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평화 ‘인간띠잇기 운동’ ‘4.27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은 올해 4월 27일 동해에서 서해까지 500km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마을길 위에 50만-100만 명 시민들이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희망과 의지를 전 세계에 증거하려는 민(民)의 평화 운동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철원까지 약 282km, 경기도 강화에서 연천까지 약 212km의 평화누리길이 있다. 500km는 500,000m이다. 한 사람당 1m를 맡는다면 50만 명이 손을 잡고 동서 DMZ 마을길을 따라 인간띠(Human Chain)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간띠잇기 운동은 민의 요구를 평화적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최근 역사에서 민족 독립·반핵·평화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89년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소련의 통치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인간띠잇기 운동이 있다. 발트해 연안을 따라 620여 km 길 위에 200여 만 명이 몰려나와 손을 잡았다. 세 나라 총인구 6백만의 3분의 1이 참여한 민의 대규모 평화적 독립운동은 세계인들의 지지와 공감 여론을 일으켰고 마침내 독립을 성취했다. 총칼을 든 무력투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초강대국 소련의 정치 권력자들은 독립을 요구하는 민의 평화적 손잡기 운동을 군사력으로 짓밟을 수 없었고 독립 요구를 수용해야 했던 것이다.
민의 힘은 각성된 민의 참여와 단합, 비폭력 평화 행동에서 나온다. 4.27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희망하는 한국민의 비폭력 평화 인간띠잇기 운동이다.
발상과 출발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 움직임이 위기로 치달을 때였다.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남한도 결부된 상황이었다. 전쟁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인, 지식인과 종교인은 무기력하고 무능했다. 이때 민의 평화 행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발상이 시작됐다. 민이 평화의 촛불을 켜자, 가정에서 교회에서 거리에서 평화의 빛을 밝히자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서 한반도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망령은 평화의 기운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정치 협상을 통한 평화는 언제든지 깨지기 쉬운, 홀로 지탱하기 어려운 평화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정치적 협상만으로는 힘든 것이다. 북미간 정치협상은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되풀이했다. 남북한 정상은 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만남을 수시로 가졌다. 70여 년 분단 세월에서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모습들을 남북민들은 함께 보았다. 이번만큼은 한반도 땅에 반드시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절실하고 절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는 정치 지도자들만의 일이 될 수 없다.
정치적 평화협상이 견고하게 유지되려면 민의 지지와 참여가 없이는 안 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민은 구경꾼이었다. 어떻게 민이 한반도 평화 실현 과정에 참여하고, 또 기여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은 기도 속에서 숙성되었고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으로 발아했다.
이는 두 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하나는 남북한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협력 사업이 DMZ 남쪽 관할권을 가진 주한미군 사령관의 불허로 무산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허락(Permission)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일이다.
4.27 판문점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평화 정착 노력들이 강대국 미국의 통제권 아래 무산되는 현실을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 실현이 남북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구나, 민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각성이 일었다. 이 각성이 4.27 DMZ 민+평화손잡기 운동을 촉발시켰다.
하자, 우리는 할 수 있다, 더 이상 주저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은 믿음의 운동이요 진리 실현 운동이다, 나부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시작하자, 민은 반드시 응답하여 참여하고 일어설 것이다. 그렇게 DMZ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뜨겁게 응답했다. 이심전심이었다. 말을 안 하고 있었을 뿐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민이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평화는 우리 힘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마음에 다른 의견이 없었다.
계획과 뜻은 좋지만 수십 만 명이 DMZ 길까지 오겠는가, 누가 그 일을 수행하겠는가, 돈이 많이 들 텐데 어떻게 비용을 마련하는가. 반신반의 하고 실행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었다.
왜 ‘4.27 DMZ’인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고 남북 분단선을 넘나들었다. 이 날은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만든 날이다.
2019년 4.27 1주년에는 시민들이 나서서 평화를 실현하고 마무리 짓자는 의지가 4.27에 담겨 있다. 또한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남북 분단은 미완의 독립이다. 남북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3.1정신은 유효하다. 그러므로 4.27 평화통일 운동은 3.1운동 정신을 실현하는 운동인 것이다.
그러면 왜 굳이 DMZ인가? 서울 광화문이 민주주의 광장이라면 남북 평화통일의 광장은 DMZ이다. 한국전쟁 중에 수없이 많은 이들이 죽은 땅, 분단과 군사 대립으로 살기등등한 어둠과 사망의 그늘진 땅, DMZ는 남북한 평화 실현의 메시아적 터전 아닌가.
