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에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오는 2011년 의무 도입을 앞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퇴직연금 시스템을 구축,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선두권인 은행·보험사를 추격하는데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오는 2010년 퇴직연금 의무 도입에 따라 국제 회계기준에 맞춘 퇴직연금의 IFRS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에 속속 나서고 있다. 내후년 IFRS이 도입되면 퇴직연금의 경우, 기업들은 현재의 회계 기준이 아닌 실제로 퇴직이 발생할 미래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퇴직급여의 부채를 산정해야 한다.
상품 설계와 운용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연금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시장의 선전을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IFRS 기준에 맞는 회계 서비스를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 선두주자(적립금 기준)인 미래에셋증권(52,100원
900 -1.7%)은 지난해 10월 IFRS에 맞춘 퇴직연금 회계시스템을 독자 개발한 데 이어 '국제회계기준 회계정보서비스'를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퇴직연금사업단내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미국계리사 등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조직을 강화해 퇴직연금 기업 공략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국제회계기준을 반영한 연금계리시스템을 마련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연금계리 평가보고서'를 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48,500원
800 -1.6%)은 현재 전담팀을 꾸려 오는 4월부터 IFRS을 반영한 연금계리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며 대우증권(13,250원
250 -1.9%)은 제도설계와 자산운용, 회계 등의 기존 서비스를 한데 묶은 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007년부터 종전 연금계리 프로그램을 통해 IFRS 기준을 반영, 기업들에게 매년 말 회계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대기업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도입 당시 은행과 보험권에 비해 크게 뒤쳐졌으나, 적극적인 마케팅과 연금 운용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기준으로 지난해 말 은행이 3조20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생명보험사 2조2367억원, 증권사 8084억원, 손해보험사 4307억원 순이었다. 특히 증권사의 DC형 적립금은 3626억원으로 생보사(2796억원)를 앞섰다.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국내의 약 1800여개 상장법인과 자회사들의 퇴직연금 회계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증권사의 경우 연금 운용 상품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발판으로 중·소기업의 회계처리를 돕는 시스템을 신속히 마련해 퇴직연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관리기관별 적립금 현황
자료: 노동부
한편, 퇴직연금 시장의 선두인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차세대 퇴직연금 독자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국민은행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금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보험사들도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생명이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 모델을 적용한 차세대 퇴직연금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ING생명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