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시작은 좋은 일, 힘든 일 있게 마련이죠. 어제 갑자기 후배 원장님께 연락이 온 거예요. 제가 약간의 우울 모드인 것 알고요. 피운모에서 만나 좋은 인연 맺고 계신 원장님인데 거의 동료이자 친구이자 후배죠. (말 안 놓고, 형님, 아우 하는 사람 없는데 유일하게 동생처럼 말 놓고 편히 대하는 원장님이에요) 갑자기 전화 와서는 광화문이라고 나오라고... 주섬주섬 옷 입고 나오니 와 있는 거예요.
그러더니 "선생님, 우리 태극당 가자."합니다. 집에서 푹 퍼져 티비 보고 있다가 9시에 출발~^^
우리나라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 만들어진 빵집
예전엔 꽤 여러곳 있었는데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사라지고 가끔 국악원 가거나 운전하고 지나가 봤지 드나들 생각은 못했었어요.
지금은 촌스러워 보이지만 어쩜 캐릭터도 있고요.
예전에는 저 샹들리에가 얼마나 럭셔리 했을까 싶어요.
체력은 국력은 표어와 급훈으로만 쓰인건 아닌가봐요. ㅎㅎ
지금도 빵집에서 대화를 할 수 있네요. 왕년에 빵집에서 데이트 안해 본 50대 후반 이상 어른들 없으실껄요? 우리도 차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늦어서 영업 종료..
낡은 간판이 보존 되어 있어서 정겨워요. 우리나라는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소중한 것들도 다 없어졌는데...
어제 이 케잌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어릴 때 저런 케잌으로 생일파티 했었잖아요. 크림이 무지 맛있었는데 한편 불량식품 같은 비주얼이었어요.
원장샘이랑 둘이 한 쇼핑백씩 사들고...
로루케잌을 롤케잌이래요. 선생님이 아직도 이 빵집을 다니는 이유는 부모님들이 여전히 이 빵집을 다니시기 때문이래요. 로루케잌 설명도 아빠께 들었다네요. ㅋㅋ
태극당 70주년 기념 엽서랑 스티커랑 마음대로 가져 올 수 있어요. 태극당 야채사라다는 품절이라 못 먹었어요. ㅎㅎ 선생님이 열심히 찾았는데 뭔가 했다니까요? 그림 보고 알았죠. 진짜 재밌어요. 지금도 저런게 남아 있다는게...
빵은 모두 옛 맛이나요. 식감이 지금처럼 완전 부드럽진 않은 것도 있는데 옛날 맛이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선생님은 옛강북 출신에 지금은 강남. 저는 옛 강남 출신에 지금은 강북. 서로 할 말도 공감 할 것도 많으니 얘기하면 재밌어요.
우울했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둘이 옛날 얘기하면서 까르륵 거리고...즐겁고 편해졌어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공감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기분 좋은 주말이에요. 추억 있는 부모님 계시면 4월쯤 봄나들이 추천합니다. 새 학기 첫 주 고생과 수고 많으셨어요. 좋은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