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추울줄은 몰랐습니다.
비에 바람에...심지어는 우박도 내리더군요~
거위털 침낭과 가스난로 아니었으면 얼어 죽었을겝니다~~ㅠㅠ
자전거를 타겠다 생각하고 차에 싣고 갔지만,
하늘에서는 비가 오고 길은 비탈길+돌길
실었던 자전거는 저 상태 그대로 집으로 귀가 했습니다. ^^;;
두 사람이 캠핑하러 가는데
짐은 거의 이삿짐 수준입니다.
캠핑의 묘미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그 묘미에서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슬슬 "내가 캠핑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Review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농사 지으며 살고 싶다고...
"다니다 보면 네 마음을 끄는 땅이 있을거야"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땅은 호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호남 땅은 어디를 가든 첫눈에 반합니다.
장수도 그랬고 덕유대도 그랬습니다.
호남땅....."무.진.장" 좋습니다. ^^
서울에서는 이미 져 버린 벚꽃이
덕유대에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피어 있었습니다.
이 놈 (거위털 침낭)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이번에 얼어 죽었을 겁니다.
냉동이 안되는 냉동창고에 갖혀 있던 사람들이
냉동되는 줄로 착각하고서
영상의 기온에서도 다 같이 얼어 죽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었지요.
잠들면서 왜 그 에피소드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깔끔한 개수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더운 물이 안나오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정도로 깨끗하다면 그까짓 것 용서할 수 있습니다!!
둥글이님은 텐트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는 텐트 안에서 사진이나 찍으며 놀고 있습니다.
라디오 없는 캠핑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산속이라 주파수가 잘 안잡혀서 계속 이리저리 돌려 보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음악평론가 정만섭씨의 목소리...
들리시나요? 지금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는 중입니다....
잠결에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으려고 눈을 감은 채 팔을 휘젓다가
랜턴 뚜껑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오바 스럽게 붕대를 감아 놓은 건 둥글이님의 작품입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캠핑 장에서는 전화기를 꺼놔야 한다!!!
먹는 것에 관심은 많으나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요리에 관심은 많으나 요리시간은 최소한(거의 "0")로 하려고 합니다.
혀의 즐거움을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황후의 아침식사입니다.
(둥글이님은 아침을 안먹으므로 패쑤!)
가스 난로만으로는 부족해서 랜턴까지 난방도구로 용도변경했습니다.
한낮이었는데 텐트 안에서 랜턴을 켜 놓고 있으니
나름대로 아늑한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때쯤이던가... 아마 텐트 밖에는 우박이 떨어 지고 있었을 겁니다.
캠핑용 오븐.
사놓은지 꽤 되었는데 써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것까지 들고 다니니
캠핑을 다니는건지 이사를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게지요.
오븐에서 츄러스를 굽는 중입니다.
맛은.....음~~(기름과 설탕으로 범벅된 밀가루맛)
-----------------------------------------------------------
이제 부터 고민하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 편리하게 지내기 위한 고민.
어디까지가 필수이고
어디까지가 옵션인가?
The End.
첫댓글 사람과의 만남을 줄이면 장비도 줄어듭니다. 애써 챙겨다 어지럽게 펼치고 이 사람 저사람에게 자랑하듯 세팅된 지금의 캠핑도 언제가는 줄어들겠죠. 혼자 다니면 이런 겉치레 필요치 않으니 분명 줄어들 것 입니다.
아직까지는 혼자 갈 자신이 없습니다. 정말 혼자서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한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언젠가는 혼자 단촐하게 캠핑할 날도 오겠지요? ^^
nemo님 + 둥글이님, 앞집에 머물렀던 사람입니다, 져즌나무 태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두분을 알게되서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날씨가 추운데 나무가 말썽이라서 애를 먹었는데 중간중간 톱밥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장비가 장난이 아니네요!
