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즈-코보스와 알반 게르하르트가 준 선물

[브람스]

제가 어릴 적부터 워낙 그를 궁금해했고 내로라는 연주자들과 음반 작업을 해왔던 분인지라

꼭 실황을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로페즈-코보스 지휘자 아저씨를요.

인자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듯 그의 음악 또한 억세지 않고 무리하지 않죠.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이나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 그리고 슈만의 교향곡 '봄'은 저에게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지휘자가 궁금했고 지휘법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기에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합창석에 예매를 했습니다.

자,,, 스페인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독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지휘자가 포디움에 오르는 순간부터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색채감 가득한 삼각모자 모음곡을 도구로 어찌나 청중의 감정을 들었다놨다 하는지요.

이국적인 관악 파트도 그렇고 탄탄한 현악파트은 언제나 믿음직스럽습니다.

그 정도면 출발점에서 점수를 많이 주고 싶었어요.

아직 협연과 교향곡 차례가 남아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

물론 명성은 자자했으나 제가 아직 그의 진가를 몰라 대단한 연주자를 알아보지 못했던 협연자가 등장했습니다.

오른손이 잡은 활을 첼로 현 위에 긋자마자 울리는 알반 게르하르트만의 소리는 아주 안정적으로 들렸습니다.

변주곡 하나하나를 진행할수록 자신감 넘치는 보잉이 돋보였어요.

지휘자와 협연자와의 궁합은 의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짧지만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한 차이콥스키의 변주곡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알반 게르하르트는

이어 앙코르르 두 곡이나 들려줬습니다.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했는데 이 곡들 또한 어디 하나 흠 잡을 수 없었습니다.

청중들의 큰 박수를 뒤로 하고 쉬는 시간이 지나

차차 단원들이 2부에서 슈만의 교향곡 '봄'을 연주하기 위해 착석하고 튜닝을 하는데

갑자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 바로 뒤에 있는 연주자 출입구에서 살짝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어,,, 눈을 의심했습니다. 누가 들어왔을까요???

1부에서 협연을 했던 바로 그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가 자리를 잡는 거에요.

보아하니 일부러 그를 위해 첼로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한 듯했습니다.

저는 지휘자 출입구쪽에 자리를 잡을 터라 알반 게르하르트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는데

아주 장난기도 많아 보이고 천진난만해 보였습니다.

수줍어하는 듯한 표정도 읽었습니다.

그는 시향 단원들과 함께 아무렇지 않는 듯 모두들 하나로 조화된 '봄'을 창조해냈습니다.

계절 절기로는 가을이었지만 '봄'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휘자를 보러 왔는데 결과적으로 봄을 듣는 동안 1,2악장 내내 첼리스트 보느라

지휘자를 비롯한 다른 단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지휘자보러 왔는데...'하면서도 첼리스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겨우 3악장이나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로페즈-코보스 아저씨를 살펴보았습니다.

그제사 슈만 곡이 귀에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형식에 충실하기로 유명한 슈만의 교향곡을 그렇게 낭만적으로 또 신나게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봄'이라는 곡에 이런 매력이 있다니.

지휘자는 곡을 끝까지 장악하고 있었고 또 그것을 꿰뚫고 있는 듯 암보로 자신있게 표정으로 교향곡을 요리해갔습니다. 

2010년 어느 가을날 들었던 슈만의 '봄'은 지금껏 들었던 봄이 아닌 입체적 곡이었습니다.

까메오로 등장해서 성의를 다해 교향곡을 연주한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의 기발한 유머와 위트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객원 지휘자의 연주를 들어도 실망하지 않다니 서울시향의 성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로페즈-코보스 아저씨의 실황을 본 수확과 알반 게르하르트라는 연주자의 진가를 알게 되어 기쁜 날이었습니다.

[맵시자]

저도 친구가 지휘자를 볼 수 있는 합창석을 원했지만,
제가 우겨서 지휘자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맘껏 즐겼지요.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지휘도 좋았지만,
협연자 게르하르트의 첼로 울림이 초가을 밤의 서정을 한 껏 북돋워준 듯!!
인사할 때 장난끼 많고 유머스런 모습 넘 보기 좋았죠?
협연자가 단원들과 함께 첼로 연주하는 모습 넘 좋았어요.
후기 읽으며 다시금 미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