀴가 닿았을 때의 짜릿함. 마치 새처럼 사뿐히 내린 기억이 지금도 기억이 남는 걸 보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나 보다. 그때 비행장이 훤히 보이는 횟집에서 붕장어 회를 먹었는데 난 회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비행기 이착륙 장면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 넓은 수영비행장이 지금은 아파트로 빼곡하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지금이야 한해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타지만 어린 시절의 비행기에 대한 꿈에 비하면 그다지 재미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인천공항을 가졌고 심지어 나로호까지 우주에 날릴 정도로 하늘에 대한 대한민국의 꿈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 그 항공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국립항공박물관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키우게 하고 싶다면 이곳을 꼭 찾아라.
박물관 건물부터 눈을 휘 둥글게 해 준다. 비행기의 엔진을 형상화했으며 내부로 들어가면 로마의 판테온처럼 원통형 건물로 하늘로 향한 인간의 염원을 담은 것 같다.
인간은 늘 새들의 자유를 동경했고 날고 싶은 꿈을 꾸었다. 최초로 하늘에 띄운 것이 ‘연’이었고 그 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를 해부해 새의 날개를 어깨에 달고 비행에 도전했다.
임란 때는 사방에 포위된 진주성을 외부에 알리고자 비거를 만들었다고 한다. 10미터 높이로 30리를 조종해 날았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비거(飛車) ‘하늘을 나는 수레’ 과연 어떤 모양이며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날았을까? 백척간두의 진주성 사람들의 살고자 하는 열망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라이트 형제는 드디어 엔진을 달아 추력과 양력을 통해 본격적인 비행기 시대를 열게 된다. 당시 라이트 형제 비행기 모형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아 그 도전정신을 보면 좋겠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행기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처음엔 주로 정찰 임무를 담당했다가 적기와 마주치자 조종사는 허리춤의 권총으로 대결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공중 결투였다. 비행기에서 손으로 폭탄을 투하했으며 급기야 전투기 앞에 기관총을 달아 공중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전쟁 후 비행기술은 민간인에게 넘어갔고 민간항공의 시대가 도래했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우편물 수송을 담당했다. 당시 자동차 엔진을 닮은 비행기 엔진의 속 모습을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항공의 힘이 곧 군사력. 독일의 항공력이 뛰어났지만 영국이 항공기에 레이더를 장착하고 나서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승리의 추는 아군으로 넘어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떨어뜨려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B29 항공기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6.25 때는 제트엔진을 단 전투기의 격돌. 소련은 미그 15기와 미국의 세이버 전투기(F-86)와의 격돌. 결국 세이버가 승리하면서 한반도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한다. F15, F16..등 F는 싸우다의 fight의 약자로 전투기다. Z엔진을 달고 있는데 내부구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세계의 항공 역사를 배우고 나면 대한민국의 항공 역사를 만나게 된다. 일본과 싸워 나라를 되찾으려면 비행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0년 7월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우스 한국인 비행학교를 개교하게 된다.
당시 훈련기로 사용했던 '스탠더드 J-1' 항공기는 애국자들의 성금으로 마련했으며 박물관에 가면 원형 그대로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처럼 동체에 태극문양을 달고 있어 가슴 벅차다. 개교 100년이 되는 2020년 7월 5일이 국립 항공박물관 개관일이어서 더욱 의미 있겠다.
한국인 최초로 서울 상공을 비행한 안창남의 금강호도 볼 수 있다. 김구 선생의 차남 김신은 조종사가 되어 태평양 전투에 참여했으며 6.25 때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평양의 다리 폭파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빨간마후라’는 최은희, 최무룡 주연의 영화로 노래와 영화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1층부터 천정까지 널찍한 공간은 비행기로 가득. 보잉 744 동체 단면을 볼 수 있는데 19.3m, 6층 건물과 맘먹는다고 한다. 초음속 훈련기인 골든 이글의 늘씬한 자태를 볼 수 있고 부조정석에 탑승해 인증샷도 찍을 수 있다.
정비자격증 초창기 여권, 비행기에 관련된 노래, 형틀 등 다양한 전시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항공산업관에서는 입국부터 출국까지 공항의 전 과정을 재현해 놓았고 드론 택시 등 미래 항공기술까지 엿보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곳은 5가지의 체험관. 온라인으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전부 체험하려면 하루 종일 걸리니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5가지 중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블랙이글스 탑승체험(3천원) 블랙이글스는 공군이 자랑하는 곡예체험비행으로 세계 1등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직접 VR 글라스를 착용하고 공중에서 360도 곡예하게 되는데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항공레포츠체험(5천원/50분)은 VR을 통해 공중에서 경량항공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드론 레이싱 등 4개의 체험 게임을 하면서 즐기게 된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수 있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조종관제체험(5천원/80분) 20분은 공항과 비행기에 대한 교육, 도슨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이기 때문에 어떤 질문이든지 막힘없이 답변해 준다. “조종간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조종간에 트레이를 올려놓고 모니터를 보면서 식사를 합니다. ”
조종체험은 보잉 747 조종실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놓았으며 내가 직접 이착륙과 비행 조종을 해보게 된다. 첨단 장비를 직접 만지면서 거대한 비행기를 움직이게 한다.
활주로의 모습. 엔진 소리 등 마치 비행기를 탄 듯한 느낌이 든다. 비행기에서 가장 위험할 때는 착륙이라고 한다.
관제체험은 인천공항의 관제실을 재현해 놓아 직접 비행기에 명령하는 체험으로 영어를 또박또박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지휘본부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밖에 기내훈련체험(3천원)은 기내에서의 안전과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요령 등을 배울 수 있게 해 주며 어린이 공항체험(2천원) EBS 유아프로그램인 슈퍼윙스와 박물관 캐릭터인 나래를 활용한 유아 체험공간이다.
야외에는 항공독립운동가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동상
보잉757 주날개, 공항지상감시 레이더, 방위각 지시장비, 풍향등, 진입등시스템 전방향 표지시설 등을 볼 수 있다.
김포공항을 이용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곳을 꼭 들려라. 항공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내가 탈 비행기가 달리 보일 것이다.
여행 팁
화~일요일(10:00~18:00) 입장료는 없지만 체험은 온라인 사전 예약해야 한다. 매시간 10분에 항공전문가의 도슨트 해설(60분)이 있다. 김포공항역에서 도보로 15분. 김포공항에서 도보 5분 소요. 그래서 김포공항 셔틀버스(15~20분)를 타는 것도 좋겠다. 차를 가져가면 네비로 ‘국립항공박물관’을 검색해 가면 된다. 주차시설도 갖추고 있다.
#국립항공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