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사랑한 불멸의 여인은
악성 베토벤은 작품의 위대성에 반해 인간적으로는 그리 호평을 얻지 못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매우 고집스런 성격으로 묘사된다. 초상화에서 보이듯 늘 화나있는 표정도 인상적이다. 그런 베토벤의 마음속에도 사랑하는 여인들이 있었다.
베토벤 사후 그의 낡은 캐비닛에서는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그리고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세 통, 줄리에타 귀차르디의 초상화, 그리고 안토니아 브렌타노의 초상화가 발견되었다. ‘불멸의 편지’는 수신인도 적히지 않은 채 연도도 없이 날짜와 요일만이 남아있었다. 세 통의 편지는 이틀 동안 아침, 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작성된 것이다. 편지 내용만 봐도 베토벤이 그녀와의 사랑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가슴 절절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그들 사이엔 운명적으로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 무엇이었을까? 누구였을까?
(7월 6일 아침)
나의 천사, 나의 모든 것, 나의 분신이여.
몇 마디 사연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당신이 주신 펜을 들었소.
왜 이렇게 슬픈 거요? 우리의 사랑은 희생을 감내하고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만 성립되는 것인가요?
(7월 6일 밤)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소, 내 사랑이여.
내 마음은 언제나 그대와 함께 있다오.
당신과 나를 위해,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소.
아아~~ 인생이란! 그대가 없는 삶이란!
(7월 7일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내 마음은 그대에게 달려갑니다.
내 불멸의 연인이여!
한순간은 기쁨에 들뜨고 또 한순간은 비탄에 잠겨요.
온전히 당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모든 걸 끝내든지
그 어느 쪽이 아니면 나는 살 수 없소.
오~ 나를 계속 사랑해 줘요.
내 진심을 잊지 말아요~~
이 편지가 처음 세상에 공개된 뒤 1세기 반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편지 주인공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었다. 후보에 올랐던 여인들은 줄리에타 귀차르디, 아말리에 제발트, 테레제 브룬스비크, 도로테아 에르트만 등이었다. 최근 베토벤 연구가 메이너드 솔로몬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불멸의 여인은 다름 아닌 안토니아 브렌타노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이를 거의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빈 태생으로 귀족인 안토니아 브렌타노는 아버지 뜻에 따라 프랑크푸르트의 상인인 프란츠 브렌타노와 결혼하지만 안토니아는 남편을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했을 뿐 사랑할 수 는 없었던 것 같다. 1809년 그녀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빈에 오게 되는데, 1810년 안토니아의 시누이 베티나가 베토벤을 찾아가면서 브렌타노 집안과 베토벤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베토벤은 그녀에게 디아벨리의 왈츠에 의한 서른 세 개의 피아노 변주곡 op.120을 헌정했다.
편지 등을 통해 본 안토니아는 그에게 꽤나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베토벤은 왜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왜 불멸의 편지를 보내지 못했을까? 아니면 편지가 반송된 것일까? 안토니아의 남편 프란츠와의 의리를 생각해서 접어야 했던 것일까? 결혼 생활에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녀를 떠남으로 해서 영원히 그의 가슴 속에 불멸의 여인으로 남아있도록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