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kRIQkSSlsRg
싱어게인중 수많은 명공연을 만들어낸 도라도님의 모든 곡들을 많이 반복재생했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는 무대를 하나만 고르라면 긴 고민끝에 아마 저는 Light Up을 꼽을듯 합니다. 불렀던 모든 곡들장 가장 이질적이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가수본인도 특별히 추구했던 장르가 아님에도 200%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완성시킨 놀라운 무대였죠.
작은 체구에 압도적 가창력을 가진 디바로만 생각했던 그녀가 재즈에 이어 이번엔 힙합 의상으로 그냥 기분을 좀 내는구나 했던 생각은 금방 깨져버리고 지금껏 어디에 숨겨놨는지 놀라울 그루브가 하나도 버릴것 없는 동작들과 함께 음악에 어우러집니다. 마치 대곡 발라드를 부르던 셀린 디옹이 갑자기 춤을 능숙하게 추며 노래 한다면 느낄 신선한 충격이랄까요?
밝고 경쾌하고 긍정의 메시지가 가득찬 곡을, 보면 기분 좋아지는 저 미소를 가득 머금고 부르는데 왜 저는 마냥 신나기보다 쭈뼛쭈뼛 소름이 돋고 여기저기 뭉클해지는걸까요? 그러라고 만든 곡이 아닌것 같은데 말이죠.
저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니 콕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그냥 '최고의 재능이 엄청난 노력과 결합된 현장을 보는 경이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그런 조합이 생산해내는 결과물은 전율을 주기 마련이죠. 댄스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 터져나오던 탄성이 그랬고 심사위원들도 아니 이건 또 뭐야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지금껏 늘 한자리에서 거대한 나무처럼 노래를 부르던 도라도님이 무대 전체를 다 쓸뿐 아니라 말도 못하게 스타일리쉬한 자기 연출을 하는 모습은 짜릿한 반전이었습니다.
게다가 메이킹 과정을 보면 안무 역시 도라도님 자신이 스스로 만든것인듯 한데 심사위원들의 평가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곡의 가사와 잘 어우러지게 배치된 동작들은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댄스가수로 트레이닝한적이 없으니 줄넘기를 해가며 체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내는 것은 단순히 '젊음이 좋구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래하는 중간중간에 가끔식 추임새만 넣는 수준이 아닌 곡 전체를 몸으로도 녹여내고 무대공간 전체를 채운다는 무대연출감각이 이끈 결과물인것이죠. (그래도 젊음은 부럽네요 ^^)
도라도의 Light Up을 보면서 Whiplash가 뜬금없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돌음악을 찾아듣지는 않지만 비교적 최근에 자주 들었던 곡이 에스파의 Whiplash였고 잘 모르는 장르이지만 음악과 안무까지 철저히 차가운 인공미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쿨함 그 자체이자 팝음악의 모든 요소를 세계 최상급 퀄리티로 만드는 KPOP의 현주소 같았습니다. 에스파 멤버들이 뛰어난 재능의 퍼포머들이겠습니다만 그들을 완성하기위해 음악프로듀서, 안무, 의상, 메이크업 등등 대자본과 수많은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정교하게 생산해낸 문화상품, 또 그것을 굳이 예술로 봐달라고 우기지 않는듯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만들어서 작품처럼 느껴지는 고급전자제품을 손에서 만지는 만족감 같달까요.
전문가집단없이 무대진행이 불가능해보이는 블럭버스터 K아이돌의 음악과는 완전히 반대편에서 도라도님은 오로지 혼자서 온몸으로 음악을 체화하여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퍼포먼스는 챌린지나 커버댄스로 카피가 불가능한 독특하고 생생한 에너지가 가득했기에 비교대상으로 1년도 더 지난 그 곡이 생각난 것이죠. (그새 무수한 곡이 있었겠지만 제가 아는게 없어서...) 다시 말하지만 저는 위플래쉬를 좋아하고 목덜미 춤도 멋있다고 생각해서 댄스커버 영상도 여럿 찾아봤습니다. 모든 요소들이 치밀하게 각각 기획되어서 노래와 안무가 개별적인 생명력이 있는데 동시에 그만큼 음악과 음악외 요소들이 명확히 분리되어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댄서들이 노래 부르지 않고 커버댄스만 추어도 자연스럽고 멋지죠.
