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등재 엄연한 보통명사
〈5〉‘스님’이란 표현
‘스님’은 말 그대로 스님을 가리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배우면서 사찰에서 정진하는 출가수행자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스승님’에서 스님이 되었다는 것. 자기의 스승을 높여 사승(師僧), 곧 스승님이라고 하다가 자연스럽게 스님이라 부르게 됐다는 추측이다.
특히 청빈과 금욕으로 일관하는 출가수행자들의 삶은 누구나 본받을 만한 삶이다. 일반인들이 스님을 스님으로 높여 부르게 됐다면, 그만큼 오래 전부터 스님들이 폭 넓은 인정과 지지를 얻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1700년 전 한반도에 정착한 불교가 우리 민족으로부터 널리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설은 ‘승님’에서 스님이 되었다는 것이다. 승(僧)이란 출가수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화합하며 수행하는 공동체인 승가(僧伽)의 줄임말이다. ‘승’에 존칭어미 ‘님’자를 합해 ‘승님’이라 하다가 스님으로 변이됐다는 것이다.
스님을 폄하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중’이란 비속어도, 본래는 승가 곧 ‘화합중(和合衆)’을 일컫는다. 한편 <잡고(雜攷)>라는 문헌은 “중의 어원은 신라 때 한 마을의 우두머리로서 천신제 등 제사를 주관하던 ‘차차웅(次次雄)’이 있었는데, 불교가 전래된 이후 스님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차차웅→자웅→ㅈ+웅→중’이 되었다”며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다. 단어의 표면은 볼썽사납지만, 내면엔 불교의 미덕과 스님의 전통적 위상을 품고 있다는 점이 자못 얄궂다.
스승…출가수행자 지칭 순우리말
‘목사’ ‘신부’에도 존칭 의미 내포
한편 이웃종교 성직자인 목사 신부 교무 수녀와는 달리, 유일하게 ‘님’자가 붙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목에서 가끔 논박이 발생하는데, 존칭어미 때문에 신문과 같은 공식적인 출판물에는 스님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다.
종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스님’ 대신 ‘승려’라고 써야 맞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선 ‘○○○ 추기경’이나 ‘○○○ 목사’처럼, 스님의 법명을 앞세우고 직함을 뒤로 돌려서 표기하는 경우가 간혹 보인다. 종교를 균형적으로 다루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겠으나, 불자들의 시선엔 불교를 깎아내리기 위한 꼼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승려(僧侶)가 부정적인 뜻을 가진 낱말은 아니다. ‘짝 려’ 자를 쓰고 있는 데서 보듯, 승가의 비슷한말이다. 부처님 당시의 언어인 빨리어 ‘samana’를 한문으로 음차한 사문(沙門)도 출가수행자를 이르는 별칭이다.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이란 뜻인 ‘납자(衲子)’ 역시 선원(禪院)을 중심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미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억지로 바꾸는 일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외려 승려와 같이 다른 표현을 썼다가는 자칫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사실 목사의 ‘사(師, 스승 사)’나 신부의 ‘부(父, 아버지 부)’에도 존칭이 함축되어 있다”며 “단지 한자어여서 의미가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조계종 교육아사리를 지낸 명법스님은 “영어권 국가에서도 ‘존경받을 만한 자리에 있다’는 맥락에서 목사는 ‘Reverable’, 스님은 ‘Venerable’이란 호칭을 덧붙여 예를 표한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스님’은 엄연히 국어사전에 등재된 보통명사다. 모든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듣고 말하는 단어다. “언어는 개인이 함부로 바꿀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공용물이며 그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으로 맺어진 것이다.” 언어의 사회성에 관한 정의다. ‘스님’을 대체할 낱말을 찾으려는 노력은 어떤 측면에서 반사회적인 행위인 셈이다.
[불교신문3080호]
첫댓글 이제야 조금 알것간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