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하던 순간들이 전부 현실이 되는 곳. 나무 위에서부터 바다 아래까지,
세계를 뒤져 꿈의 호텔들을 찾았다.
춤추는 빛의 기둥 오로라, 평생에 한 번이 될지 모르는 이 광경을 밤새도록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환상을 실컷 향유할 방법은 아르크틱 스노 이글루 호텔Arctic Snow Igloo Hotel에 있다. 북극권Arctic Circle이 시작되는 북위 66도 33분에 위치하고 도시의 불빛에서 멀리 떨어진 채 깊은 숲속에 비밀처럼 숨겨진 호텔. 이글루 형태의 객실 상면이 투명한 유리라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느껴지는 탁 트인 자연의 풍경이 황홀하다. 오로라만 나타나준다면, 밤새 빛으로 샤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침대와 작은 화장실만 갖춘 소박한 시설이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 쌓인 핀란드의 숲은 ‘럭셔리한 객실’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미 잘 알려진 칵슬라우타넨 리조트가 접근하기 어려운 핀란드 최북단에 있는 반면, 아르크틱 스노 이글루 호텔은 산타 빌리지가 있는 로바니에미Rovaniemi에 자리해 오로라를 만나고 산타를 만나는 평생의 소원 2가지를 동시에 이루고 싶은 이에게 적격이다. 언제든 오로라가 뜨면 로바니에미 숲에는 기분 좋은 ‘오로라 알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LOCATION Lehtoahontie 27 FI-97220 Sinettä, FinlandTEL +358-40-8453774WEB arcticsnowhotel.fi
세상의 끝자락에서 찾아낸 호텔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북극해의 혹독한 추위와 거친 야생을 뚫고 마주하게 되는, 1930년대 통신기지로 건설된 초라한 건물은 모던한 부티크 호텔이라는 반전이 있다. 목재와 캐시미어 소재의 가구와 소품으로 우아하게 장식한 23개 객실엔 부드러운 회색빛이 감돌고 라운지에 놓인 세련된 소파와 스툴은 더없이 안락하다. 사실 스발바르 제도의 중심 도시 롱위에아르뷔엔Longyearbyen을 찾아온 이들 대부분은 모험가다. 빙하, 산, 피오르, 얼음 동굴을 온몸으로 탐험하려는 사람들. 도시에서 90킬로미터 떨어진 이스피오르 라디오 호텔Isfjord Radio Hotel에 갈 수 있는 방법 역시 오로지 스노모빌과 개썰매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머물게 되는 ‘지구 최북단의 부티크 호텔’은 천국일 수밖에 없다. 다른 투숙객과 함께 긴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즐기는 만찬이 천국의 하이라이트다. 훈제한 물개 고기, 고래 고기, 넙치, 어란 버터, 순록 소시지 등 로컬 사냥꾼들이 야생에서 잡아온 재료를 가지고 호텔의 셰프가 모던한 퀴진으로 마법을 부린다.
캐나다 매니토바Manitoba 주 처칠Churchil 마을은 황량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겐 환상의 땅이다. 초겨울이 찾아오면 하얀 북극곰을 동경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든다. 북극곰 관찰 투어 프로그램이 많지만, 북극곰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은 그레이트 화이트 베어 로지Great White Bear Lodge에 머무는 것이다. 호텔의 정체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트럭. 북극곰의 움직임을 따라 처칠 야생동물 보호구역Churchill Wildlife Management Area의 여기저기를 옮겨 다닌다. 협소한 공간의 32개 객실은 마치 기숙사처럼 지극히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6개의 화장실과 4개의 샤워 룸을 공용해야 하지만, 창밖으로 북극곰이 살고 있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지니 좁은 방에 관한 불만 따위는 제쳐둘 일이다. 불편함도 대수가 아니다. 매년 10월과 11월이 북극곰 관찰의 최적기로 그레이트 화이트 베어 로지는 이에 맞춰 1년 중 두 달만 투숙 가능하다. 예약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운이 좋다면 밤에는 오로라 관찰의 행운까지 쥘 수 있으니 성능 좋은 카메라와 그에 맞는 작동법 숙지는 절대적인 준비물이다.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해안 곳곳에 알루미늄으로 된 반원 모양의 이글루가 흩어져 있다. 거친 암벽 위에 무리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은 호텔 아르크틱Hotel Arctic이 소유한 객실이다. 그린란드의 일루리사트 아이스피오르Ilulissat Icefjord를 앞마당으로 하는 이글루에서 밤을 보내는 일은 이국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7개의 객실 타입 중에 알루미늄 이글루는 단 5개뿐이고, 그것도 5월부터 10월까지만 투숙 가능하니 희소성이 크다. 호텔이 차지한 풍광만큼이나 특별한 건 그린란드를 미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식사 시간이다. 레스토랑 울로Restaurant Ulo는 그린란드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그린란드 퀴진을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식탁에 오르는 요리는 사향소, 넙치, 순록, 늘꿩, 배도라치, 성게 등 전부 완벽한 로컬 재료로 만들며, 첫술에 맛있다고 감탄할 수는 없겠지만 흥미로운 경험만큼은 보장된다. 문명과 동떨어진 위치와는 반대로 무표 와이파이와 마을을 오가는 셔틀버스 등 현대적이고 편리한 호텔 서비스를 기대해도 좋다.
LOCATION Lufthavnsvejen B-1128, Ilulissat, GreenlandTEL +299-944153WEB hotelarct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