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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①
창극 아시나요?
얼마나?
혹 공연... 보신 적 있으신가요?
2019년 12월 문체부 산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설문조사를 했다. 장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가 있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 내용은 ‘전통예술 공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조사’.
적어도 100명 정도를... 목표 삼았으나
우쒸~ 바쁜 디 뭐야... 응한 사람은 고작 60명.
Q1. 전통예술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나요?
정확히 50%인 30명이 ‘있다’에 V
Q2. (‘있다‘ 30명에게) 공연을 본 이유는?
우연히 8명, 지인의 권유로 8명, 관심이 있어서 3명, 기타 9명
Q3. (‘있다‘ 30명에게) 공연장은 어디? (중복선택 가능)
지역 축제 15명, 국립극장&국립국악원 12명, 궁 9명, 학교 8명
Q4. 무료공연관람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공연을?
영화 22명, 콘서트 17명, 연극 9명, 관현악 4명, 국악 4명, 무용 2명, 기타 2명
Q1.에 ‘없다’로 대답하게 될 낭만배달부. 하루 열두 시간 근무의 직업 특수성을 핑계로 삼아보지만 민망하다. 정작 우리 것은 1도 모르면서 남의 나라 공연엔 관심이 많아 더욱 부끄럽다. 말뿐인 반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오늘부터라도’ 작심을 하며 (현장 공연에 앞서) 온라인 공부부터 시작해본다. 공연예술로서의 우리 것, 그나마 조금 알고 있는 판소리 말고 어떤 것이 더 있을라나...
공연 중에만 존재하는 예술. 활자로 남긴 글이나 화폭에 담긴 그림과는 달리, 공연이 끝나면 무대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잠깐 동안의 예술.
공연예술이라면 아무래도 춤과 노래와 연기가 되겠다. 노안으로 눈이 가물거리는 나의 기호는 노래 > 연기 > 춤 순. 하여 노래, 우리 것으로는 소리에 해당하는 놈들 위주로 뒤져본다. 나른하고 졸린 명절 오후의 tv에서 잠시 나오는 판소리 외에 창극이란 놈이 튀어나온다. 창극이라...
창극(唱劇)은 한마디로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연극이라 할 수 있겠다.
판소리를 특별한 무대장치 없는 창자(唱者)&고수(鼓手) 2인극이라 보면, 창극은 극적 시나리오가 있고, 다양한 무대장치가 설치되고,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소리 외에 대사나 연기가 포함된다. 그러고 보니 형식면에서 서양의 오페라와 유사하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오페라는 작곡자의 악보를 근간으로, 창극은 악보 없이 (도제徒弟 형식으로) 전승되는 소리를 근간으로
-오페라는 (대본보다는) 곡이 우선, 창극은 (곡보다는) 사설이 우선이란 정도랄까.
c.f. 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사설이 먼저 있고, 거기에 곡을 붙인다고 보아야 한다. 흔히 '문장 나고, 명창 난다'고 하는데, 이는 사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창극은 우리 할아버지 시절에도 있었다.
먼저 창극을 알려면 판소리를 알아야 하고, 판소리를 알려면 신재효(1812-1884)를 알아야 한다. 이 어른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판소리 열두 마당 중 여섯 마당의 체계를 잡았고, 소리꾼의 법례를 마련했고, 기존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소리판에 여성 명창(진채선)을 데뷔시켰고, 섬세한 줄거리와 예리한 풍자로 판소리의 수준을 올려놓았고... ...
아무튼 한국 판소리의 대부라 불릴만한 이 분이 소리판에서의 너름새(창자의 손짓과 몸짓)를 강조하며 ‘구수한 맛이 깃들고, 맵시가 있어야 한다.’고 설파한 바, 이로써 창극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c.f. 신재효(申在孝)의 「광대가」에 의하면, 너름새는 인물·사설(辭說)·득음(得音)과 함께 소리광대의 네 가지 필수 요건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이후 1902년 황실극장인 협률사, 1908년 민간극장인 원각사(이전의 협률사 건물)가 나타나며 2인이 ‘소리를 주고받는’ 대화창(對話唱)이란 과도기적 형태가 등장한다. 또한 초라하나마 무대장치로 흰색 천을 배경으로 두른 백포장막, 전구 몇 알의 조명 등이 마련되기도 한다.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단어가 ‘최’자가 붙는 최초/최고/최대 등의 수식어. 무언가로 간단명료한 기준을 삼는 게 나쁠 것이야 없다. (쌍-팔년도 이전의 단답식 시험문제에 단골로 등장하다보니 그 여파가 남은 탓?)