하지만 Light Up 무대는 가창과 춤이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엮여서 각기 독립적으로는 성립이 안되는 곡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동작과 가사 내용의 싱크가 있어서 아니라 아마도 가창자가 직접 스스로 표현한 안무였기 때문일겁니다. '마침' 그 가창자가 춤과 리듬에 대한 감각도 매우 뛰어나서 단시간에 대단히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완성된 것이죠. 경연곡을 준비하고 무대까지 만드는데 몇주의 시간밖에 없지 않았던가요?!
전문 안무가들이 만든 화려하고 파워풀한 동작들은 신체로 가능한 표현과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내며 그 자체로 이목을 끄는데, 유명한 곡들은 누구나 대충이라도 흉내낼수 있는 시그니쳐 안무들이 늘 있는것이 애초에 챌린지나 커버등으로 바이럴 재생산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인상입니다.
하지만 Light Up의 안무는 분명 반복동작이 있지만 수없이 봐도 딱히 어떻게 따라할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따라해볼 생각도 굳이 안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는데, 동작 그 자체가 주목을 끌지 않고 오로지 곡의 메시지에만 복무하며 노래의 일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즉 따라하려면 저 엄청난 가창과 표현까지 다 풀패키지로 해야합니다. 분명히 연습된 동작들일텐데 무대에서 느끼는대로 즉석에서 발현되는것처럼 보이는 저 그루브는 아마도 코드쿤스트가 말한대로 제스쳐와 안무 사이 어딘가 미묘한 지점에 존재하기 때문에 복제가 어려운 것이겠죠. 아이돌 안무도 도라도의 그루브도 멋있는데, 전자는 왜 멋있는지가 직관적으로 보인다면 후자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차이점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것은 한차원 더 높은 퍼포먼스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가수만 보여주는 직캠 영상을 보면 정말 그 에너지를 더 확실히 느낄수 있는데 어느때보다 화려한 안무의 음악이 이미 넘쳐나는 시대에 몸으로 표현되는 음악의 정수를 이렇게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다만 생각해보면 Light Up 이전의 모든 곡들에 그와 같은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안무나 춤 대신 작은 손동작이나 미묘한 표정의 변화들 까지 모두 노래를 표현하는 요소들이었고 그 표현이 매우 호소력이 있어서 모든 곡들에 공명을 더합니다. 어느 가수나 노래하며 그 내용을 연기하지만, 도라도님의 연기력은 특히 도드라지게 뛰어나고 자연스럽습니다. 가창과 가창외적인 모든 요소들이 극대화되어 표현된 것이 Light Up 무대였구요. 처음에는 우리말로 노래하는 외국인이라는 점만으로 놀라웠는데, 이제는 마치 메릴 스트립이 선덕여왕 역할을 하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니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잊게되는 경지입니다. 우리말 가사뿐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를 느끼며 전달하는 능력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같은 일반인보다 이미 한참 월등해 보입니다.
도라도 그루브의 근원. 아버님 동작도 예사롭지 않으심
아티스트로서 도라도님의 엄청난 재능과 노력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전달하지만, 제게 Light Up 곡이 뭉클한 이유는 좀 다른데 있습니다. 그것은 노래하는 그녀가 너무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웠던 가족들이 현장에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진심으로 무대를 사랑하고 저 여정속에서 자신에게 빛이 되어준 이들에게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그 모든 감정을 원없이 음악으로 표현할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나 보입니다.
