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세계] ㅡ kjm / 2023.8.1
동물성이 퇴화하고 인간성이 자라는 이른바 문명의 발달과 문화의 발전은 언어의 세계를 구축해가면서부터다.
말과 글의 세계는 의미를 질서있게 표현하는 세계를 구축해서 각기 구성하게 되는데, 그 이전의 원초적인 세계가 바로 소리의 세계다.
개의 소리, 새소리, 말 울음 소리, 파도 소리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연의 원초적 소리에서 사람들은 뜻을 담고 의지를 담아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말들을 개소리 혹은 헛소리라 폄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에서나 정치 사회 역사에서나 철학 과학에서나 언어를 지배하려는 현상들로 가득했고, 심지어 중세 종교가 정치까지 주관하던 시대엔 성경책 한 권이 무려 집 한 채의 값이었다.
종교 이전의, 미신과 무속 사회에서는 '말씀' 보다는 소리의 지배에 열중했다. 무당이 지닌 신물(방을)에서 나오는 방울소리가 그 한 예이다.
생명 유지의 원초적 조건이 바로 '호흡'인데, 호~ 하고 밖으로 뿜어내는 것과, 흡! 하고 안으로 들이마시는 것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러나 소리는 밖으로 뿜어내는 기능만 있다. 그 소리들을 갈무리해서 소리음의 규칙과 조절을 통해 음악으로 승화시킨 게 하나라면, 소리를 말로, 말을 다시 문자로 발전시켜 각종 학문들을 연 게 다른 하나다.
발산과 수렴을 거듭하면서 소리의 세계는 안으로 숨어들게 되고 대신 그 자리를 말과 글들이 차지하게 된다. 종교도 말씀의 믿음으로 구도를 갖게 됐다.
얼마전 한 때 학교 사회에서 침을 뱉는 문화 현상이 나타났었다. 불량학생이건 모범학생이건 구분이 필요치 않게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침을 뱉는 현상이 확산됐었다. 거리나 공원 벤치에 가면 벤치 앞 바닥에 침들이 흥건한 경우가 자주 목격됐었다.
이 현상의 원형은 무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목사님이나 교수님이나 평범한 일상인에서 조차 길바닥에 침을 뱉는 경우란 거의 없다. 반면에 무당이 굿을 하면서 카악~ 하고 침을 뱉는 모습은 종종 보였다.
마치 무언가가 내 영혼 안에 들어와 있어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뱉어내는 행위로 보이는데, 그런 행위자의 모습은 마치 귀신에 씌인 듯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2022년 우리나라 대선에서 한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손바닥에 왕 자를 쓰고 나와 무속 논란을 일으켰고 연이어 후보 연설 연단에서 샤우팅을 하던 모습은 금시초문의 사태로 무속정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었다.
그러면서 2023년 대한민국은 천공의 용산이전 개입 등 무속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서 함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언어의 세계가 깨져나가는 현상과 아울러 소리의 세계가 퇴행적으로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밖으로 뿜어낼 줄만 아는 소리는 매우 공격적일 수 있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의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상상하는 하나의 예로, 나쁜 마음을 먹은 며느리가 부엌에서 접시 깨는 소리로 시어머니를 죽일 수도 있다.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접시 깨지는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가 자라 가슴처럼 심약해진 시어머니가 솥뚜껑 닫는 작은 소리 하나에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겠으니까.
심지어 해외에서는 어떤 스파이 하나가 죽은 원인을 찾았더니 '소리'가 사망 원인이었다라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까.
언어의 조합은 의미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지만, 소리의 조합은 공격과 파괴를 낳는다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서로가 의미를 읽지만, 소리를 통해 누군가를 신경쓰이게 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해 극단적 선택까지도 유도한다는 것이다.
가령, 무속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면 무속인들과 연합해서 기관들을 동원해, 타겟이 된 한 사람을 인간사냥을 하는 비인간적인 일도 상시로 일어날 수 있다.
그리하여, 무속이 지배하는 사회는, 서로가 말로서 통하지 않게 되고, 소리에 의해서 폭력적 지배가 일어나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고 여겨진다.
날숨과 들숨이 같이 있어야 생명이 유지되는데, 날숨만 있고 들숨은 없는 이상하고 괴기스런 사회에서 과연 생명이 지속될 수 있는 지가 의문이다.
소리의 세계가 언어의 세계를 점점 잠식해 들어갈수록 사회는 엉망진창이 되고 인간성은 피폐해질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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