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제주작가회의
 
 
 
카페 게시글
내가 읽은 詩 스크랩 잠수 잠녀 제주해녀 그리고 우리
김창집 추천 0 조회 109 14.12.13 22: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여성작가회의 자청비에서

작품집을 발간했다.

 

이름하여

‘잠수/ 잠녀/ 제주해녀/ 그리고 우리’

 

‘UNESCO 인류무형유산 등재시대의

제주해녀에 대한 오마주’란

수식어가 붙었다.

 

[특집 1] 제주문인 제주해녀 대표작

[특집 2] 제주여성작가회의 ‘자청비’ 회원 제주해녀 작품

[대표작] 제주여성작가회의 ‘자청비’ 회원 대표작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여러 장르에 걸쳐 실었는데, 무려 434쪽이나 된다.

 

그 중에서 시 몇 편을 골라 해녀들의 주 활동무대의 하나인

구좌읍 해안가에서 찍은 가을 바다 사진과 곁들인다.

   

 

♧ 해녀 금덕이 - 김순이

 

바다가 운다

우렁우렁 운다

뒤척이며 밤새도록 운다

마을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데

금덕이여가 있는 성산포 바다

소용돌이치며 운다

하얗게 거품 일며 운다

성산포 사람들은 알고 있다

금덕이여가 울면 며칠 없어 태풍이 들이닥친다는 걸

 

금덕이는

200년 전 성산읍 신풍리에 살았던 대상군* 해녀

아기 낳고 사흘 만에 바다에 나갔다가

어지럼증에 그만 정신을 잃어

파도에 실려 먼 바다로 떠밀려갔다

문득 정신이 들고 보니 바다 한 복판

몸은 바다 속으로 가뭇없이 잠겨갔다

아들 낳았다고 좋아했는데

핏덩이를 두고 이렇게 죽는구나

그런데 이게 웬 조화인가

발바닥에 바위의 감촉이 닿았다

바위를 딛고 서보니 물은 겨우 허리께에 찼다

허리에 묶은 테왁줄 잡아당기니

구명보트 같은 테왁이 저만치서 이끌려 왔다

이렇게 금덕이는 살아났고

그 여(礖)에는 금덕이여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덕이여는 바다 속의 보물창고

최상품의 미역밭이었다

한양 임금님 수랏상에 올리는 진상품 미역은

금덕이여에서 캐낸 것이 최고

금덕이여 자리돔은 성산포 일대에서는

물회로 젓갈로 크기는 작아도 사랑받는 물고기

전복도 구젱기도 금덕이여에서 잡은 건

크기도 크거니와 맛도 깊어 진미(珍味) 중의 진미더라

 

금덕이는 신풍리 대상군 해녀

뙤약볕 아래서 콩밭 검질* 매다가도

물때가 되면

안장도 얹지 않은 말을 타고 바다로 내달렸다

 

불턱*에서는 잡은 구젱기 손 크게 내놓아

허기진 동료 해녀들 군입거리로 주고

언제나 걸쭉한 입담 푸짐한 웃음으로

모두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줬던

진정한 대상군 해녀 금덕이

금덕이여에서 캐낸 해산물로

집도 장만하고 밭도 사서 다들 부러워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장부

해녀 금덕이는 갔어도

금덕이여는 남아

저 바다 속 보물창고로 남아

지금도 해녀들 먹여 살린다

 

태풍이 올라치면

성산포 마을에 퍼져나가는

우렁우렁 바다의 울음소리

금덕이여 물결이 우는 소리

해녀 금덕이가 알려주는 태풍경보

 

---

*대상군: 최고의 기량과 덕성을 갖춘 해녀 그룹의 리더.

*검질: 잡초

*불턱: 해녀들의 쉼터.

