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단군 성조가 건국의 기초를 닦으신 지 4304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우리는 이날을 맏이하여 선조의 위대한 창업을 우러러 추앙하면서, 민족중흥을 이룩하려는 국민적 결의를 더욱 굳게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유구한 민족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 국가라는 특수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간단없는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여 국권을 수호하려는 피어린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결코 외세에 굴하지 않고 용기와 슬기로운 생명력을 발휘하여 국난을 극복함으로써, 단일민족국가로서의 명맥을 이어온 강인한 민족입니다.
그뿐 아니라, 비록 굴욕의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문화민족의 전통과 긍지를 끝내 지켜왔고, 창조와 개척의 정신을 발휘하여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슬기로운 민족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정신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거기에는 우리들이 깊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 민족이 의욕과 패기에 충만하여 일치단결, 피땀어린 노력을 경주한 시기에는 반드시 조국의 안전과 민족의 발전이 크게 이룩되었고, 그렇지 못했던 때에는 필경 수난과 불행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깊이 되새기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 속에서 민족의 자신과 긍지를 더욱더 일깨워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했던 역사도 교훈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와 아량을 아울러 길러 나가야 하겠습니다.
영광된 역사를 자랑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운했던 과거를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굳은 결의로 중흥과업 완수를 위한 새로운 분발과 노력을 다짐하는 일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들에게 가장 긴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로 여러가지 중대한 시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북괴는 이러한 움직임을 악용하여 허위선전의 이면에서 무력 남침의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개발과 성장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 또한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일한 방심, 시치와 낭비의 폐풍을 몰아내고, 검소와 저축의 생산적 기풍을 시급히 불러일으켜야 하겠으며, 단결과 협동, 분발과 노력의 민족 총화를 이룩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조국의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민족의 힘을 결집할 수 있도록 열의와 슬기를 발휘합시다.
오늘의 우리 세대에게는 면면히 이어져 온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하나의 역사를 보다 영광된 것으로 만들 사명이 있고, 우리의 후손에게 위업을 남겨줘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영욕을 조상의 잘잘못으로 돌리기 전에, 우리들 자신이 후대로부터 원망 듣지 않는 선대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음 세대만은 영광된 역사를 물려 주기 위해 우리 모두 피땀어린 노력을 민족중흥에 송두리째 바칩시다. 시련이 크면 클수록 이를 극복하는 보람도 클 것이며, 과업이 벅차면 벅찰수록 이를 성취하는 기쁨도 그만큼 큰 것입니다.
나는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 세대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인내와 용기로 힘을 모아 가일층 분발해 나간다면, 반드시 모든 난관을 돌파하고 중흥과업을 완수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를 자랑스럽게 넘겨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오늘 4304년 개천의 성절인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을 위한 우리 모두의 새로운 분발과 노력을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 될 것으로 믿으면서, 조국의 앞날에 커다란 영광이 있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