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온 마파람은 평택호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며 봄을 부려 놓는 걸까. 평택의 봄은 평택호 주변부터 기지개한다. 지난주 명상길에서 보았던 산수유와 매화가 꽃망울들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꽃들은 팝콘 터지듯 꽃을 피우는 릴레이를 하며 춘삼월을 환하게 할것이다.
평택섶길 16코스의 이름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는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서 영감을 받아 명명되었고, 일부는 지명이나 자연 경관을 반영하여 지어진 이름들도 있다. 오늘 비단길도 그중의 하나이다. 길의 시작점인 신대2리 표석에는 '실크로드는 통일신라전후 대당교역로써 삼국시대 경주에서 천안-경양포(노양리)-신왕나루-대진(평택항)으로 이어진다' 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신왕나루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당포진唐浦津으로 기록되어 있어 당나라로 가는 포구였다는 문헌 자료에서 근거한다.
더우기 이 길의 종점인 평택호 수변공원에는 신라시대 승려인 혜초를 기리는 혜초비 말문末文에 '여기 서해西海를 오간 구법고승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평택의 땅, 서기瑞氣 어린 이곳에 그의 업적을 새긴 기념비를 세워 영원토록 기리고자 하는 바이다'라고 심복사 주지 스님을 비롯한 9명의 내로라하는 역사학계 학자들이 기념비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한바 신왕나루를 비롯 평택의 땅은 경주에서 서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일본 등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견문록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외에 고고학적 증거로서 대표적으로 토우(土偶) 또는 로만그라스와 왕관과 같은 다양한 유물에서 확인하듯 신라가 동아시아의 끝에서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를 비롯한 서역과 인적 물적 교류를 했다는 것과, 이를 통해 문화적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비단길에서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오늘 서울 인천 파주 수원 성환 천안 평택 등 원근각처에서 53명의 길벗들이 옛 구법고승들과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신라인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평택의 땅 이 길에 발자국을 겹쳐보며 걸어보았다.
여느 섶길이 그렇듯, 너른 평택의 지형의 특성상 빼어난 비경을 감출 수 없어, 다른 유명한 둘레길처럼 섶길에는 내놓을만한 절경은 없다. 그중에서도 비단길은 평택호의 푸름을 내내 조망하며 산길 들길 마을길 물길 대교를 걷는 결다른 길이면서, 가장 잘 평택의 서정적 향기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걷는 길이지만, 길은 그 약속을 져버리지 않는다. 지난 길에서 미쳐 몰랐던 마을의 깊은 역사와 정감어린 옛지명을 알게 되니, 고향에 온 듯한 더더욱 포근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까. 길의 풍경은 더 특별하고, 더 예쁘기까지하다. 세상 변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풍경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바램이다.
한시라도 멈추지 않고 볼거리를 내놓는 길을 따라, 이지연 해설사도 길위에 있는 산과 마을의 산재한 역사와 민속에 빙의가 된듯 샘솟는 우물처럼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자칫 길이 느려질수 있으니 해설을 짧게 할수밖에 없는 아쉬운 길은 어느덧 종점인 혜초비가 있는 평택호 수변공원에 이르렀다.
드넓은 평택호가 방조제로 인하여 겉보기에는 멈춰진듯 하지만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화엄의 바다로 흘러간다. 다시 비의 여정을 통해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가, 수많은 물줄기를 통해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갈것이다. 물의 흐름과 순환을 관조하다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한다. 우리는 그 여유의 힘을 얻으며 다시 길을 걷게 할것이다.
오늘도 길의 안전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여주신 여러 자원봉사자와 섶길위원분들과 길벗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쁘게 딸아 가기만한 평택섶길 3코스 비단길,
황의수님의 후기글을 천천히 보면서 지나온 평택호와 실크로드의 내역,
해초비에대한 설명을 보면서
대충대충 느낀 어제의 스처간 아름다운 모습과
감성을 천천히 회상합니다. 비단길의
섬세한 영상과 역사적 배경 감사합니다.
멀리 파주에서 먼 걸음 하시고 잘 귀가 하셨는지요. 끝날 때 인사도 못드려 죄송합니다.
해설사님들의 해설을 놓치지 않고 들으려 했지만 놓친 부분도 많을뿐더러 부족한 글력으로 다 옮기지 못하여 마냥 부끄러운 글입니다. 관심과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봄향기 맡으며 함께 걸은 길
즐거웠습니다
저 역시 여비를 두둑히 받은 듯
즐거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