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75승87패 .463 AL 동부 5위) :홈런에 심취해 있는 구단답게 또 한 번 홈런 타자에게 많은 돈을 썼다. 1년 전 크리스 데이비스를 잡는데 예산의 70%를 쓰더니, 올해는 85%를 마크 트럼보 재계약(3년 3750만)에 쏟아부었다. 강팀은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더 약하지 않게 해야한다고 했던가. 선발진은 작년 후반기 평균자책점 리그 6위(4.24)에 오르긴 했지만, 그대로 끌고 가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많았다. 결국 올해 웨이드 마일리(8승15패 5.61) 우발도 히메네스(6승11패 6.81) 크리스 틸먼(1승7패 7.84)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평균자책점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5.70). 오리올스로 이름을 바꾼 1954년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
여느 최하위 팀들이 그랬듯 볼티모어도 초반에 치고 나갔다. 5월21일 홈 토론토전은 올시즌 두 번째로 많은 4만5416명이 입장했다. 이 날 볼티모어는 7회초 호세 바티스타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4-5). 하지만 7회말 웰링턴 카스티요의 재역전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25승16패는 리그 2위 성적이었다(휴스턴 29승14패).
볼티모어는 5월부터 7월까지 월 5할 승률을 넘지 못했다(5월 12승16패, 6월 12승16패, 7월 12승14패). 그사이 토론토를 제외한 나머지 AL 동부 세 팀이 볼티모어를 넘어섰다. 놀라운 사실은 볼티모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 역할을 한 것. 필라델피아에서 제레미 헬릭슨을 데려왔으며,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에는 탬파베이 팀 베컴을 영입했다. 최근 와일드카드 혜택을 두 번이나 누려본 경험이 마지막까지 싸우는 것을 택하게 했다. 실제로 8월말 6연승에 이어 9월6일 매니 마차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면서 와일드카드 2위 에인절스에 한 경기차로 따라붙었다(올해 볼티모어의 12번 끝내기 승리는 ML 최다).
충분히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승리였다. 그러나 이 승리는 올시즌 볼티모어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이후 남은 23경기에서 3연패 이상 기간만 네 차례 있었다. 같은 기간 승률 1할대 팀은 볼티모어가 유일(4승19패 .174). 마지막 5경기를 모두 패하는 바람에 토론토에게 지구 최하위까지 물려 받았다. 볼티모어가 지구 최하위 신세를 지게 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011년은 벅 쇼월터 감독이 볼티모어에서 첫 풀타임을 맞이한 시즌이다.
Good : 올해 볼티모어 타선을 이끈 선수는 마차도가 아니다. 홈런(32) 타점(105) 득점(92)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 성적을 올린 조너선 스콥이다(.293 .338 .503). 볼티모어 역대 30홈런 100타점 시즌을 달성한 2루수는 오직 스콥 뿐(30홈런 2루수는 없었으며, 100타점을 넘긴 2루수는 스콥이 세 번째였다). 데뷔 첫 올스타로 뽑힌 스콥은 한 번 물꼬를 트면 무섭게 몰아치면서 상대 투수들을 긴장시켰다. 후반기가 시작된 7월 중순에는 8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가는 등 14경기 23타점을 쓸어담았다. 멀티히트 53회는 리그 4위에 해당. 스콥은 수비력까지 끌어올려(DRS -1→+2) 올해 볼티모어에서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를 쌓았다(4.1).
