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메이커(행 18:3)
성경 인물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이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사도 바울을 선택할 것입니다. 복음 전도자로, 성경 집필자로 초대 교회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주요한 인물입니다. 바울로 불리기 이전 사울 시절, 그는 젊은 유대인 지도자로서 교회를 탄압하고 교인들을 핍박하는데 열심이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메섹을 향해 교회를 핍박하기 위한 여행이 예수님을 만난 여행이 되었고 그는 초대 교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두 기억하면 우리는 결코 부모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것을 다 지나 보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소아시아 지방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사도행전의 역사는 바울의 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아시아의 여행 중에 아덴(아테네)을 떠나 고린도에 이르러 바울은 본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만남은 매우 의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로마의 황제 글라우디오는 황제 숭배를 강하게 했던 인물로,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떠나라(2절)고 명령을 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로마에서 떠나 본도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동안 바울은 생업이 같은 아굴라 내외를 찾은 것입니다. 초대 교회 시절 복음을 전하는 바울과 그 일행의 여행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모든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조달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낯선 환경에서의 전도만큼이나 큰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바울은 천막을 만드는 기술자로서 천막을 만들면서 복음 전도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생업이 같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아굴라의 가정에서 시작된 가정 교회에서 태동했습니다. 교회는 공동체입니다. 혼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움직이는 공동체를 필요로 합니다.
현대 교회 목사들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가 경제 관념이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목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설령 교회를 개척해서 많은 교인들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하더라도 은퇴를 하면서 리더십의 이전에 따르는 주요한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교회를 세우고, 목회자를, 전도자를 지원하는 일을 익힐 수 없었던 시대에 바울은 그의 서신서에서 전도 여행의 기도와 후원을 기억하며 기록도 했지만 스스로 생업을 유지하는 전문 사역자였습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안식일마다 바울은 회당에서 강론하고 유대인과 헬라인을 권면했습니다(4절).
대형 교회 목사님이 택시 운전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목회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일평생 신앙인들 틈바구니에서 살았기에 실제 성도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도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가피하게 목사로서 제이의, 제삼의 직업을 가지는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상에 비교하면 씁쓸했습니다. 삶을 스스로 책임을 지면 자비량으로 목회 활동하는 것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목사로서 경제 활동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는 다양한 기능을 다양한 재능과 섬김으로 나누어서 이루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생업에 힘써서 일하다가 하나의 공동체로 부름 받은 이들로써 목사로, 교사로, 각기 다른 섬기는 이로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섬김의 비중은 있을 수 있지만 목사 역시 교회를 세워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여겨질 수 있어야 합니다.
바울의 목회를 ‘텐트 메이커 전도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바울의 생업을 같이했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동역은 초대 교회의 매우 중요한 섬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진리와 자유로 바름과 다름을 살아가는 바다교회의 모든 가족들의 생업이 하나님의 형통함이 함께 하며, 더불어서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하나의 예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열정과 헌신을 기도합니다. 텐트 메이커로 부르신 바울의 삶을 기억하며 복음의 삶을 살아가는 바다교회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