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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은 알고 있다! 제2의 게놈 마이크로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대변’ 속 미생물의 힘
답은 대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 무리에 있다. 우리 몸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체세포 수의 10배(인간의 체세포가 평균 10조 개라면, 미생물 수는 100조 개 정도로 추정된다)나 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원시세균 등의 미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를 한데 뭉뚱그리면 1~1.5kg 정도나 되고, 유전정보는 사람의 100배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생물들은 입, 코, 귀, 전신의 피부, 생식기, 겨드랑이, 장 등 다양한 곳에 살고 있지만 위장관, 특히 대장에 가장 다양한 종류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대변에는 대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포함되어 배출되는데, 대변에서 수분을 뺀 나머지의 40% 정도가 미생물이다.
우리 몸 곳곳에 터를 잡고 사는 미생물 집단을 상재미생물총(indigenous microbiota)이라고 하고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인체의 다양한 생명현상 또는 질병과 상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제프리 고든 박사의 ‘무균 쥐 실험’이었다. 고든 박사는 체내에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게 뚱뚱한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각각 주입해 관찰해 보았다. 그랬더니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뚱뚱한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의 체중이 마른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보다 2배나 더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이 소화와 영양 흡수를 도울 뿐 아니라 비만과 같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려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장내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지금까지 미생물총이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은 물론 아토피,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면역 질환,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3),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 암, 골다공증, 노화 등 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4)
그 분포나 구성하는 미생물의 종류, 각 미생물의 숫자가 다 다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치 지문처럼 일란성 쌍둥이조차 같지 않다고 한다. 개개인이 가진 미생물총의 다양성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태아의 장 내부에는 미생물이 전혀 없지만 태어날 때 산도를 통과하면서 처음 미생물과 접촉하게 되고5), 모유수유를 통해 다양한 미생물과의 공생을 시작한다. 이후 식이습관, 나이, 항생제 등과 같은 약물, 스트레스, 질병 등에 따라 우리 몸의 어떤 미생물은 번성을 하고, 또 어떤 미생물은 쇠퇴를 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이 때 관건은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유익균과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균, 때에 따라 유익균이 되기도 하고 유해균이 되기도 하는 대부분의 미생물(중간균)이 이루는 비율이다.6) 건강한 장에서는 다양하고도 풍부한 미생물이 함께 존재하며 그 중 유익균이나 중간균이 수적으로 월등히 많아7)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대변 은행이 원하는 ‘황금 똥’이다.
대변 은행은 건강한 대변을 모아서 장내미생물과 관련이 큰 질병 치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인한 만성 설사 치료다. 심각한 감염병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대량으로 투여하면 병원균도 죽이지만 대장에 기거하는 유익균들까지 모두 죽여버린다. 이렇게 황폐해진 장내 환경에 항생제 내성균만이 살아남아 지나치게 증식하면 환자는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으로 감염되면 시도 때도 없이 설사를 일으켜 심할 경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용해 두어 번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s)을 했더니 환자의 90%가 단 며칠 안에 완치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현재는 이 병증을 치료하는 용도로만 대변이식이 허가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식염수를 섞어 믹서로 간 대변 용액을 환자의 코나 직장을 통해 대장에 주입하는 이식 방법을 쓰는데, 최근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분말을 대장까지 도달 가능한 캡슐에 넣어 삼키는 투여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