트레이 맨시니는 신인왕 3위에 올랐다(.293 .338 .488). 공격력만 두고 보면 스콥 다음으로 무서운 타자였다(wRC+ 117). 맨시니의 진면목은 득점권일 때 드러났다. 득점권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렸으며(.340 .383 .708) ops 1.091은 폴 골드슈미트(1.085) 애런 저지(1.015)보다 높은 메이저리그 전체 7위였다(1위 아레나도 1.270). 6월8일 피츠버그전에서는 9회말 2사 후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리더니,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한편 쇼월터 감독은 맨시니의 예기치 못한 대활약이 "김현수의 출장 시간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좌완 상대 약점이 보완된 것도 좋았다. 지난해 좌완 상대 조정득점창조력(wRC+)이 리그 최하위(84)였던 볼티모어는 올해 리그 7위(98)로 뛰어올랐다. 좌완 상대 홈런도 49개(9위)에서 59개(2위)로 상승. 스콥(좌완 상대 wRC+ 150) 맨시니(좌완 상대 타율 .293)와 함께 카스티요가 좌투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좌완 .344 .367 .570, wRC+ 147).
딜란 번디(25)는 2011년 드래프트 전체 4순위 투수. 2013년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긴 공백기를 가졌는데,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10승6패 4.02). 완전히 선발진에 고정한 올해는 봉인해왔던 슬라이더를 마음껏 던졌다. 슬라이더 피안타율 .171은 리그 선발 중 카를로스 카라스코(.142) 소니 그레이(.157) 다음으로 낮았다. 8월30일 시애틀전에서는 1피안타 완봉승(12삼진)을 장식. 번디 이전 볼티모어 투수의 두 자릿수 탈삼진, 1피안타 완봉승은 2000년 마이크 무시나가 있었다. 9월 세 경기 14.1이닝 12실점 하면서 아쉽게 3점대 평균자책점은 무너졌지만(13승9패 4.24) 번디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준 것은 볼티모어로서 의미 있는 소득이었다. 번디와 함께 내년에 선발진을 지켜야 할 케빈 가즈먼이 첫 20경기 난조(5승7패 6.39)를 딛고 마지막 14경기를 6승5패 2.70으로 마친 것도 위로가 됐다(11승12패 4.68).
지난해 평균자책점 리그 1위(3.40)에 올랐던 불펜은 마무리 잭 브리튼이 방황하면서 리그 6위로 떨어졌다(3.93). 마이칼 기븐스(69경기 2.75) 리차드 블라이어(57경기 1.99) 대런 오데이(64경기 3.43) 미겔 카스트로(39경기 3.53)의 활약으로 더 큰 추락을 막은 것이 다행. 기븐스는 지난해 .366에 이르렀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올해 .184로 낮췄다(ops 1.025→.619). 블라이어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리그 불펜 다섯 명 중 한 명(다만 K/9가 3.69에 불과하며, 수비 배제 평균자책점이 4.37이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 100마일까지 찍은 카스트로의 구위도 든든한 부분이었다. 또한 위기 속에서도 불펜을 잘 이끈 쇼월터 감독의 운영도 빼놓을 수 없다.
Bad : 마차도가 시련을 겪었다(.259 .310 .471). 3년 연속 30홈런을 터뜨렸지만, 조정 ops가 130에서 107로 낮아졌다. 승리 기여도 역시 6.6에서 2.8로 급락. 타구속도가 큰 차이가 없어서 믿고 기다린 결과, 전반기(.230 .296 .445)보다 나은 후반기(.290 .326 .500)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팀이 치고 올라갔어야 할 9월에 .211 .256 .330으로 침묵했다. 쇼월터 감독은 시즌 중반 마차도의 부진에 대해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투수들만 모인 곳이다. 약점을 노출하면 끈질기게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슬라이더 공략을 가리키는 것으로, 투수들은 마차도에게 슬라이더 비중을 늘렸다(2015-17년 14.9%→16.6%→18.8%). 여기에 타이밍이 흔들린 마차도는 패스트볼 대처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패스트볼 타율 .312→.243). 특히 속도전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95마일 이상 강속구 타율이 지난해 .313에서 올해 .179로 폭락했다.