그 표정이 너무 순수하고 예뻐서 마냥 행복해하는 어린아이를 볼때 느끼는 감동이 있습니다. 그 예쁘다는 것은 외모의 아름다움만을 말하는것이 아닙니다.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 예쁘고, 그래서 뭉클합니다. 집을 떠나 말도 안통하는 타국에 어린 나이에 건너와서 열심히 살아온 그녀 개인의 서사를 생각하면 더더욱 저 행복한 모습은 특별하고 귀합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식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도라도님은 결국은 온전히 즐기는 모습으로 마무리 하는 완벽한 여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어지는 심사위원들의 반응과 평가는 냉정하게 말해서 다른 출연자들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른 심사에서는 감격을 해도 자신들의 단단한 파운데이션에서 흔들림이 없던 커리어의 정점을 이룬 아티스트들이, 도라도님의 무대를 보고 난후엔 코어에서부터 뒤흔들린 실존적 충격을 받은 모습 같았다고 하면 너무 과하게 해석한것이려나요? 작은 화면으로만 봐도 소름이 돋고 뭉클해지는데 현장에서 보았다면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그 강렬함은 뿌리를 흔들만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혹시 카페에 그날 방송을 현장에서 직접 보신분들 없으신가요?)
Light Up이 음원차트에서 더 큰 돌풍을 일으키지 않은게 좀 의아했는데 스튜디오 녹음본은 훨씬 차분하고 저 라이브만큼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공연영상에서 음원을 따서 더 많이 듣는데 그만큼 안무를 포함 무대현장에서 표현되는 생생함의 총합이 Light Up이라는 곡을 비로소 완성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도라도님은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을 만들며 행복해 할까요? 생각만해도 제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마음은 몽글몽글해집니다.
https://youtu.be/yn-3ZO03UXY?t=166
PS - I posted this in English for the Filippino members, but it's quite time consuming to copy over the posting from another cafe so I'm leaving the link for now. I'll repost in English as well. Sorry for the incovenience. https://cafe.naver.com/doradomong/241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 <Light up>을 들었을 때는 결승곡치고 너무 잔잔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도 했어요.
<I want you>에서 보여준 임팩트가 워낙 컸던 터라, 멜로디가 단번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 곡이 결승 무대에 어울릴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죠.
싱어게인 갤러리에서는 도라도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안 맞는 프로듀서를 매칭했다는 음모론까지.
상상해 보세요 지금 오디션 가수들이 이 곡을 신곡으로 받아서 안무 없이 불렀을 때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하지만 도라도님은 역시 프로였습니다. 슬로우 템포의 R&B 소울이라는 낯선 장르에 안무를 더해 무대를 꽉 채운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곡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의 색깔로 재해석해내는 감각적인 모습이 최고였죠.
결국 799점이라는 점수는 곡의 완성도를 넘어, 그 무대를 완벽하게 본인의 것으로 만든 도라도님의 실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제 좋은 프로듀서와 찰떡같은 히트곡만 만난다면 정말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네요.
메이킹 과정과 특히 작곡자들의 뒷얘기도 좀 듣고 싶습니다.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완벽한 무대를 짧은 시간에 만들어냈으리라 상상도 못했을것 같거든요. 평면적인 시나리오에서 살아숨쉬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연기자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100점을 줬던것은, 이것은 내가 평가할 범위가 아니라는 항복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거의 모두 같은 생각을 한것이죠. 솔직히 99점이나 98점은 살리에리가 감히 모자르트에게 2% 부족하다고 한마디 하는 경우가 아닐까라고 까지 생각합니다 ㅎㅎ
도라도님이 프로듀싱이 중요한 부분이 도라도님이 라이브를 잘 하는 가수라서. 스튜디오에서 녹음본들을 보면 현장감이 많이 죽어 있습니다.
그래서 음원으로 들으면 현장감이 죽어서 들리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레이디 가가나 팝 스타들도 이렇게 현장 라이브 녹화로 음원을 만든 경우도 꽤 있습니다. 도라도님도 향후에 한번 시도해 볼만한 방식입니다.
동감합니다. 현장에서 단 한번 이뤄진 그 공연의 에너지는 레코딩부스의 작은 공간에서는 결코 나올수 없죠. 저도 공연음원을 추출해서 듣습니다. 정말 라이브로 보고싶게 만드는 가수입니다.
본글과 댓글 모두 제 맘대로 799점 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하, 다 100점인데 이번엔 누가 99점을 준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