DMZ는 한반도 안에 있는 외국군 관할의 땅이다. 한국전쟁이 북한과 UN군 사이에 휴전조약으로 멈춘 이래 DMZ 남쪽 지역은 UN군 사령관, 즉 주한미군 사령관의 통제권 아래 있다. 대한민국 영토주권에서 제외된 지역인 것이다. 법적으로는 우리 땅 안에 UN 영토가 있는 격이다. UN군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으니, 주한미군 사령관이 남북한 사이의 경계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휴전조약으로 생긴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사령관의 허락 없이는 남북한 사람들은 자유로이 오고 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65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이 비정상 상태는 고쳐져야 한다. 이것이 휴전조약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평화협정 이전이라도 주권국가요 UN 가입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에게 DMZ 통제권은 이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DMZ 평화손잡기운동은 DMZ 영토주권 회복운동이다. 이는 민의 평화띠잇기운동을 DMZ에서 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DMZ 주권 회복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건설하고자 하는 의욕과 능력을 갖고 있음을 세계 만방에 밝히게 될 것이다.
| | | ▲ 국경선평화학교가 있는 철원 DMZ 평화문화광장을 방문한 순례객들이 'DMZ 평화손잡기'를 하고 있다. '4.27 평화손잡기 운동'은 이미 시작되었따. (사진: 정지석 목사 제공) |
‘민+’에 담긴 평화코드 ‘민+’에는 이 운동의 평화성, 자유함과 확신이 담겨있다. 이 운동은 순수 민의 운동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단순히 인간 민의 의지를 넘어선 역사적 순리의 운동이요, 민의 각성운동이요, 진리의 운동이다. 이것이 ‘민+’가 의미하는 내용이다.
4.27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은 종교적 성찰의 운동이요, 신학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 나라 운동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민+운동은 필연적으로 평화운동이다. 방법과 내용, 동기와 과정, 목표에서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민+ 코드에 담고 있다.
민+는 민 위와 아래, 앞과 뒤에 이 운동을 주도하는 절대자의 현존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인간적 기준에서 하는 가능성과 불가능성, 성공과 실패의 평가에서 자유롭다. 경험과 지식, 조직과 돈의 얽매임이 없다. 민의 자발적 운동으로 일은 진행된다는 확신이 있다. 이 확신은 촛불 민주주의 혁명의 체험에 근거한다. 민의 운동을 조직과 돈으로 했던 과거 습관과 생각을 벗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민+ 코드에 담겨 있다.
평화손잡기 발트해 3국의 인간띠잇기 운동은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일회성의 정치운동 이었다면, 4.27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긴 안목을 요청하는 문화혁명운동의 성격을 갖는다. 평화손잡기는 단순히 손을 잡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손을 잡는 것은 민의 집단적 행동의 표현이다.
평화손잡기에 참여하면서 민은 각성과 교육의 자기변혁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전 세계 사람들은 한반도 판문점에서 적대적인 두 부분국가(남북한은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통일국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부분국가’라고 볼 수 있다)의 정상들이 웃으면서 손을 잡고 남북 분단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이 모습을 4.27 정상회담의 가장 감격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도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평화는 손을 잡으면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손을 잡았듯이 남북의 사람들도 손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쪽 DMZ 마을길에서 먼저 남쪽 사람들이 손을 잡는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민의 의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DMZ 주권회복을 요구할 것이며, 북녘 사람들과 손잡고 싶다는 마음도 전할 것이다. 민의 평화운동은 즐겁게 자녀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실천이다. 그래서 4.27 운동 슬로건은 “꽃피는 봄날 DMZ 마을로 소풍가자”로 정했다.
제2의 촛불 평화운동 4.27 DMZ 민+ 평화손잡기운동은 공동체의 평화, 특히 전쟁과 분단으로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해온 두 국가공동체의 갈등 상황 속에서 평화를 민의 힘으로 실현해 보겠다는 평화운동이다. 그런데 민이 어떻게 평화를 만들 수 있는가. 정치군사적 갈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도 아니고 군대 지휘관도 아닌 사람들이 어떻게 평화를 만든다는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4.27 평화손잡기운동이다.
민의 힘은 민의 의지를 집단적으로 표현할 때 나온다. 민의 힘은 진리를 따르는 자발적 개인들이 모일 때, 서로 손을 잡을 때 강해진다. 촛불민주주의 혁명이 그 증거이다. 한 개의 촛불이 수백만 촛불로 켜졌을 때 부정부패의 최고권력을 무너뜨리고, 옥에 가둘 수 있었다. 민이 각성하고 뭉쳤기 때문이다. 4.27 DMZ 민+ 평화손잡기 운동은 촛불운동으로부터 확신과 영감을 받은 한반도 평화운동이다. 한 사람에서 시작되어 둘이 손잡고, 또 감동 받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500Km 평화누리길에 50만, 100만 명이 나와 손을 잡고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한다” “남북한은 평화롭게 통일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증언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민의 뜻과 힘으로, 전 세계 민들의 지지와 이해와 협력을 얻어 남북한 평화통일을 실현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DMZ 마을까지 오겠느냐는 의구심과 회의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운동이 처음부터 믿음의 운동임을 모르기에 나오는 말이다. 민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을 믿고 하는 운동이다. 민을 동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정치권력자들이나 선동가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민의 평화운동은 민이 각성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자발적인 운동이다. 4.27평화운동은 민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의 운동이다. 지식인의 지식과 책략가의 책략과 운동가들의 조직 논리로는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만, 민과 민심을 믿고 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모든 평화운동은 본질적으로 민의 운동이다. 정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