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원모우 피정 센터’ 프로그램에 초청
중국 사제 19명은 지난 1월 18~25일 제주시 성이시돌 피정센터에서 열린 ‘죠원모우(周文謨, 주문모) 피정 센터(책임 김병수 신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죠원모우 피정 센터’ 프로그램은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주교회의 의장으로 있던 지난 2014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그 싹을 틔웠다. 한중 양국 천주교회 교류를 활성화하고 상대적으로 보편교회와 떨어져 있는 중국교회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교회에 파견된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이자 성직자인 중국인 죠원모우 신부(1801년 순교)를 기리는 뜻으로 명명됐다.
2014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은 벌써 5회 째를 맞이했다. 프로그램을 주관한 한국교회 주교단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차에서는 정신철 주교, 4차에는 조규만 주교, 이번 5차에는 이기헌 주교가 함께해 중국 사제들과 우정을 돈독히 했다. 이번 행사에는 박규흠 신부(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 국장)도 함께 자리했다.
중국 사제 초청은 8년 째 중국 사제들의 피정을 지도해오면서 중국교회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김병수 신부(한국외방선교회)의 공이 컸다. 김 신부는 “중국에서는 사제들이 효율적으로 피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드물어 열악한 실정”이라며 “중국 사제들이 한국교회의 우수한 피정 환경을 경험한다면 양국 교회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으로 수원교구 김동원 신부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양창우 신부도 힘을 보탰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교민 신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봉사단체 ‘강완숙골룸바회(회장 정윤영 안토니오)’도 참여했다. 2013년 강완숙골룸바회 신자들은 제주도를 미리 찾아 직접 피정을 해보면서 프로그램 봉사에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1월 23일 오전 9시40분경 제주시 아라동 제주교구 주교관 앞. 이른 아침부터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폭설이 내려 불편함도 있었지만 버스에서 내린 중국 사제들은 “하얀 눈이 주님의 축복인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고병수 신부 등 제주교구 측은 이번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신자들과 함께하는 교중미사를 마련하고 중국 사제들의 피정과 활동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이들을 맞이했다. 강 주교와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진 중국 사제들은 여러 질문을 던지며 한국교회 발전상에 큰 관심을 표현했다.
한국교회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사회 문제에 대해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강 주교는 “제주교구는 제주신공항 문제 등 지역 사회의 아픔과 함께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신문이나 인터넷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 중국 사제는 “한국교회가 젊은이에 대한 복음 선교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강 주교는 “예전에 비해 한국 젊은이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예전처럼 교리 위주의 신앙활동으로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사목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를 통해 복음화에 접근해야 하며, 그것이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주교관 방문을 마친 중국 사제들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제주 ‘이중섭 거리’와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을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물건 값을) 깎아주세요” 등 ‘실용 한국어’를 배우며 유쾌하게 웃었다.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이기도 한 ‘제주 올레길 7코스’에 도착하자 드라마 주제가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중국 사제들은 “한국과 한국교회가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한국과 중국교회 상호간 이해와 교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느님 안에 한국·중국교회는 하나
오후 4시30분부터는 서귀포시 서귀동 서귀포성당(주임 현요안 신부)에서 김병수 신부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중국어로 진행된 미사에서 중국 사제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양국 교회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특히 이 미사는 역사적으로 깊은 인연을 맺은 양국 교회가 정치적인 문제로 교류가 사실상 끊겨있음을 안타까워하며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병수 신부는 강론을 통해 “김대건 신부님과 중국 죠원모우 신부님을 떠올려보니 역사의 교차성을 느낄 수 있다”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두 분 신부님을 통해 양국 교회가 반드시 친교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 용수항은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공부하고 중국 소팔가자에서 부제품, 상하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쪽배를 타고 조선으로 들어오다 파선돼 표착한 곳이다. 또 죠원모우 신부가 조선에 입국해 조선 초기 교회를 양육한 곳이기도 하다.
다음날인 1월 24일 오전 11시, 중국 사제들은 제주시 이도동 광양성당(주임 강형민 신부)에서 한국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기록적인 폭설도 열성적인 한국 신자들과 중국 사제들의 만남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광양본당 신자들은 성당을 찾은 중국 사제들에게 정성어린 장미꽃을 선물하며 반갑게 맞았다. 사제들도 웃음으로 신자들에게 답했다. 중국 사제들은 강형민 신부와 함께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중국 사제들은 미사 후반부 강형민 신부에게 중국 성모화를 전달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 신자들에게 대한 감사말을 통해 중국 사제 대표는 “중국교회가 한국교회에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우리를 위해 환영해주시고 기도해주신 한국 신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피정을 통해 보편교회가 국가를 막론하고 ‘하나’라는 점을 알았다”며 “하느님 복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한국교회의 순교정신을 배우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양본당 성가대는 중국 사제들을 위해 성가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를 열창했다.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리니’라는 가사처럼, 현재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중국교회 역시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사제와 신자들의 노력에 의해 많은 발전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는 자리였다.
미사를 마친 시간, 세찬 바람과 함께 하얀 눈이 또 내리고 있었다. 한 중국 사제가 “추운데 고생 많았다”며 취재를 마친 기자의 손을 잡았다. 한국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의 인사를 하는 중국 사제들의 뒷모습. 역경을 딛고 보편교회 속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려는 중국교회의 큰 의지, 그 자체였다.
▲ 1월 23일 제주교구 주교관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만남.
▲ 23일 성이시돌 피정센터 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있는 중국 사제들.
▲ 24일 광양성당에서 한국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첫댓글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한 참을 머물다 가네요...늘 느끼는 거지만 음악 선택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