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강론 >(1.1.목)
2026년의 첫 날인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면서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성모님의 마음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새해 첫날, 하느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기억하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982년 5월 13일, 파티마 성모 발현 기념일에 일어난 실화입니다. 성모 발현 꼭 1년 전이었던, 1981년 5월 1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총 3발을 맞고 생사의 귀로에 놓였습니다. 총알은 교황님의 복부를 관통했고, 의사들은 그분이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온 세상의 가톨릭 교우들뿐만 아니라, 교황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습니다.
교황님은 기적적으로 회복되었고, 1982년 5월 13일, 파티마를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교황님은 당신을 쏜 범인 메흐메트 알리 아지아를 용서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2년 후인 1983년 12월 27일, 로마의 레비비아 교도소를 찾아가 당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직접 만났습니다.
감방 안에서 그들은 20분간 대화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면회를 마치고 나온 교황님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를 형제로 만났습니다. 나는 그를 용서했고, 그도 나를 용서했습니다. 우리는 완전한 신뢰 안에서 대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후의 일입니다. 알리 아지아는 교도소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교황을 만나고 나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쏜 것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 안에 무언가 신비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파티마의 성모님이 그를 보호하셨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압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자신을 죽이려 한 사람을 왜 찾아갔겠습니까? 교황님 당신이 말했듯이, 그것은 성모님 때문이었습니다. 피격당한 날이 파티마 성모 발현 기념일이었다는 것, 그날 성모님이 당신의 생명을 구해주셨음을 확신했고, 성모님이 그를 살려주신 이유는 용서를 실천하고 화해의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믿었습니다.
성모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 오늘 복음이 알려줍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성모님은 베들레헴 구유에서, 목자들이 찾아온 그 신비로운 밤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기쁨과 근심을 모두 마음에 품으셨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그런 것입니다. 엄마는 자녀의 모든 것을 품습니다. 자녀가 잘할 때도, 잘못할 때도, 엄마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큰 상처를 줘도, 엄마는 자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청년을 찾아간 것은 성모님의 마음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 성모님이 말씀하십니다. “용서하십시오. 품으십시오. 다시 시작하십시오.”
성모님은 아들의 십자가 밑에서 극도의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아무 죄 없는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말씀하실 때, 성모님은 새로운 자녀를 받아들이셨습니다. 원수까지도 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판단하고 단죄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낙인찍히고,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모든 것을 규정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용서 없는 심판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형제자매 사이에 오래된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모님은 색다른 길을 보여주십니다. 천사가 찾아왔을 때, 그분은 두려워하면서도 "예"라고 답하셨습니다. 엘리사벳을 찾아가 섬기셨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돌보셨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아들을 잃었을 때도, 다시 찾아 품으셨습니다. 성모님의 삶은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품고, 사랑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알리 아지아를 찾아간 것은 놀라운 행동이었지만,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황님은 병상에서 회복하는 동안, 매일 그를 위해 기도했고, 그를 만날 준비가 되었을 때, 용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이처럼 용서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날마다 되풀이되는 기도와 결단의 결과입니다.
2026년 새해는 은총의 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마음을 배우고 실천할 때 가능합니다. 성모님이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셨듯이, 우리도 우리가 있는 곳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합시다.
알리 아지아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덕분에 2010년 석방되어 튀르키에로 돌아갔고, 2014년 교황님이 시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티칸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를 용서하신 교황님 덕분에 저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제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진정한 용서가 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용서가 다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저희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