   

 

♧ 돌염전 - 문순자

  - 친정바다 1

 

결은 끝나지 않는 항거의 몸짓이다

주일날 교회 대신 문득 찾은 친정바다

여태껏 갈매기 몇 마리 저 이랑을 겨누고 있다

 

내 고향은 큰딸에게도 돌염전 대물린다

밭 대신 20여 평 유산으로 받아든

어머니 구릿빛 내력, 자리젓보다 더 짜다

   

 

♧ 구룡포 해녀 - 오승철

 

가야한다.

봄이면

누떼 같은 순례의 길

일 년 절반 제주물질 또 절반은 원정물질

반도의 해안선 따라 테왁처럼 떠도는 길.

 

나도 왔다

“육지물질 간다”던 그 구룡포

천명이듯 마라강 건너는 누 떼처럼

한 무리 검은 속곳들 파도 세례 받는다.

 

그는 상군해녀 해녀에겐 정년이 없다

저물녘 구룡포 시장, 자맥질을 하는지

한 생애 숨비소리가 뚝배기로 끓는다.

묻어난다 입술 끝에

어머니의 이어도

추석 무렵이면 제주로 다 돌아간

그 한 녘

이승의 한 녘

꽉 차오는 섬 하나.

   

 

♧ 누이의 바다 - 이승익

 

사리 때만 되면 누이는

바다에 눈을 주더라

처녀적 물속에서 유영하며

자맥질하던 시절 떠올리는 듯

머언 수평선을 멍하니 주시한다

 

누이는 열심히 부엌일을 하다말고

가끔은 스무살적 궤적을 떠올리는지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

가슴속에 묻어둔

가슴속에 간직한

사랑이란 언어들이 삼십년 지난

지금에사 부유하며 떠오르나 보다

 

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은

금방이라도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그때 그 바다에 버린 사랑이란 언어들을

건져 올릴 심산이다

 

한 달에 두 번 찾아오는 사리 때만 되면

누이는 바다를 못 잊어 온몸이 열병이 돋아

몸살이 심하다

 

물살이 잦아든 바다를 보면 누이는

눈빛이 더욱 영롱하게 빛난다

   

 

♧ 밖거리 아지 - 김섬

 

곤밥 먹는 소리 ?

곱들락? 서울 아가씨 아지

“해녀가 되고 싶어 제주 왔어요.”

빙섹이 웃으멍 ?암주마는

“어촌계 가입해도 해녀 안 시켜 준대요.”

?뭇 섭섭??땀주마는

칠성판 지어사 ? 수 있는 일이랜

?라, 마라?

에라 대 그차지는 해녀

느라도 해지컨 해보렌

?라, 마라?

   

 

♧ 순비기 꽃 - 김순남

 

여름철 모래밭이 뜨겁다 해도

마른 밭의 쇠비름 제 아무리 질긴들

혓바닥 갈라지도록 숨비소리 내다보면

사는 것도 잊은 채 살아왔지요,

 

따개비 돌아앉은

그대 사랑과 눈물의 뱃길은

오직 빗창 하나뿐이었지요.

 

물비늘 뚝뚝 흘리며

돌아오는 길은

회색빛 은은한 푸른 입술이

하늘만큼 두텁고 맑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줄 알았지요.

   

 

♧ 어머니의 숨비소리 2 - 김영란

 

느 거 나 거

 

그뭇 긋이멍

 

바당은 ? 갈르지 안 ?

 

땅 문세 집 문세

 

문세엔 ? 걸 배려나 봐시냐

 

바당은

 

그뭇 긋지 안?영…

 

게난

살아졌주

   

 

♧ 따뜻한 초승 - 김진숙

 

어둑한 귀갓길이 초승달 따라 간다

오래 뜬 별 하나가 전조등을 켜놓은

하늘가 한 뼘의 거리

은비늘이 반짝여.

 

고모댁 불 꺼진 방

안부 살피던 이웃처럼

복사꽃 청상의 그늘 혼잣말을 엿듣다가

발걸음 차마 못 떼고

그렁그렁 뜨는 밤.

 

제주 바다 물속 어디 당신 몸 뿌리셨나

배고픈 아우 찾아 떠먹이던 숟가락

열아홉 한 술의 온기

초승달이 떠 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