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의 오차 방정식
한경용
아무도 방정식을 풀지 못했다.
장례식 같은 이발 의식
바닷가를 누비던 소년은 한 달에 한 번 협동조합 이발소에서
무수히 예식을 치렀다.
어디서 옮겨온 기계 충인지 할머니가 마늘로 치약으로
무수히 머리를 문질렀지만 번진 촌티는 아물지 않았다.
종달새 소리보다 청명한 사춘기는 까까머리 죄수
살짝 기른 죄로 아구턱이 돌아갔다.
풋풋한 반항기, 시대의 아픔과 낭만을 노래하며
오만과 편견의 머리를 귀 밑까지 길렀다고 구류를 살기도 했지.
광주의 오월이 뜨겁던 해병대 시절,
부대장 이하 모두가 빡빡 깎아 기며 이 한 몸 불침번 되었는데
거짓타도 행렬에 의하여 과거의 정의는 불살라지고
휠체어에 앉은 절규 저편, 침묵하는 선글라스
내 스물셋은 아직도 오월의 인수분해를 풀지 못하였다.
반듯반듯 넥타이처럼 목을 조이며 살아왔지만
소갈머리되어 회사에서 잘릴 때마다
기어이 푸른 물들이며 오는 잡초였던가.
그 많던 머리털들아
이제는 풀잎처럼 뒤로 푹 눕는 연습하려느냐.
오차 방정식으로 풀어 가는 내 이발의 진화
유한번의 사칙연산과 거듭제곱근으로도 풀 수없는
다가서는 저녁이 적멸의 샴푸로 휘뚜룩
( 예술가 2013, 여름호)
첫댓글 한선생님/**이발의 오차 방정식 **좋은 시 잘 감상하고 돌아갑니다
한 시인님 특유의 현대적 시어와 감각이 돋보이네요.
詩, 좋아요
- 최해돈.
위트와 아이로니가 돋보이는 명쾌한 시 입니다
사라진 머리카락의 행적이 오차 방정식으로 풀면 다 풀릴까요?
머리카락 자서전에서 가느다란 삶의 자존심도 열정으로 풀어내시는 걸 보면
역시 한경용 시인님 짱!
그런데 좋은 시니 추천시니 무슨 상이니 항상 비켜가요.그것이 아이러니, ㅋㅋ 그래도 좋아요 문학을 한다는 것 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