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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충남 아산에 볼 일 보러 간길에 신정호수와 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에 들렸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스산한 날이었습니다.
신정호수에 도착하니 가늘어진 빗줄기가 어느새 그쳤습니다.
흐린날 이지만 주차장은 차들로 꽉차고 산책길은 시민들로 붐비더군요.
화창한 가을이었다면 주차할 엄두도 못냈을 겁니다.
신정호수는 아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인듯 합니다
갈 때마다 호수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못느끼는 변화를 외지인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죠.
도시의 성장과 맞물려 신정호수와 그 주변은 끊임없이 단장되고 개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정호수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1984년에 국민관광단지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까지만 해도 뱃놀이를 주로 하는 유원지 였습니다.
젊은 시절 가족과 함께 온천하러 갔다가 들린 호수주변엔 백숙과 매운탕을 파는 허름한 무허가
식당이 '가든'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을 치고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아산이 '온양온천'으로 불렸던 한물간 온천관광도시에서 탕정에 있는 삼성전자 덕분에 첨단산업도시로 바뀌면서 신정호수도 달라졌습니다.
시민들이 즐겨찾는 호수공원으로 거듭나고 아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중 하나가 됐습니다.
아산은 급성장하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5년전 미국 뉴스전문채널인 CNN에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10년 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꼽은 세계 7대 부자 도시리스트에서 5위에 올랐었죠.
신정호수는 도시의 성장과 맞물려 진화했습니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장식한 공원으로 바뀌었고 꽃내음을 맡고 호수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도 생겼습니다.
산책길을 걷다보니 테마공원엔 빗물을 머금은 국화가 만발하고 호수위에 설치된 데크길 너머엔 갈대숲과 연꽃단지도 그대로 더군요.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집콕하는 시간이 긴 사람들에게 신정호수는 기분전환을 위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산책길에는 벌써 단풍이 길바닥에 떨어져 화려한 빛깔의 융단처렴 깔려있고 울긋불긋 꽃이 핀 국화밭은 그윽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길가 바위모양의 스피커에선 들리는듯 마는듯 소프라노 조수미의 주옥같은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호수를 끼고 도는 도로 주변을 바라보니 낮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새 카페촌이 형성됐더군요.
청주 수암골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카페도 몰립니다. 더구나 호숫가라 전망도 볼만할 겁니다..
그 와중에도 벌써 매물로 나온 카페도 있더군요.
젊은이들은 그저 그런 분위기의 평이한 카페를 찾지 않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셔도 자신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독특한 곳으로 몰려갑니다.
신정호수에서 2km 떨어진 곳에 아산 최초 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MON AMOUR)가 있습니다.
신정호수 카페촌에겐 별로 달갑지 않은 곳일 겁니다. 우리 일행처럼 산책은 신정호수에서 하고 이 곳으로 차를 마시러 가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요.
신정호 카페촌이 뷰가 시원한 호수와 테마공원을 배경으로 형성됐다면 '모나무르'는 인근에 볼만한 자연환경이 없는 척박한 환경에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노출콘크리트에 '물'과 '빛'을 컨셉으로 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풍의 정원은 쾌나 인상적입니다.
모나무르(MON AMOUR)는 프랑스어로 '내(Mon) 사랑(Amour)'을 뜻한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외우기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1만 평 드넓은 부지에 갤러리, 미니공원, 레스토랑, 카페, 스몰웨딩홀등을 갖추었고 연주회도 즐길 수 있는곳이 더군요.
입구부터 파격적입니다. 물이 흐르는 양옆 낮은 담을 통해 걸어 올라가면 물정원이 드러나고 갤러리와짧은 산책길을 지나 카페로 진입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입체적인공간미학을 느낄 수 있는 레이아웃
입니다.
갤러리는 네 개의 전시관이 황금나무를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데 세 개의 전시관을 사무실, 상담실, 스튜디오로 병행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갤러리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합니다. 타이틀은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실은 상업시설이더군요.
물과 빛, 소리가 어우러지는 힐링 공간이 모토라고 하는데 틀리진 않습니다다. 하지만 왠지 기시감이 듭니다. 정원은 한솔제지가 강원도 원주에 만든 '뮤지엄 산'을 본딴 것 같고 입구는 전북 완주의 아원고택을 연상시킵니다. 차값도 웬만한 특급호텔 커피숍 만큼이나 비싸더군요. 그래도 아산을 지나가다가 차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한 번쯤은 둘러볼 만한 곳입니다.
첫댓글 덕분에 감사히 둘러 보고 갑니다.
따뜻한 끝 가을 즐겨 가세요.
한달전 청천을 지나가는데 서정님이 생각 나더군요. 벌써 올해도 저물어가네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길 빌게요. ^^
회장님의 근황을 이런글로 종종 접합니다. 건강히 잘 계신거지요? 카페는 매우 멋져 보이네요. 눈구경 즐겁게 하고 갑니다.
선하씨도 기회되면 한번 가봐요.
매우 독특한 카페예요.
그리고 이달중 트레킹을 재개할까 생각중예요. 결정되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