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전시의 '간판스타'는 요하네스 베르메르(Vermeer·16 32~1675)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는 과작(寡作)한 작가로 현존하는 베르메르의 작품은 40점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 중 6점이 올해 도쿄(東京)에서 전시되면서,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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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점으로 60만 동원… 베르메르의 힘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편지를 읽는 소녀'(1663~1664),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편지 쓰는 여인'(1665년경), 아일랜드 내셔널 갤러리 소장 '편지 쓰는 여인과 그녀의 하녀'(1670). 도쿄 시부야의 복합문화시설 분카무라(文化村) 미술관에서 3월 14일까지 열리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 '베르메르로부터의 러브레터'엔 베르메르 작품이 3점 나왔다. 지난해 6월 교토시미술관을 시작으로 미야기현미술관을 거쳐 12월 23일 도쿄로 온 이 전시는 대지진 여파에도 불구, 지난 25일 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시회 홍보사무국은 "베르메르 작품은 한 점으로도 관객몰이를 하는데 이번에는 세 점이나 왔고, 막 복원을 마친 '편지를 읽는 소녀'가 포함돼 흥미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월엔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1665~1666)와 '다이아나와 님프들'(1653~1654)이 도쿄에 간다. 도쿄도미술관 리모델링 기념으로 6월 30일~9월 17일 열리는 '마우리쓰호이스 미술관전'에 출품되는 것. 국립서양미술관도 베르메르를 내세웠다. 6월 13일~9월 17일 개최하는 '베를린 국립미술관전'에는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1664년경)이 전시된다. 베르메르의 대표작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 베르메르의 대표작‘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1665~1666). 6월 30일 도쿄도미술관에서 개막하는‘마우리쓰호이스 미술관전’에 전시된다. 오른쪽 사진은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 전시에 나온‘편지 쓰는 여인’(1665년경·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분카무라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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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일본의 베르메르 사랑일본에서 베르메르의 명성은 '압도적'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경우, 1984년, 2000년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 일본 전시될 예정이지만 전시 때마다 반응은 열광적. 2004년 개봉한 피터 웨버 감독의 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2007년 도쿄 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린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과
네덜란드 풍속화'전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소장 '우유 따르는 여인'(1658~1660) 한 점으로 5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08년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소장 '델프트의 작은 거리'(1657~1658)를 비롯해 베르메르 작품 7점이 나온 도쿄도미술관의 '베르메르전'엔 93만5000명의 관객이 몰리며 1926년 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 지난 25일 6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의‘베르메르로부터의 러브레터’전 관람객들이 베르메르의‘편지를 읽는 소녀’를 감상하고 있다. /분카무라 미술관 제공
문화인류학자인 임경택 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네덜란드와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네덜란드 그림에 익숙해져 있다"며 "1960년대 일본에서 미술전집 출판 붐에 힘입어 일본에선 '베르메르를 안다'는 것이 지식인의 표상처럼 됐고, 이후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본미술사학자인 김용철 전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세부 묘사가 뛰어나고, 숨겨진 상징이 많으며, 소품(小品) 위주인 베르메르 작품의 특색이 섬세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미의식에 어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베르메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관객 동원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 전시기획사 관계자는 "베르메르 전시를 검토해본 적이 있지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같은 대표작이 온다면 모를까, 관객층이 넓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