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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동장터를 시작합니다.
어제도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매출은 평균과 비슷했습니다.
그런 어제를 생각하며 오늘도 사람이 없을지라도 매출은 전체 평균과 비슷할것임을 생각하며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보고자 합니다.
9시 15분,
지난번 어르신들 말씀을 잊지 않고 오늘은 차를 돌려놓습니다.
해가 지는 방향과 계절에 따라 물건을 고르는 위치를 바꿔드립니다.
여름엔 장터차가 그늘이 되도록 시원하게 뒤로 돌리기.
겨울엔 햇살이 따뜻하게 장터차가 앞으로 돌리기.
윗집 삼촌이 빵을 3개 고르던 찰나,
옆집 어르신이
"나도 빵 사러왔는데, 2개만 사쇼~" 하십니다.
"울 손주가 빵을 잘먹는데, 1개 밖에 안남았어~" 하시는 말씀에 하나를 양보해주십니다.
빵을 읍에 있는 마트에서 떼오기 때문에 양을 많이 갖고 다니진 못합니다.
어르신들은 그것을 아시는지 알아서 잘 나눠서 구매해주십니다.
9시 35분,
오늘도 마을엔 사람들이 없습니다. 다들 일자리 하러 가셨다고 어르신들이 안계신다고 합니다.
아침에 10시까지 일하신다는 어르신. 앞으로도 계속 겹치면 이 마을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됩니다.
순서를 갑자기 바꾸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신중해야합니다.
10시 15분
"내가 막걸리 먹고 싶어서 울 아저씨 몰래 저금통 털어왔어. 자 2,500원 맞지? 함 세봐,"
하시는 어르신.
늘 오시면 흑미 하나랑 막걸리 하나를 사십니다.
그리고 봉지에 꼭 넣어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주머니에서 나온 동전 하나하나 세보니 딱 정확합니다.
막걸리들고가시며 신나하시는 어르신. 그런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0시 30분,
마을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처음보는 어르신이 나오십니다.
머리가 하얀 어르신, 어느 집에 사시는지 여쭤보니,
"나 여기 방문 요양 활동가야~" 하십니다.
얼핏보면 60대가 좀 넘어 보였는데,
방문요양 활동가라는 말씀에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딱 노노케어가 이런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어르신 반찬 해주신다고 콩나물 챙겨 가시는 어르신.
어르신이 어르신을 케어하는 일 쉽지 않아보이지만 그것이 농촌이구나 싶습니다.
11시 10분,
회관 마당 앞에 앉아서 들깨를 정리하고 계시는 어르신.
"요 들깨 냄새가 참 좋아. 이렇게 정리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러." 하십니다.
어르신 옆에 앉아 들깨 한움큼 잡았다가 내려놓으면서 냄새 맡습니다.
들깨 특유의 풀냄새와 흙냄새가 함께 섞인 그런 냄새가 좋습니다.
따뜻한 햇살에 앉아 들깨 냄새 맡으며 있는 그 시간, 그 시간이 딱 농촌의 시간이구나 싶습니다.
회관에 있으니 다른 어르신들도 오셔서 물건 사시기 시작합니다.
"나 오늘은 콩나물 두봉만 줘~ 지난번 세봉 너무 많았네~" 하십니다.
"나는 오늘 코다리 하나, 댓병하나 주쇼." 하시는 어르신.
회관 총무님은
"오늘 싹 결제 해볼테니, 다른것도 좀 같이 줘보시게."
"두부, 간장, 고등어, 다시다, 계란 등.. 점빵에서 살 수 있는건 총무님이 점빵서 모두 사주십니다." 이렇게 라도 사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멀리서 보이던 이장님 인사드리니 회관까지 오셔서 물엿 하나 사주십니다.
"울집도 고추장 담글라고~" 하시는 이장님. 인사 한 번으로 와서 하나 더 사주십니다.
11시 40분,
건조장에서 보리를 건조시키고 계시던 어르신.
소리가 안들려 점빵차를 몰랐나봅니다.
오늘도 두부 세모, 다시다 하나 그리고 참치캔 두개 사십니다.
"이 참치가 김치넣고 볶으면 맛나단게." 하시면서 큰 참치캔 2개를 고르십니다.
11시 55분,
집 앞에 대기하던 시간.
어머님 나오셔서 간식거리 사십니다.
"울 애기 아빠가 몸이 좀 좋지 않아서, 사탕 좀 사려주고 하는데 이거 괜찮나~" 하며 이것저것 보십니다.
그러다 고른 스카치 캔디.
"주머니에 하나씩 넣고 먹고 다니면 좋잔아~" 하시며 사가십니다.
13시 30분,
회관에가니 어르신들 건강체조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어르신들이 모두 다 계셨습니다.
막걸리를 늘 사시던 어르신은 오늘도 막걸리를 3병 사십니다. 옆에 아내의 눈치를 살짝 보십니다.