문제는 이 ‘최’자 달린 기준이 큰 의미가 없고, 애매모호할 수 있고, 언제든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 어쨌거나 여러 자료를 살펴볼 때, 시점을 기준으로 한
- 최초의 창극은 1902년 협률사에서 공연된 <소춘대유희>
- 최초의 창작 창극은 1908년 원각사에서 초연된<최병두 타령>
- 최초의 본격(?) 창극은 1935년 동양극장에 올려진 <춘향전>
으로 보인다.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겠지만.
1902년 서울 정동, 지금의 광화문 새문안교회 자리에 2층짜리 500석 규모의 극장이 들어섰다. 고종 재위 40주년 경축 행사를 위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인 협률사(協律社)는 ‘희대(戱臺)’, 또는 ‘소춘대(笑春臺)’로 불리다가 이후 협률사라는 공식명칭을 쓰게 되었다.
협률사에서 펼쳐졌던 상설공연인 <소춘대유희>는 ‘봄날에 펼쳐지는 즐거운 연희’라는 뜻으로 판소리, 탈춤, 무동놀이, 땅재주, 궁중무용 등의 전통연희가 펼쳐져 당시 장안의 인기를 끌었다.
출처 : 궁중문화축전(문화재청 주최, 한국문화재재단 주관) 2019.04.12.자 보도자료
1902년, 궁중의 혼상 제례와 종묘 사직을 주재하는 봉상시(奉常寺) 안, 이 땅 안에는 있을 성싶지 않은 로마 양식의 극장 문이 나온다. 무대 위에서는 김창환 · 송만갑 등 무려 170명쯤 되는 남녀가 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무대 주위에는 1천 명은 앉을 수 있는 계단식 객석이 삼면으로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이것이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만든 협률사 내부의 전경이다...
나라에서는 대공연이 무산되자 일반 대중에게 협률사를 개방해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가무 잡희(歌舞雜戱) ‘소춘대유희’를 연다. 지금의 A · B · C석에 해당하는 상 · 중 · 하로 입장권의 색깔을 차별화해 유료 관객을 받은 이 공연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판소리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승되어오던 구비 문학이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물론 판소리가 무대에 오른 것이 이 때가 처음은 아니다. 1899년에 설치된 용산의 무동(舞童)연희장과 1900년에 개설된 광무대 협률사에도 구경꾼이 몰렸다는 얘기가 신문에 난 적이 있다. 그러나 초기의 옥내 극장들은 시설이나 단원 구성 면에서 봉상시 협률사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인직은 신연극을 표방하고 신소설 「은세계」를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예전부터 있던 「최병두 타령」에 친일 색채만 덧칠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관객들을 실망시킨다.
출처 :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1’ 58p~62P(발췌/편집) 저자 장석주, 2007년 시공사 간.
그러한 시기에 1933년 호남재벌 김종익(金鍾翊)이 재정 후원을 하여 창극인을 집결시킨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가 탄생되었는데, 송만갑·이동백·정정렬·김여란·박녹주 등 당대 최고의 명창 40여 명이 단원으로 참가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전국에서 활약하던 130여 명도 가입하였다. 이들은 때마침 연극전용극장인 동양극장(東洋劇場)이 세워지자, 1935년 봄에 창립공연으로 정정렬이 편극한 <춘향전>을 무대에 올렸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간.
창극 ②
이게 아닌데...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에 대해 알아보고, 간략한 정리글로 언제든 쉽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자... 의도했던 글이 자료에 푹 파묻히다보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뭘 하고 있지? 논문 쓰나?? 리포트 작성???
그래도 이왕 벌여놓은 판이니 마무리는 해야지. 창극①로 급히 뭉뚱그린 글에 이어 창극②로 마무릴 시도해본다.
전통공연예술로서의 창극을 알아가다 보면 그 발전과정에 있어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뭉텅 허리가 끊어진 느낌을 받는다. 원인은 알다시피 일본 제국주의의 말기적 횡포와 뒤이은 한국전쟁의 여파. 국권을 상실한 이후 이념대립에 전쟁에 독재까지 반세기 넘게 시달리다보니 창극은 태동과 동시에 휴지기나 다름없는 암울한 시절을 견뎌야 했다.
새로운 전기는 1962년 (국립극장 산하에) 국립창극단이 태어나며 마련된다.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 이래 한국 고유의 노래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 ‘창극(唱劇)’을 선보이고 있는 국립극장 전속 예술단체이다. 창단 이후 판소리 다섯 바탕의 노래와 사설을 온전히 따라가는 전통적 스타일의 창극 무대를 꾸미며... 2012년 레퍼토리 시즌의 도입부터는 창극이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들을 국내외 저명 연출가 중심으로 창극화했다.