저도 저 장비들을 보면 무섭습니다...후덜덜~~ㅠㅠ
장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왜 이리 많은신지... 정리좀 하세요... ㅋㅋㅋㅋㅋ
이보세요~~-_-;;;;;;;
추운데 고생많으셨네요...손에 화상입으신건못봤네요...흉지지 말아야할텐데..오븐에서 구운거 맛봤습니다...맛나드군요.
붕대가 오바 스러워서 그렇지 심하지는 않습니다. 흉터는 생길 것 같은데 눈에 띄는 부위는 아니라서 괜찮아요~^^
워......아니 또 뭐가 그렇게 느셨어요 ^^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언제 한번 캠핑장에서 Garage Sale 하고 싶습니다...ㅠㅠ
정만섭씨 저도 좋아합니다. 침착하고 목소리 좋고 진행 좋고 아는 것 많고....^^ 근데 저희도 짐이 많은 편에 속했는데 저희보다 훨씬 많구먼요. 저희는 지금은 짐을 많이 없앴습니다. 불편함을 받아 들이니 짐이 줄어 들더군요.
앗..정만섭씨를 좋아하시는군요~^^ 클래식FM 2시부터 4시까지의 명연주 명음반도 좋지만, KBS 1FM 신성원의 문화읽기에 초대손님으로 나올 때의 선곡이 더 좋은 것 같아요. ^^ 불편함을 받아들이라...명심하겠습니다~^^
"장비의 노에가 되지 말자"...ㅎㅎㅎ...캠핑계의 또하나의 교훈이죠
네.. 지금 딱 그 꼴입니다. 장비의 노예....ㅠㅠ 자유를 누려보려고 떠나는 캠핑인데말이죠~에휴~~
트레일러에...차를 바꾸시더니...머리를 올리시고...트레일러에도 모자를 씌우시니 볼 때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다음이 또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요??...ㅎㅎㅎ
모자 위에 또 모자를 씌우던지... 그게 아니면 아예 캠핑카...???? 아.. 생각만 해도 통장 탈탈 털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ㅠㅠ
바로 윗집이셨네요 인사도 못했어요, 동글이님이 갖고오셔서, 츄러스 잘 얻어먹었습니다 ^^ 아침식사, 빵과 커피.. 저두 기는 아침인데,, 랜턴에 화상,,, 큰일날뻔 하셨네요,,, 우리 애도 랜턴에 다리화상당한 아픈기억이 있어서요,, 화상 상처는 괜찮으신지...
앗~~ 인사는 제가 못한 겁니다..^^ 추위에 떠느라 텐트 안에서 꼼짝 않고 있었거든요..^^;;;; 붕대를 오바스럽게 감아놔서 그렇지 대단한 상처는 아니랍니다. 오랜만에 물집 잡힌 거 보니까 좀 신기하기도 하고~재미있기도 하고~~ㅋㅋ(써놓고 보니 살짝 싸이코 스럽네용..*_*)
제가 이상한 건 2박3일 캠핑하면 저는 거지같이 되는데, 늘 둥글이님네는 올 때처럼 깨끗하단 말이죠....ㅎㅎ
본인 말로는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세수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만..저는 별로 세수하는 걸 본 기억이.....음~~~~
저희 아랫층에 계셨던 분이시군요. 둥글이님을 알았는데 Nemo님이 둥글이님 옆지기님인줄을 몰랐네요. ㅠㅠ 저도 제 운동화를 난민님이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슬리퍼만 신고 추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아.. 제가 닉을 바꿨어요~^^ 둥글이와 네모 커플...ㅋㅋㅋㅋ(원래는 Helen이었습니다) 저도 캠핑장에서는 거의 슬리퍼로 생활하는데 대신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습니다~^^ 캠핑장에서는 슬리퍼가 최고더라구요~^^
허~ 보다보다 오븐까지 가지고 다니시는 분은 첨 본것 같아요... 대단하십니다... 멋져요~~~ ^^
아이구.. 절대 따라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접으면 얄팍하게 접히니까 자리를 많이 안차지 않다고는 하지만 하나둘씩 챙겨넣다 보면 캠핑이 아니라 이사가 된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