아내는 "뭐 어쩌겠어~ 마셔~ 마셔~" 하십니다.
다른 어르신은
"울 집에 인부들 와있는데, 소주 3병하고 안주 좀 갖다놔주게. 없으면 그냥 토방에 두고~" 하십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울 집에 계란 두 판 좀 놔두고 와주게."
또 다른 어르신은
"나도 술 좀 받아야 쓰것네. 깡 맥주 하나랑, 잎새주 하나 갖다 놔주게." 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오늘은 배달을 많이 시키십니다. 날이 조금 쌀쌀해져서 그런지 회관에서 오래 계실련가봅니다.
주소를 안봐도 어르신 집들을 모두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주 갔구나 싶습니다.
어르신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14시 20분,
집 마당 앞에 감나무에 감이 한가득입니다. 지난번 서리가 내려왔는데도 아직 안따졌습니다.
마당 안쪽에서 어르신께서 손짓하십니다.
"어이!! 쇠다시다 하나랑 미원 하나 줘." 하시는 어르신.
"낼 아덜들이와서 따기로 했어." 하십니다.
자식들 온다고 음식 준비하신다며 조미료사십니다. 회관서 안보였는데, 자식 맞이 준비가 한창이셨나봅니다.
주말 내 자식들과 감따는 모습 상상해보며 재밌겠다 싶습니다.
14시 40분,
여기도 도착하니 건강체조가 종료되었습니다.
유영희 강사님과 서로 마주치며 서로 응원해줍니다.
늘 카스 사주시던 어르신 집에 카스, 잎새주, 에이스 사전에 주문하신것들 놓고 옵니다.
우리 아랫집에도 오랜만에 가니 어르신께서
"와줘서 고맙네. 계란 한판, 간장 하나, 두부 2개, 콩나물 1개 갖다 주게." 하십니다.
"왔으니 커피 한 잔 먹고 가~" 하시는 어르신
오랜만에 한 잔 합니다.
같이 계시던 아버님께도 한 잔 타드릴까요 여쭤보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셋이서 한 잔하며 안부 나눕니다.
15시,
매주 두부 하나 받으시던 어르신,
아직 결제가 되지 않아 오늘도 놓을까 하다가 전화를 드려봅니다.
"어~ 거기 마을이지? 기다려 내가 금방갈께." 하십니다.
트럭으로 부랴부랴 점빵차 있는 곳와서 11월달 두부값 주십니다.
결제를 늘 확실하게 해주시는 어르신 고맙습니다.
15시 20분,
마을에서 오랜만에 구입하시는 분이 나오셨습니다.
윗집 구석에 있는 집입니다.
"계란 하나랑, 콩나물 세개 주세요. 하나는 회관에 둬야겠어요." 하십니다.
회관서 함께 나눠먹을거 하나 더 사시는 그 마음 참 감사합니다.
15시 40분,
"얘가 내 친구여. 얼마나 이뻐~ 울동네 사람들 다 와서 찍었어~"
겨울 내 국화를 심고 집안에서 길러 밖으로 꺼내셨다는 어르신. 마당이 찬 기운이 불었는데, 어르신의 국화 화분덕분에 따뜻해졌습니다.
어르신께서 국화 하나 갖고가라는 말씀에, 그간 어르신이 정성을 들였을 그 노력을 쉽게 얻어가는 것 같아,
이곳에 두고 많은 분들에게 많은 관심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 지난번 외상값을 말씀드리니,
어르신은 "어? 2 천원 아니었어? " 하시며 다시 생각하셨습니다.
인지에 문제가 있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었는데, 정말 그러셨구나 싶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드리고 말씀드리니 맞다고 하시며 외상값을 주십니다.
고마웠습니다 어르신.
16시,
내일 마을 행사가 마을 곳곳이 어수선합니다.
마을에서는 온 동네 식사를 하셨다며 윗집 어르신이 회관서 걸어올라오십니다.
"나 물건 사야하는데, 울집으로 갈텨?" 하시는 어르신.
차끌고 어르신 집으로 갑니다.
집 마당에서 장 보는 어르신. 이제 익숙하십니다.
"콩나물 하나, 두부 2개, 식용유 큰거 한개, 계란 한 판 줘~"
어르신 무릎이 점점 더 나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언젠간 마당에서 벗어나 조금 더 아래쪽에서 장볼 그날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을 분들이 다들 모이셨는지,
오늘은 점빵차 가는길에 다른 분들도 차량을 붙잡습니다.
각자 두부 사시고, 조리퐁 과자도 하나 사시는 어머님.
역시 사람들이 있는곳으로 가야 뭐라도 하나 더 팔리는듯 싶습니다.
오늘도 무탈한 이동장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다음주 이동장터도 보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물건이 잘 전달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