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파주 기행-
짧은 시간 긴 여운, 심학산 기행
높지 않은 누대에 교하(交河)가 장관이고, 드넓은 산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발치에는 완만히 휘어돌던 한강이 오두산 아래
에서 임진강을 불러들이고, 더 큰 조강(祖江)되어 다시 서해로 흘러간다. 동쪽은 북한산이, 서쪽은 계양산 동성산 문여산이
서해에 연해 봉긋하고, 조강 너머 서북쪽엔 북녘땅이 아름거린다. 심학산 전망대 심학정에 올라서 보는 풍광이다. 때 맞춰
쏟아지는 맑은 햇살에 구름이 흩어지고, 아슴푸레하던 송악산이 선명하게 눈에 든다. 덤으로 보는 풍경이다.
지난 일요일 파주 심학산 자락의 맛집을 찾았다. 고우(故友)들이 함께하는 친목회의 가을 모임 자리다. 맛집 순례를 즐기는
회원 한 사람의 주선으로 찾은 곳. "단풍 고운 심학산 둘레길을 걸은 후 먹는 민물매운탕이 별미" 라는 그의 제안에 서울에
서 애써 먼길 간 셈이다. 심학산은 파주시 교하읍 서쪽 한강변의 넓은 들녘에 있다. 높이 194m 불과한 작고 낮은 산이지만
옛부터 파주의 명산으로 회자되어온 산이다. 그랬다. '시장기도 반찬이다' 라는 옛 말처럼 가벼운 산책 후, 때 넘겨 먹는 민
물매운탕 그 얼큰한 맛은 듣던대로 좋았다. 맛집의 입맛도 좋았지만, 망외(望外)로 얻은 심학산의 눈맛은 더욱 좋았다.
심학산 둘레길은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10곳' 중의 하나로 선정된 명품길이다. 주 등산로는 산자락의 약천사(藥泉寺)에서
시작한다. 약사여래좌불의 만면 가득한 미소를 뒤로 하고 자드락 둘레길 들머리로 들어선다. 이 산은 조선 숙종 때에 경복
궁에 살던 학(鶴) 이곳으로 날아들었다 하여 심학산(尋鶴山)이라 불린다. 옛 이름 구봉산(龜峰山)이었다. 옛날 조선 중기의
유명한 유학자인 구봉(龜峰)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은 이 산 아래에 서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하였었다. 그의 호(號)가
바로 이 산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지은 '산행' 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걸어 갈 땐 앉기를 잊고, 앉으면 가기를 잊
어. 말을 멈추고 솔 그늘에서 물소리 듣는다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聽水聲)." 다. '산행'의 기.승구다. 즐겨 산을 찾다보
니 산행이란 시제에 끌려 기억하는 시다. 어쩌면 그가 이 산을 오르며 그 시상을 떠올리지 않았나 싶으니, 산을 오르며 그
의 옛 체취를 애써 찾게 된다. 산등에 무등탄 커다란 둥근바위 위에 정자가 하나 서 있고, 능선에는 둥근 바위들이 누워있
다. 하나같이 둥근 거북등을 하고있다. 옛날 이 산이 구봉(龜峰山)인 이유다. 그리고 오른 심학정, 그곳엔 서두에서 언급
했듯 교하(交河)의 장관이 펼쳐진다. 교하는 아우라지와 두물머리가 그러하듯 한강과 임진강 두 물머리가 만나는 곳을 이
른다. 한강의 본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골지천과 송천이 정선에서 만나 '아우라지' 를 이루고, 남한강은 다시 양평에서 북한
강을 만나 '두물머리' 를 이룬다. 그리고 유장하게 흘러온 한강은 이곳 파주에서 또 한번 임진강을 만나 교하를 이룬 후, 더
큰 대하(大河)가 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볼거리 많은 심학산은 짧은 시간 산행에 긴 여운이 남게하는 산이다.
< 2017, 10, 22. 촬영. >
▼ 심학산 바위 정자
▼ 심학산 약천사 약사여래좌불
▼ 약천사 기와 담장
▼ 거북 등에 올라 탄 불가사리(?) / 해 묵은 담쟁이 단풍
▼ 심학정
▼ 한강과 김포
▼ 오두산 통일 전망대
▼ 거북등 바위들
첫댓글 신회장님 수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