시즌 초반 논란에 휘말린 것도 심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차도는 4월22일 보스턴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매우 위험한 슬라이딩을 가했다. 페드로이아가 스파이크에 찍히면서 종아리 부상을 당하자 여기저기서 비난 공세를 받아야 했다. 보스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보스턴은 시리즈 최종전에서 마차도 머리 쪽을 향하는 공을 던졌다. 페드로이아와 보스턴 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민감한 시점에서 나온 공은 분명했다.
발목과 엉덩이 부상이 있었던 애덤 존스(.285 .322 .466)는 마음에 상처도 입었다. 5월초 펜웨이파크 원정에서 수비 도중 인종차별을 당한 것. 존스는 일부 관중이 자신에게 흑인 비하 단어를 쓰면서 땅콩 봉지를 던졌다고 폭로했다. 존스의 고발로 메이저리그는 발칵 뒤집혔다. 사무국은 즉각 진상 규명에 나섰고, 보스턴 구단을 비롯해 메사추세츠 주지사까지 성명 발표를 했다. 재키 로빈슨이 첫 메이저리그 흑인 선수로 데뷔한 지 70주년이 된 올해, 정작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흑인 선수 비중은 1958년 이후 가장 낮은 7.1%에 불과했다(샌디에이고 콜로라도는 한 명의 흑인 선수도 없었다). 이 현상과 맞물려 아직도 흑인 선수들이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충격을 불러왔는데, 사무국은 팬 행동 수칙과 관련된 규정을 제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볼티모어는 홈런의 끈을 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홈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253→232개). 지난해 리그 홈런왕에 매료되어서 잡은 마크 트럼보(.234 .289 .397)의 홈런 수는 절반 넘게 깎였고(47→23개) 크리스 데이비스(.215 .309 .423)도 2013년(53개) 2015년(47개) 홀수해 홈런왕의 법칙을 재현하지 못했다(26개). 타선이 만들어낸 홈런보다 마운드가 내준 홈런이 더 많아지면서(242개) 절정으로 치닫은 홈런 시대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됐다.
무엇보다 볼티모어 타선의 심각한 문제는 기동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팀 도루 32개는 디 고든이 혼자 해낸 도루(60개)에도 훨씬 못 미친다. 팀 내 최다 도루를 한 마차도(9개)조차도 도루 성공률이 69.2%에 머물렀다(리그 평균 73.5%). <팬그래프> 베이스런닝 지수 -15.0는 디트로이트(-19.1) 토론토(-15.6) 다음으로 좋지 않았다. 아무리 한 방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팀이라고는 하나, 위협적인 주자가 없다보니 상대 배터리는 타자와의 승부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
전망 : 볼티모어가 지향하는 야구는 과연 무엇일까. 올드 스쿨이라고 하기에는 선발진의 벽이 너무 낮다. 세 명이 새롭게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유망주는 부족하다.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와 차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랜스 린, 알렉스 콥에게 관심은 드러내고 있다). 많은 팀들이 시대에 맞춰 변화를 택하고 있는데, 볼티모어는 몇 년 동안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수 아니 고집하고 있다. 정체되어 있는 팀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답답한 쪽은 팬들이다(관중 동원 12위).
설상가상,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볼티모어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마차도, 애덤 존스, 브리튼, 브래드 브락이 FA로 풀린다. 이들을 모두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댄 로자노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는 마차도는 3억 달러를 넘어 4억 달러 계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볼티모어가 콘텐더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는 당분간 내년이 마지막이다. 그러고 보니 내년은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야수 fwar 순위
4.1 - 조너선 스콥
2.8 - 매니 마차도
2.7 - 웰링턴 카스티요
2.0 - 팀 베컴
1.8 - 트레이 맨시니
1.7 - 애덤 존스
0.5 - 세스 스미스
0.4 - 케일럽 조셉
투수 fwar 순위
2.7 - 딜란 번디
2.5 - 케빈 가즈먼
1.1 - 마이칼 기븐스
1.1 - 브래드 브락
0.8 - 대런 오데이
0.8 - 웨이드 마일리
0.6 - 잭 브리튼
0.4 - 가브리엘 이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