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펼쳐진 창가교육-인터뷰>
몬트리올대학교 前총장 시머드 박사
모두가 희망을 창조하는 주체로
암연구의 권위자이자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前 총장인 르네 시머드 박사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과 대담을 나눈 추억과 창가교육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전문영역을 뛰어넘어
─. 시머드 박사는 이케다 선생님 그리고 부르조 박사와 함께 대담집 ‘건강과 인생’을 편찬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밀접한 주제이기에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빛납니다.
우리는 각자의 전문영역을 뛰어넘어 뜻깊은 대담을 나눴습니다. 회장은 철학자로서, 저는 생물학적 지견(智見)에서 생명의 기원과 다양성 그리고 생명윤리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저는 대담을 통해 불교가 결코 과학과 모순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과 같은 ‘과학과 종교의 대립’에서 볼 때, 이는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그뿐 아니라 불교는 과학의 발전을 받아들여 사상적 기반을 보다 단단히 구축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지만, 제가 가진 인생철학이나 생물학자로서 걸은 발자취는 불교의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담은 사상이 서로 다르더라도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에서 얻은 ‘발견’을 우리 생활에 접목시킬 때, 보다 풍요로운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 대담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노화나 병은 오늘날 장수사회가 맞닥뜨린 과제이기도 합니다.
노화를 사고(四苦, 생로병사) 중 하나로 여기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거기에 세 가지 ‘괴로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의 사용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그리고 몸이 병들어가는 현실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현상과 마주하는데, 이에 올바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불교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삶의 의의를 발견하라고 가르칩니다. 매우 훌륭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대담에서 기계와 기구 그리고 검사 등이 의사와 환자 사이를 ‘침입’하는 점을 들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와 환자를 잇는 유대가 점점 헐거워지고 있습니다.
대담집을 완성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에 ‘인간적 요소’를 회복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이케다 회장과 나눈 대담은 그 점을 깊이 사색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사회공헌의 연대를 넓히는 캐나다SGI 벗. 지난해 9월에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연대전’을 수도 오타와시청사에서 열어 핵군축에 관해 활발히 논의했다.
마키구치교육학의 공헌
─. 박사는 일본과 캐나다에서 이케다 선생님과 거듭 대화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사상과 인품에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이케다 회장은 ‘르네상스의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회장은 인간에게 중점을 둔 휴머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14세기에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의 저류에도 이 휴머니즘 정신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회장의 역사관에는 휴머니즘이 흐르고 있습니다. 회장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철학도 깊이 이해하고 열린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십니다.
1993년 만났을 때 우리 몬트리올대학교에서 ‘휴머니티의 세기로-현대세계의 인권전’을 연 일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르네상스 시기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회장은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도 소카대학교와 미국소카대학교(SUA)를 방문했는데, 창가교육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번영 그리고 인류 전체에 기여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회장은 폭넓은 활동을 통해 과학과 종교 그리고 정치분야에서도 휴머니즘의 관점을 제시하셨습니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지식이) 가득 찬 머리보다 잘 만들어진(제대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잘 만드는) 머리가 낫다”(몽테뉴 수상록) 하고 썼습니다.
이케다 회장의 사상과 지도는 철저히 이 인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회장은 SGI 멤버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존재입니다.
─. 방금 말씀하신 몽테뉴의 격언은 교육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몽테뉴는 이어서 ‘지식보다 인격과 판단을 추구하라’고 말했습니다.
초대 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선생님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개성을 이끌어내고 가능성을 무한히 발전시키는 교육을 지향했습니다.
저는 군국주의 교육이 판치던 전시하의 일본에서 학생 제일의 교육을 추진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대학 총장을 역임한 경험에서 고정관념이나 고착된 관습을 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저는 마키구치 회장이 가치창조 철학을 처음으로 제창했다고 들었습니다. 마키구치 회장은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 교실 밖에서 학습하는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인격을 연마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 대학은 의학부 등 전문영역으로 많이 나뉘어있어 자칫하면 학생들이 자기 전공분야에만 치우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세계는 넓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러한 환경을 바꾸려고 총장 시절, 마키구치 선생님을 본보기로 삼아 ‘횡단형’ 커리큘럼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학요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물리와 경제수업을 이수하도록 한 것입니다.
지식뿐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면, 가능성의 싹은 쑥쑥 자라납니다. 이것이 마키구치교육학의 중요한 공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열린 대화를
─. 생명 본연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려면, 한 사람 한사람이 희망을 창조하는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갖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본디 의료를 전공해 환자를 위해 일하는 데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진단이나 간호만으로는 직접적으로 ‘구제’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병을 근절하는 방도를 찾아내는 일이 환자에 대한 근원적인 봉사라고 생각해 현재 연구하는 길로 전향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제 나름의 선택이었습니다.
‘희망을 갖는 일’과 ‘병이 낫는 일’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병세가 깊은 우인의 주변 사람들은 절대 무력하면 안 됩니다. 어떤 때라도 희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 말한, 의료현장에 인간성을 회복하는 필요성은 이 희망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 깊은 곳에서 나오는 희망은 기계가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인간교류에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 그러한 인간교류의 장인 대화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확실한 격려이자 계발의 실천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늘 갖게 되는 ‘인(因)’의 중요성을 거듭 사색합니다.
예를 들어 신앙심이 인이 되어 도덕적 가치를 낳습니다. 사회에 공헌하자는 생각이 인이 되어 다양성의 존엄이나 인권을 위해 행동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와 과학에 대한 정열이 인이 되어 다양한 탐구의 길을 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인의 선택으로 인간은 인간답게 향상합니다. 저는 소카대학교나 미국 소카대학교 또 캐나다와 미국의 SGI 멤버와 만나 이런 선택을 넓히고자 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들은 정열적이고, 자애롭고, 너그럽고, 규율을 잘 따랐습니다. 마음을 열고 ‘일대일’로 대화하며 함께 희망을 갖는 모습을 보고 무척 믿음직했습니다.
SGI 여러분은 훌륭한 이 청년들을 더없는 자랑으로 여겼으면 합니다.
인터뷰 - 시머드 박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