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너무나 긴 세월이었기에 연락처를
알아 내고서도 차마 용기내지
못하고 글씨가 희미해 질 때까지
망설이기를 얼마였던가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전화를 걸었다.
가슴은 콩당콩당
"여보세요!"
"사장님 계신가요?"
"누구세요?"
"단비라고 하면 아실텐데..."
잠시 후 "누구라고?"
"사장님 단비예요!" "그래 얼마 만이야!"
"반가워요!"
"그래 그동안 잘 지냈고?
어디 살아? 신랑은? 자녀는 몇이고? 등등..."
"단비야! 내 나이 여든 넷이야
언제 한 번 보자구..."
더 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찾아 뵐께요."
얼마 후 찾아 뵈려고 전화를 했다.
아뿔싸!
오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부재 중이다.
늘 집에 계신다고 하셨는데...
가슴이 철렁!~ 때 늦은 후회로 가슴을 치고
더 이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여 입원 아니면 주님께...
왜 그리 불안하던지...
뭐가 그리 힘들고 바쁘다고
마음 한 번 내어 드리지 못한건지...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용기내어
전화를 했다 세 번 벨이 울리더니
"여보세요!"
너무나도 밝은 사장님의 음성이 들렸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단비도 모르게
말이 먼저 "오늘 댁에 계시죠?"
"지금 찾아 뵐께요.
"너무나 반가워 하시며 "그래 와요."
30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버스를 타고 서울 남산 도서관을 지나
한남동으로 가는 길에 노오란 은행잎들이
단비 마음을 알기나 한듯 이리저리 날리며 뒹굴고
그 그리움의 세월민큼이나 마음 설레이게 한다.
사회초년생이라 서툴고 부족하고
수줍어 말도 잘 못하고
하늘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던 분이셨는데
이것저것 챙겨 주시며 조언도 해 주시고
딸처럼 진한 사랑 나누어 주셨는데
어린시절 꿈도 많은지라
미처 그 마음 다 헤아리지 못하고
2년간의 짧은 인연을 뒤로 한 채
큰 물에서 놀아 보겠다며 퇴사를 하고 잊고 살았는데
그래도 간간히 단비의 안부를
궁금해 하셨던 분
어떻게 변하셨을까 지금의 모습을 그리며...
사장님 댁에 도착했다.
문패에 낯익은 이름 석자를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벨을!~~
"단비 왔어요!" 오랫만에 보는 그 모습이
왜 그리 낯설게 느껴지는지
음성만은 변함이 없었다.
먼저 큰 절을 올리고서 차를 마시며
얼마 전 입원했다가
9일만에 퇴원을 하셨고
한 쪽 시력도 잃으셨다고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저 속울음을 울어야만 했다.
긴 세월 만큼이나 서먹서먹했지만
단비 끼가 어디 가나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 내는데
작년에 사별하신 사모님 생각이 나셔서
담배 한 대 피우시고 두통약을 드셨다며
자리에 누우신다. 등을 돌리고서 말이다.
등 뒤에서 단비는 조잘거리며
갖은 애교를 부리고
열이 있나 머리도 만져 보고 손도 잡아 드리며
재롱을 떨었더니만
살살 일어나시더니 말씀을 하신다.
그 긴 세월 담아 놓았던 이야기들을 하셨다.
세월이 어쩜 그리도 빨리 지나갔는지
죄송한 마음도 잠시
그래도 찾아 뵐 수 있는 시간을 주셨음에
감사가 저절로...
"한 번 안아 주세요."하며
두 팔을 벌였더니 꼬옥 안아 주시네요.
그 품이 얼마나 포근하던지
열 살때 하늘 나라에 가신 아버지 품처럼 좋았다.
이제는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다.
주님 품에 안기는 그 날까지 걸으실 수 있고 보실 수 있는
건강 주시라고 두 손 모으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