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안소니 밍겔라
출연 : 랄프 파인즈.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줄리엣 비노쉬. 윌렘 데포우. 콜린 퍼스
제작 : 1996년/미국
<줄거리>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누군지도 모를 영국인 환자(잉글리쉬 페이션트)가 실려온다.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 한나(줄리엣 비노쉬)는 그에게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는 잔잔하게 진행되기 시작된다.
영국인 환자의 본명은 알마시(랄프 파인즈)이며 지리학자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작업을 수행하던 중 영국인 동료의 부인 캐서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을 만나 한눈에 반하게 되고, 남편이 있는 캐서린이었지만 그녀 역시 알마시에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표출하며 어느덧 두 사람은 불륜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불륜에 분노한 캐서린의 남편은 비행기 사고를 위장하여 두 사람을 모두 다 죽이려고 하였지만 캐서린만 크게 다치고 알마시는 부상당한 캐서린을 사막 한가운데 동굴에 데려놓고 그녀에게 다시 구하러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러 떠나게 되는데…….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간호사 한나와 인도인과의 사랑을 현재 진행형에 맞추어놓고 알마시와 한나의 사랑을 과거 시점으로 맞추어 두 시간대를 넘나들며 감동적이고 서사적인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그리며 성하지 않는 몸으로 어두운 동굴에서 편지를 쓰며 기다리는 여인과 그 여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적군에게 정보까지 팔며 수천 킬로의 길을 거쳐 다시 돌아온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훔치는 데 충분하였다. 특히 랄프 파인스가 부상당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를 안고 가는데 귓속말로 “사랑해요”라고 고백하는 여인의 말을 듣고 통곡하는 모습은 남자가 우는 장면도 저렇게 감동적일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 외에도 나름대로 볼거리가 풍부하였다. 인도인이 줄리엣 비노쉬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군인들의 낙하 장면도 전쟁이 배경이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화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알마시에게 안락사 주사를 놓은 줄리엣 비노쉬의 감동적인 눈물연기는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가져가게 하였으며,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등 9개 부문을 석권하며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 아래는 고은영 씨의 글
알마시는 한나에게 묻는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요. 그럼 가장 불행한 순간은? 물론 지금이요, 라고 한나는 대답한다. -> 신이 공평하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주진 않는다는 것. 결국 둘을 다 가질 수는 없는것이기에 안타깝고 소중한 것이다.
제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태리에 있는 한 수도원에 국적을 알 수 없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라 불리는 한 남자가 죽어가고 있다. 그는 아주 낡은 책 한 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데 제목 '헤로도토스'... 영화 속 이야기는 이 책을 매개로 하여 전개된다. 얼굴과 온몸이 화상으로 망가져 형상조차 알아볼 수 없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알마시와 캐서린과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영화.
인간의 욕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막 사하라, 그곳에는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반작용도 있기에 많은 이들이 사막에서 길을 찾으려 애를 쓴다. 아! 얄미운 사막의 신이여, 알라신이시여, 하며 사막을 원망하는 알마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하지만 자신만을 기다리며 외로이 죽어가는 여인, 캐서린을 위해 적군에게 사막의 지도를 넘겨주고 달려가지만... 결국 그가 본 것은 죽은 캐서린의 시체와 그가 주고 갔던 책, 그리고 마지막 죽어가며 남긴 편지였다. 불륜의 사랑으로 맞이하게 된 비극적 결말이지만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는……. 경계가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편지였다.
극단적인 절망에 이르면 울음조차 소리를 내지않는가? 간호사 한나에게 자신의 마지막 죽음을 서둘러 끝내달라는 요청을 하는 알마시.
그의 배신을 응징하기 위해 찾은 한 사나이조차도 이 사실 앞에서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이 영화 속에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화면으로 담겨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는 이유는 사막이 주는 온화한 속성 때문일까. 아니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절대절명의 사랑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속성 때문일까.
배신과 용서,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 광활한 사하라 사막에서 온전히 승화된 한 편의 대서사시였음은 분명하다. 그런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2차대전 중의 카이로 사막과 이태리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마이클 온디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전쟁 로망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대제작사울 자엔츠와 지적인 감독으로 정평이 난 영국 출신의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했다. 아카데미 12개 부문 노미네이트되어 9개 부문 수상했고, 골든 글로브에선 7개 부문 노미네이트되어 작품, 작곡상을 수상했다.
영국 배우들인 랄프 파인즈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지적인 이미지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매혹적인 누드 연기까지 열연하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 스펙터클한 영상이 빼어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