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새동네 뚝길 밑 도로한편에 차를 주차하고 어르신을 기다린다. 12시가 되니 박순자어르신께서 노인일자리를 마치시고 헐레벌떡 바쁜걸음으로 철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어르신의 뒤를 따르며 "어르신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 많이 기다렸지요? 미안해서 어째요" 하시며 창넓은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시며 거실에 앉으신다. 어르신이 얼굴을 내 가까이 내미시며 "선생님 나 귀밑이 이렇게 부었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르신의 부풀어 오른 부위를 손으로 만져보니 딱딱하시다. "병원은 다녀오셨어요?, 아프진 않으세요? 언제부터 이렇게 부었어요?" 다급한 목소리로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어르신이 며칠전부터 아프셨다고 하신다. 혹시 코로난가 싶어 일하시는 곳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니 음성이라 하신다. 오후에 꼭 병원에 가시겠다는 약속을 받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센터로 돌아왔다. 오후내내 걱정이되어 4시쯤에 전화를 드리니 의사선생님이 틀니가 맞지 않아 입을 벌리실때 무리가 가서 염증으로 부어 올랐다고 하시며 3-4일정도 약드시면 부운 곳이 가라앉는다고 하셨다고 한다. 한숨을 내쉬며 참 다행이라 말씀드리니 "선생님 그런데 손톱이 자꾸 빠질려해서 치료받고 왔어요" "손톱이 왜 빠져요?" 당황한 목소리로 물으니 어르신께서 젊은시절 남편분을 지병으로 여의시고 혼자 4남매를 키우시며 페인트 일을 오래하셔서 페인트 성분이 '신나'라 그 부작용으로 손톱 밑에 곰방이균이 생겨 서서히 손톱이 빠지고 있다고 하셨다. 반창고로 꽁꽁 동여 메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라 하신다. 난 뭐라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주책맞게 오래 통화했지요? 선생님 바쁘실텐데~~." 미안해 하셨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치료 잘받으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어르신이 살아오신 역사를 들으며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이난다. 어르신의 아픈 상처를 공감해드리며 어르신의 삶을 이해해본다. 2022년 4월 18일 월요일. 엄영자
첫댓글 어르신과 대화를 하면 살아온 세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