-국립창극단 홈피 자소서
창극은 판소리와 달라 관(管)이 주도하게 되어있다. 소리판을 보라. 초야에 숨은 고수가 부지기수다. 끊임없이 나온다. 헌데 창극단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다. 홑몸인 소리꾼이야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도 되지만, 창극단 전원이 라면을 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호구(糊口)야 그렇다 치고 적지 않은 공연비용은 누구의 주머닐 터나. 한두 작품이야 배포 큰 독지가의 사재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꾸준히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글러 먹은 대중화’ 때문에라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을 위해... 관이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게 고삐를 관에 내준 국립창극단이 1999년 <심청전>으로 100회 정기공연을 마쳤다. 중복된 작품이 더러 있겠지만 매해 두세 작품 꼴이다. 호구를 나라에서 책임졌다곤 하나 적지 않은 공이다. 또한 끊임없이 매진하겠다는 (국립극장의) 의지로 2012년부턴 프로그램을 미리 예고하는 ‘레퍼토리 시즌’을 가동했다.
레퍼토리 시즌
국립극장이 2012년부터 1년 연중 소속단체에서 예고한 작품을 공연한다. 해외에선 일반적이나 국내에선 첫 시도. 9월에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진행되며, 7·8월은 휴식을 갖는다.
국립창극단의 20-21시즌 레퍼토리는... 매월 열리는 <완창 판소리> 외에
20년 10월 <아비.방연>, 12월 <트로이의 여인들>, 21년 3월 <나무,물고기,달>, 6월 <귀토>.
창극의 역사는 이제 100년 남짓. 세월로만 봐서는 전통이라 할 수 없다. 다만, 문헌상 (영조 30년. 유진한 ≪만화집(晩華集)≫의 춘향가) 1754년까지 올라가는 판소리를 근간으로 삼기에 전통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식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를 창극으로 보아야할지 아직 제대로 된 범례조차 없다. 범례가 없으니 야단법석의 여지가 상존한다. 야단법석?
창이 없으면 창극이 아니다. 당연한 말인데 어째 불안하다. 창과 동어인 판소리는 소리+아니리(사설)+발림(동작)으로 구성된다. 발림이야 어차피 창과 극 양쪽의 필수 요소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 정작 문제는 소리와 아니리. 이중에서 아니리가 무너져가는(?) 추세다.
“심~맹인 대령이오~~. 황후! 자세~히 살펴~보니...” 특유의 고저와 억양 대신
“난 이따위 혼인증서 믿지 않아요.” 평상적 톤의 대사가 아니리를 대신한다.
‘보다 친절하게, 보다 가깝게, 보다 현대적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니리가 사라지고/변해가고/줄어들고 있다.
아니리가 달라지고 있는데 소리라고 다를까? 명칭이 창극이니, 창의 으뜸 기본인 소리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 2시간짜리 공연에 소리의 분량이 달랑 10분이라면? 5분이라면?
- 기존과 달라진 소리라면? (예컨대, 안드레아 보첼리 혹은 사라 브라이트만이 아리아를 부르는 느낌의?)
아니리가 실종되고, 줄어들거나 변형된 소리의 창극.
계속 창극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세월인 바, 창극의 내일도 장담할 수 없다. 후일 창+극에서 창과 극이 이별할지도 모른다. 창은 친정인 판소리로 돌아가고, 홀아비 극만 남아 X극 혹은 Y극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ㅠ.ㅠ)
우리의 전통연희를 신명나게 계승했다던 마당극과 사물놀이를 보라. 마당극은 이미 쇠잔했고, 사물놀이도 민간에 의해 겨우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따라서 녹祿을 먹는 국립창극단의 역할이 막중하다.
레퍼토리 시즌도 좋고, 현대화/퓨전화도 다 좋은데
우선 범례부터 마련해 틀과 경계를 확정해 놓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하는데...
(헉~~~ 이거 뭐야. 잠깐 공부에 지적질? 선무당 이래서 무섭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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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으실 내용. 쬐끔 아주 쬐끔 쏴리여~
이제 식구도 400 넘었눈디 둥지가 너무 조용허믄 그러차녀여. ^^
감사합니다. ^^
저는 판소리하는 친구가 있어서... 창극,판소리 등등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둘이 만나면 저는 오페라, 성악가 얘기.. 그 친구는 국악 얘기.. 서로 동문서답 열심히 합니다. ㅎㅎ
창극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
글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애고,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누님이라면 그리움2님과 연배도 크게 차이가 안 나셨을 텐데...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