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경험담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12192721 조민석
합리와 직관이 함께했던 괌 여행
항상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후회는 한동안 가족여행을 많이 다녀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가족들과 국내, 해외 여기저기를 많이 다녔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는 가족여행을 했던 기억이 없었다. 부모님이 가자고 하면 항상 공부한다, 바쁘다라는 핑계로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종강하기 두 달 전 어머니께 연락했다. “이번 겨울에 괌 어때?” 내가 모든 준비를 한다는 전제하에 어머니의 동의가 떨어졌다. 나는 오랜만에 가족과 여행을 간다는 설레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비행기 표부터 결제했다.
나는 즐거운 괌 여행을 상상하면서 맛집부터 시작해서 호텔, 여행 스팟까지 꼼꼼히 조사하면서 계획서를 만들었다.
1. 녹초가 되었던 첫째 날
첫째 날은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서 졸린 몸을 이끌고 입국 심사장으로 향했다. 입국 심사장 으로 갈려고 코너를 돌자 엄청난 입국 심사 줄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일단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확인해야겠다해서 확인 차 앞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우리가 서있던 줄은 무비자로 입국하는 사람들의 줄이었고, ESTA비자를 신청한 사람들만 따로 심사하는 곳이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ESTA비자를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놓아서 우리는 바로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당시 나는 당연히 신청해야하는 줄 알았음..) 그렇게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로 우리는 입국심사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나온 뒤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타고 바로 호텔로 향해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첫째 날은 차도 없이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괌의 날씨도 그렇고 차가 없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고되게했다. 꽉꽉 채워진 여행 계획표를 따라 버스와 도보를 이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난 후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몸은 녹초가 된 후였다. 침대에 누워서 ‘내일은 차도 있겠다. 여행 계획서를 따르기보다 좀 더 여유롭게 여행을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합리적인 일정에 따르려다가 오히려 낭패를 봤던 첫째 날이었다.
2. 빡빡한 일정보다는 여유
둘째 날은 일어나자마자 차를 가지러 갔다. 물론 운전은 내가 하는 게 아니었지만, 그렇게 차를 빌리고 난 후 바로 괌의 남부투어를 떠났다. 해안도로를 따라 쭉 가다보면 여러 여행스팟이 나오는데 일정에 따라 전부 들르기보다는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다. 솔직히 해안도로를 따라서 바다를 보면서 그냥 드라이브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비게이션도 안 찍고 그냥 도로를 따라가다가 ‘오 여기 좋다’하고 내리면 여행스팟인 경우도 꽤 많았다. 일정에 따르지는 않았지만 발길 닿는 곳 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다.
3. 직관으로부터 온 행운
그렇게 남부, 중부투어를 마치고 지나가는 길에 사람도 많아보이고 불빛도 화려해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그래서 한번 들러볼까하고 내린 곳이 바로 차모로 야시장이었다. 원래 계획에는 있어지만, 너무 빽빽한 일정으로 인해 포기했던 곳이었다. 사람들도 많고 북적북적하고 공연도 하는 것을 보니 안 왔으면 정말 아쉬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저녁까지 먹고 전통 공연까지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밤이 어두워졌고, 맛있는 바비큐 냄새와 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에는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일정을 비워놓고, 해변에 누워있거나, 시내를 걸어다니거나 하면서 빈둥빈둥 놀았다. 솔직히 다음에 괌을 또 온다면 일정내내 이렇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니 금방 속이 꺼졌고,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돌리려고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한국어가 눈에 들어왔다. 보니까 한국인이 하는 중식당같아 보였다. 그동안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들만 먹다가 갑자기 짬뽕이 있다하니 귀신에 홀린 것처럼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입에 대니 너무 맛있었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할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다시 그 맛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 추억을 선물해준 식당을 나와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비록 첫째 날은 합리적으로 짠 일정 때문에 오히려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기에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여행 기간 동안 일정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느낀 것들은 앞으로의 내 새로운 여행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직관적인 판단과 행동으로부터 오는 행운 또한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진이 전부 날아가서 남은 것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