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고 하면 커피 파는 예쁜 집이라고만 알고 있던 컴맹인 내가 인터넷 카페에서 매일 죽치게 될 줄이야.
어제 꽃마을경주한방병원 카페 정모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한두명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8월 모임은 9월초 토아님 공연보러 서울에서 모였고 9월 모임은 어제 경주에서 가졌다.
와바라님은 우리 회원들에게 마술사처럼 감추어 두었던 빨간 장미를 한송이씩 짜안~ 선사하셨다.
넥타이 대신 스커프로 멋을 내신 와바라님의 센스. 언제나 청년처럼 순수한 정열이 참 부럽다.
어제는 우리 막내둥이 아이러브 된장님까지 특별 출연해 분위기가 더욱 상큼했다.
게다가 선덕여왕릉을 참배할거라고 땡땡이까지 치면서 달려오신 전광석화님, 소구미인님 그리고 김미경님.
내가 카페에서 선덕여왕님 얘기를 너무 자주 했던 모양이다.
큰머슴님이 계속 찍어대는 사진의 모델을 하느라 모두들 정신이 팔렸던지 선덕여왕릉을 향해 달려가다 돌아보니 한명이 부족한게 아닌가. 아이고, 소구미인님을 그만 분실하고 말았던거다.
사실 병원을 비울 수 없어 큰머슴님을 떼어 놓고 나왔던건데 소구미인님을 수송한다는 핑계로 큰머슴님까지 합세해 함께 여왕님을 알현할 기회를 가졌으니 오히려 깜짝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가지않던 농로를 달리다 엉뚱하게 능지탑를 구경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론 내가 제대로 가이드 노릇을 한 셈. 능지탑은 문무왕의 화장터로 알려진 곳으로 5층탑중 지금은 몸체가 2층만 남아있다. 기단에 몇몇 12지신상은 아직도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말만 들었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궁금했던 능지탑을 우연히 보게 되어 나로서도 큰 수확이라 기분이 좋았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동천동의 아구찜집에 갔더니 무리님이 먼저 오셔서 우리를 맞아주셨다.
부지런도 하시지 그 시간에 벌써 헬스를 하시고 샤워하고 저녁밥을 지어놓고 나오셨다는 거다.
만나면 늘 재미있는 게임을 가르쳐 주시는 우리 무리 선생님이 이번엔 새로운 건배 구호를 가르쳐 주셨다.
"이상은 높게, 현실은 낮게, 사랑은 길게, 외도는 짧게"
중년인 회원님들에겐 몹시 공감가는 구호였는지 깔깔 넘어간다.
무리님의 제의로 앞으로 정모때는 회원님들이 자기 고장의 맛집같이 특별한 정보를 한가지씩 전해주기로 했다.
이번 모임의 주인공은 당연 아이러브 된장님이다.
귀농한 부모님이 남창에서 '대나무 약수터'라는 가든을 경영하신다는데, 자신의 결혼식은 집 마당에서 전통혼례로 치룰 계획을 갖고 있단다. 피로연엔 집에 있는 닭 몇마리만 잡으면 될거라나.
부모님 연배의 회원들과의 첫 만남이라 어색할만도 한데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말도 재미나게 하고 아주 귀여운 아가씨다.
다음에 된장님이 자랑하는 도토리와 밤으로 만든 묵도 먹어보고 닭백숙도 먹어보게 그곳 가든에서 모임을 하면 좋겠다.
보통 인터넷 카페의 정모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 마련이라고들 한다.
아마 낯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라는 데서 좀 더 짜릿한 일탈을 꿈꾸는지도 모르지.
어떤 카페에 들어가면 자꾸 채팅을 하자고 쪽지가 오는데 거기 응하지 않으면 나중엔 욕설을 써보내는 경우도 있다나.
그런데 우리 꽃마을경주한방병원 카페에선 화원들이 서로 진심으로 아껴주는 댓글을 달아주기 때문에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 매일 들어오게 되고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된다는 거다.
사실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매일 우리 카페에 들어오는 회원들이 하루에 60명이 된다고 와바라님이 알려주신다.
토아님이나 소구미인님 같은 경우엔 자신들의 카페는 문닫아 놓고 꽃마을 카페에 놀러오신단다.
암튼 뭔가 서로의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긴 있나보다.
내년쯤엔 중국 연변에 계시는 태양님이랑 싱가폴에 사시는 미타님도 오셔서 우리 뜰에서 토아님과 함께 신명나게 놀아보면 어떨까? 그땐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을테니 우리 회원님들 모두 유쾌한 이야기 하나씩 지참하시고 꼭 놀러오시라고 초대장을 띄울거다.
우리 카페가 오래 오래 가슴 따뜻한 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성업을 할 수 있길 빌어본다.
첫댓글 공감 만땅이요!! 모두 고마우신 분들 매일매일 행복하소서
함께한 와봐라는 느티나무님의 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벗이 되는 건 기쁨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만남이 영원하길 바랍니다....쪼메 아쉽네요...^&^ㅎㅎ
캬~~~~~멋진글 잘 보고 갑니다. 블로그로 퍼 갑니다. ㅎㅎㅎㅎ 꽃마을 한방병원을 알리기 위함이니 용서 하소서^^
언제읽어도 느티나무님 글은 짱입니다요...ㅎㅎ
한다리 못끼어서 서운..지금은 시골입니다.
ㅎㅎㅎ미소가 웃음이 살짝 나네요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서 일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참 바빴어요 그날 그런데 맨날 늦기만해서 결과만 봤을때는 지각생으로 보일까봐 그날은 용을 썼답니다. 직장맘들은 늘 바쁘다 바빠를 달고 살잖아요. 참 좋은 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다음번 미션은 뉴페이스(새로운 사람)를 한사람씩 모시고 오기 해 볼까나~~~~~~~~~~~~~~~~~~~~
이런 느티나무님 글 정말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지는 글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느티나무님 덕분에 추억이 여기에 생생하게 기록될듯하네요 다음 정모 후기는 무리가 함 써 볼까요? 언냐가 넘 힘들잖아요
ㅎㅎㅎㅎ기대 하겠습니다^^& 뭔가 색다르고 재미난 소재를 제공 하기 위해 전 뭘 할까요? 오늘부터 고민해 보겠습니다.
제 결혼식 계획도 미리 말씀을 해 주셨네요~~부끄부끄~^0^ 소구미인님께서 말씀 하셨지만 사람냄새 나는 그런 카폐가 꽃방 인듯 합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건 아닐까요?? 와바라 님의 장미꽃 한 송이가 29살 아가씨에겐 또 다른 셀레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0^
무리님 보고잡아요. 저를 잊지 마세요
글을 어쩌면 이리도 실감나게 맛나게 써 주셨던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요. 우리집 와봐라님께 맡기고 꽃방이 내집인줄알고 -ㅎㅎㅎ
함께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이 넘 부럽네요,, 생생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