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지켜주던 가로등 불빛만이 졸음을 이겨내는 새벽
움직임보다는 머물어 버림으로 조용한 시간
남해라는 멀고 먼 여행길에 발걸음이 가볍다
가만 가만 걷는다해도
땅속 깊은 곳 새싹들이 잠 깰것 같은 조용함
마치
새로운 혹성에 첫 발을 내딛는 것 같은.
4시간을 훨씬 넘게 달리고 나서야
야트막한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남해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이 얕으니 보여지는 것들이 덩달아 얕게 얕게 자리잡은 풍경들
달리는 버스안에서 바라보는 경치들이
한폭의 수채화로 눈동자에 머물어 버린다
분홍 노랑 초록에
봄 새악시 다소곳한 한복차림으로 맞아주는 것 같은 즐거움
잠 못자고 설쳐대며 설레발이 쳤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
요즘 대세는 무조건 무조건이라는데
나 또한 그 대열에 한 몫 했다
무조건 떠나고 보는거지 뭐....
바다와 마을에
어부들이 살고 있고
등대 불빛에 숱한 세월 맡겼던 남해 풍경은
멀리서 달려온 내게 있어서는 눈을 뗄수 없는
그런 그림이었다
온통 들판에는 시퍼런 마늘 밭
줄도 얼마나 잘 맞추어 심어놨는지
가보지 않은 청산도 풍경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유채꽃들의 향연은
푸르름과 함께 어우러져 가까이 갈수 없는 내 마음을
약올리는 듯 뽐내고 있었고
그 길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사람의 뒷 모습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낀다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것 같은 ....
가장 흔하고
가장 일상적인
그래서 잊고 살지만
그곳이 영원한 안식처이고
그곳이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곳인것을
부러움에 가득찬 내 욕망에서
갑자기 방망이가 달려나와
툭 툭..어깨를 치며 일깨워 주고 간다
한가로운 봄날
담장 아래 소꿉놀이 하는 어린 친구들은 보이지 않지만
골목 골목에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환상이 들릴것 같다
노란 유채꽃 따다가
돌에 받쳐 짓이기며 반찬을 만들고
너는 엄마하고 나는 아빠하고
소꿉놀이에 봄 햇살 넘어가는 줄 몰랐던 어린시절
저녁 연기 피어 오르고
누구야 ~~누구야~~
불러대는 소리에 퍼뜩 정신 차리고서야
하루를 마감할수 있었다,아주 오랜 옛날에.
작은 부두에는 밤샘 작업을 했을 것 같은
어선들이 잠시 쉬고 있었고
저 멀리 남해바다위 섬처럼 떠 있는 산 모롱이를
돌아가면 무엇이 보일까?
아득히 상상력을 키워보게도 한다
가두리 양식장인가?
빨간 다리 아래에는 어촌사람들의 일기가 펼쳐져있고
잔잔한 파도는 어촌 사람들에게
자장가 같은 알맞은 리듬감을 실어주고 있었다
봄햇살에 은빛으로 반짝반짝
봄 바람에 춤추듯이 살랑 살랑....
황토십리길에 인생이 저물고
밭 이랑 하나 하나에 땀방울이 녹아 들어
비릿한 바다 내음으로 만들어진 남해 풍경들
또 다시
무거운 두 눈 달래주며 오길 잘했지 하는 생각
노랑물로 물들어진 유채동산은
황홀감으로 내 혼을 빼앗아 버리고
진하기의 단계가 몇단계인지
개나리꽃 산수유꽃 유채꽃의 깊이가 제각각 다르니
겨우 쬐만한 카메라 잣대로 읽을수나 있을까싶지만
그래도 어이 하랴?
이렇게라도 저장하고 픈 것을.
낡은 어선과 빈 의자와 유채꽃
그 너머로 보이는 잔잔한 남해바다
전봇대 따라 발걸음 옮기면 작고 아담한 마을이
예쁘게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 같다
멀고 먼 옛날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서.
그리고...산행이다
헉헉 헥헥
힘들어 힘들어.....
쭉쭉 땀을 흘리면서 올라간다
한계단 한계단 온통 오르는 사람들이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도 보지만
내를 이루면서 흘러내리는 땀때문에
어쩌다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은 그야말로 상쾌한 청량음료같다.
쌍홍문 안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형형색색 물감을 흩뿌려놓은 동화속.
눈높이가 어디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여짐을 느끼는 순간이다
저렇게 보였었구나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ㅎㅎㅎ
그러니
안경하나에 색만 첨가해서 보아도 다르게 보여질 세상
어떻게 볼것인지는 본인한테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잠깐 차 안에서 산악회장님이 하신 말씀
이성계와 무학대사에 관한 사설 한 토막
부처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내 눈 기준으로 격 높게 살다 가려면
어떻게든 근면성실한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는.
워낙 허접한 저질 체력들이라서
정상도 못 오르고 보리암에서 내리막길을 택했다
힘들때는 한계단이 백계단처럼 느껴지기에
어떻게든 가자 하면 갈수는 있겠지만
내려가는 길을 택해야 했다
보조 맞추어 주어야 또 다시 즐거운 날을
돌탑 쌓듯이 쌓아 올릴수 있으니까
단시간에 끝내버릴 인연들이 아니기에
흔하디 흔한 소모품 인연들이 아니기에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들이기에
우리는
공사중인 먼지바람을 다 맞아 가며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친구의 다리가 좀 많이 아파서 걱정이 되었지만
남해에서의 하루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아프기전에 진즉 다녔음 좋았으련만
세월은 절대로 언제까지나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신협산행에 동참했으니
감사할뿐이다.
내려오던 길에 만난 딸기꽃
6월 중순쯤이면
이 산딸기 향이 또 불러댈 것이다
잎새뒤에 수줍은 듯 피어나서
유혹의 손길로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그냥 보내지 않을 것 같은..
하산후에 푸짐하게 차려진 멸치 쌈밥과
멸치 회무침...ㅎㅎㅎ..
첨 먹어봤다
멸치 회무침..그리고 멸치찜....
군침이 돌것같은 붉은 양념의 유혹이
6월에 익어버리는 산딸기를 닮았다..ㅎㅎ
2013.04.18.남해 보리암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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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주셔서 제가 심심하지 않았나봐요..귀여움이 흘러 넘치시는 행운초님..ㅎㅎㅎ
멋진여행 좋습니다~^^
그리고 무쟈게 먼 나라 다녀온듯한 느낌이었답니다..ㅎㅎ
새벽에 잠도 설쳐가며 간다니 대단할수밖에..
멸치회 무쟈게 맛나는데..
언제 그림으루 나올거나..
기둘려 지는 대목 이야여 ~~
고생 많았네여 ~~
멸치회....전 야채만 먹어서 맛 몰라요..ㅋㅋ...
산행 후기글 잘 봤습니다.. 우리 새마을금고 직원은 내일 청양군 칠갑산으로 단합대회 갑니다..
지난주에는 회원들 서산으로 다녀오고 산악회에서는 매월 1회씩 산행도 한답니다..
이번에 경기도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금고로 선정되여 상 타왓지요..."안산중앙 새마을금고,,
맞아요..이곳에서도 마을금고 또한 한달에 한번정도 가는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