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이 속이 없다고 나에게 붙어준 이름인데 나는 그 이름이 너무 좋소 빌 공(空)이 얼마나 좋은 거요 공명(空名)하고는 관계가 없소 나는 부지런히 내 속을 비웠소 비우고 비웠더니 속이 다 없어졌소 속없는 나를 골빈 족속이라 착각은 마시오 속이 없다고 얼빠진 건 아니오 얼굴에서 얼을 빼면 굴만 남는 그들과는 다르오 속없는 내가 나는 좋소 어리석게도 좋소 속이 없으니 편하기 그지없소 속있는 속물보다 속없는 내가 나는 좋소 속없는 나를 바다는 슬쩍 받아주고 속빈 놈이라 나무라지도 않소 어부들은 속없는 나를 속없이 좋아하오 자기들을 닮았다나 뭐라나? 속도 속절없이 내려놓고 바다 밑까지 품고 가는 어부들이 나는 한없이 좋소 그들에게 잡혀 수족관에 팔려가도 나는 그들을 어신매매라 말하고 싶지 않소 누가 나를 속빈 놈이라 비웃는 거요? 모르는 소리 마오 속이 비었으니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오 속이 비었다고 참으로 가벼운 존재는 아니오 속없이 사는 내가 나는 대견하오 속없이 사는 건 마음 비우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소 나는 평생 속없는 자로서 간단없이 갈 길 가려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